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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라면 훔치고 3년 6월 징역?…한국판 '장발장 법'

* 대담 : 임제혁 변호사 (법무법인 메리트)

▷ 한수진/사회자:
뉴스에 나오는 복잡한 법률문제, 쉽게 풀어 드리겠습니다. <법은 이렇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의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어서오십시오.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연휴 기간에 이른바 ‘장발장법’에 대한 보도가 많았어요. 장발장 하면 다들 아시겠지만, 빵 한 조각 훔치고 19년 옥살이한 거 아니에요. 근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무시무시한 법이 있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네, 이름 하여 ‘특가법’이라고 불리는 법이 있습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인데요. 이 법에 그렇게 처벌을 과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고, 이미 이 법의 여러 조항들이 ‘형벌 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상실했다’라는 이유로 헌법에 어긋나서 위헌 결정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또 어려운 말이 나오네요. “형벌 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상실했다” 이게 정확하게 어떤 의미일까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일단 형법의 체계를 간략하게 말씀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우리가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받고 감옥 갔다고 하면, 그 처벌에 근거가 되는 법률을 넓은 의미의 형법이라고 해요. 여기에는 특가법,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특경법, 성폭법, 폭처법 등 수많은 특별형법하고요. 그 다음에 도로교통법이라든지 식품위생법 같은 행정형법 등 그런 법들, 행정법과 관련되는 법들이 있고.
 
그 다음에 제목 자체가 형법인 법까지도 포함이 됩니다. 제목 자체가 형범이라는 그 법이 사실은 기본이 되는 법률이고요. 그로부터 특정 영역의 제목들에 대해서 더 세부적으로 규정하거나 과중된 처벌 규정을 두는, 방금 얘기한 특가법, 특경법, 폭처법, 성폭법, 이런...

▷ 한수진/사회자:
성폭법은 성폭력특별법 말하는 거죠?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폭처법은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폭력행위들 관계되는 거고요. 특경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대한 법률이고요.

▷ 한수진/사회자:
네.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는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라고 해가지고 형사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형법에 우선해가지고, 이들 법이 적용이 되는 거죠. 문제는 이들 가운데에서 특가법의 여러 조항처럼 ‘처벌의 형평이라든지 처벌상의 균형을 상실했다’라고 볼 수 있는 규정들이 더러 있는 거고요. 근데 문제는 이게 ‘특별법이기 때문에 실제 적용에 있어서 기본법인 형법을 갖다가 밀어낸다’라는 문제점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이걸 두고서 많은 형법학자 분들이 쉽게 표현해서 ‘주객이 전도된 형법과 형사특별법간의 관계가 만들어졌다’라고 비판을 하죠.

▷ 한수진/사회자:
특별법 우선 적용 원칙이라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형법에도 상습절도와 관련한 조항이 있는 거죠?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네, 형법에도 329조에 절도죄가 있고, 332조에 상습절도죄가 규정이 돼요. 근데 특가법 5조의 4 제1항도 상습절도죄를 규정하고 있거든요. 같은 법이잖아요. 근데 형법이 일반적인 사항을 규율한 데 비추어서 이제 특정한 사항을 규정하는, 규율하는 특별법에 놓이게 되고, 특가법이 적용이 되는 겁니다. 문제는 이게 일반법이냐 특가법이냐라는 건, 상대적인 구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문제는 법을 지켜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더 센 법이 적용이 되니까, 이제 크게 와 닿을 수밖에 없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지금 특별법과 형법에서 형량 차이는 얼마나 나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지금 문제되고 있는 상습절도죄만 놓고 보면요. 절도죄는 형법에서 6년 이하, 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되어 있어요. 그리고 상습절도죄가 되면 법정에는 2분의 1을 가중할 수 있다고 해가지고 9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요. 이게 특가법으로 가게 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이번에 문제됐던 3년 6개월이 무슨 얘기냐, 이건 상습절도로 특가법에 의해서 처벌을 받은 사람이 그 다음에 또 이 법이 적용되는 죄를 지은 거예요. 그 경우에는 단기, 하한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두 배로 형이 가중이 되는 거예요. 그래가지고 무기 또는 6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는 경우에 특가법이 하한을 높여놓잖아요. 그렇게 되면 법원에서도 아무리 감경을 하려고 그래도 그냥 일반 상습절도면 특가법이 적용돼서 1년 6개월 이상의 형을 선고해야 된다는 거고. 그 다음에 지금 6년 적용이 되는 그런 특수한 경우들은 아무리 감경 사유가 있고 이 피고인이 불쌍하다 하더라도 3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해야 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장발장처럼 19년까지는 아니지만 3년 형 이상 실제 징역을 살 수는 있는 거네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요, 변호사님. 수십억 원대의 횡령 또는 배임한 기업인들을 보면 이것보다 훨씬 더 적은 형을 살기도 하는 것 같던데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네, 가장 최근 사례 말씀드리자면 유병언씨 장남 유대균씨 사건 있었잖아요. 지금 특경법, 횡령 혐의가 인정돼가지고 횡령액수가 한 70억 대 정도 나왔는데,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형량이 징역 3년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문제됐던 남양유업 사건에 있어서 남양유업 대표 쪽의 배임 ? 횡령이라든지, 각종 저축은행 사건에 있어서도 진짜 징역형에 실형, 집행유예 없이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일단은 드물었고요. 그리고 실형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체적으로 3~4년 사이의 실형이 선고되었을 뿐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상습절도도 당연히 문제이긴 한데, 규모로만 따지면 수십억 원대의 횡령이나 배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근데 형량은 더 많다? 이거 상식적으로 이해가 좀 잘 안 되죠?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지금 어느 분이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는데, ‘장발장법’이라고 불렀잖아요.
그리고 국민들 대다수도 이 용어를 갖다가 다 인정을 하는 분위기예요. ‘아, 이건 장발장법이다.’ 그 자체가 이미 국민의 법정서가 이런 처벌의 불균형이 납득하기 어렵지 않나, 이걸 갖다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근데 이런 특별법은 왜 만들어지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제가 아까 ‘주객이 전도된 형법과 형사특별법 관계다’ 하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사실 형사특별법 자체도 특정 시점에서는 그 필요성에 인정돼가지고 만들어진 경우들이 있습니다. 지금 특가법 같은 경우에는 5.16 직후에 ‘특정범죄처벌에 관한 임시특례법’ 이게 만들어졌고, 그게 전신이 됐던 법률이고요.
 
▷ 한수진/사회자:
5.16 직후에 만들어졌군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문제 삼고 있는 ‘상습절도규정’ 이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에 과도기적인 입법기구로 활동했던 국가보위입법회의, 거기에서 추가된 조항입니다.

그러니까 당시에는 민생 치안 등의 이유로 어떤 ‘가중처벌 규정의 합목적성, 이걸 달성해야 되겠다’라는 그 의지가 우선적으로 기초됐던 건데요. 문제는 그 목적에 치중해가지고 도입된 부분들이 지나치게 형량이 과다하거나, 아니면 제가 아까 말씀드린 형사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형법상의 규정과의 중복, 또는 유사처벌과의 관계가,
 
▷ 한수진/사회자:
겹치는 것도 있고?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네, 검토가 부족했던 거라고 볼 수 있겠죠.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되면 ‘법이 불공평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 많을 거 아니에요? 법 자체를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보세요, 어떻게 보세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일단 법 자체를 손봐야 될 텐데요. 언제나 입법을 하거나 개정을 하는 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현재 대검찰청에서 ‘상습절도 같은 경우에 특가법 말고 일반 형법으로 의율해라’라고 지침이 내려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대검에서도 국민정서라든지 처벌의 불균형을 갖다가 충분히 의식한 것 같은데요. 그리고 헌법재판소도 이미 이 특가법의 여러 규정에 대해서 위헌 결정을 내렸고, 지금 현재 이 상습절도 규정도 법원이 헌재에다가 ‘이거 위헌 아니냐. 좀 심판해 달라’라고 법률심판에 제청해놓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정작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은 개정일 텐데요. 개정안으로 많이 나오고 있는, 개정방법으로 많이 나오고 있는 게, 형법에 유사한 규정들이, 특별형사법들이 많은데, 이건 형법으로 다시 흡수시켜야 되지 않냐, 그리고 정말로 특별법으로 남겨둬야 될 부분만 남겨놔야 된다, 라는 논의는 계속되고 있는데, 논의만 계속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진도가 좀 나갈 필요가 있겠는데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한 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설 기간 중에 보니까 살인죄에 대해서 공소시효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가 됐던데, 이거 어떤 내용인지 간략히 설명해 주실까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공소시효라는 건, 범행이 발생한 직후에 일정 기간 동안 기소를 안 하면 국가도 처벌을 못 한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일정 시간의 기간이 지나면 그 범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약화되고, 그만큼 처벌의 필요성도 줄어들기 때문에 이건 처벌을 안 하겠다’라는 걸 규정해놓는 건데. 문제는 국민 정서상, 일정 범죄에 대해서는 이것이 용납이 안 된다는 거죠. 특히 살인죄 같은 경우에는.

 
▷ 한수진/사회자:
일명 ‘태완이법’이라고 하죠. 황산테러로 대구에서 목숨을 잃은 어린이, 태완 군 사연을 저희 프로그램에서도 몇 번 소개를 해드렸는데요. 지금 살인죄 공소시효가 몇 년으로 돼있죠?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2007년도에 법이 개정돼서 25년으로 됐는데요. 2007년 이전의 범죄는 15년, 2007년 이후의 범죄는 25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태완군 사건의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99년에 일어난 사건이어서 15년이 규정되고, 약간의 중단 기간이 있긴 하지만 조만간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살인죄 공소시효 없애는 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던데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네, 일본도 없앴고. 미국, 영국엔 없고.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설명 여기까지 들어야 되겠네요. 고맙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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