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국세청 환급금 찾기'는 왜 인기 검색어가 됐을까?

[취재파일] '국세청 환급금 찾기'는 왜 인기 검색어가 됐을까?
찾아가지 않은 세금 366억 원을 찾아가라는 기사를 쓴 건 지난 20일이었습니다 (▶ 잠자는 세금 370억 찾아가세요…"쉽네") 잘못 내거나 더 낸 세금은 국세청이 응당 돌려주도록 돼 있기 때문이죠. 국세청에선 해당 납세자들에게 개별 통보를 한다고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연락받고도 사는 게 바빠 잊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괜찮은 정보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국세 환급금 찾아주기’는 지난해 국세청의 주요 사업이기도 했습니다. 2013년말 544억 원에 달하던 미환급금은 이 운동 덕분에 지난해말엔 366억 원으로 줄기도 했죠. 하지만 여전히 39만 건, 건당 9만 3천 원씩 쌓여 있기 때문에 뉴스 가치가 있다고 봤습니다.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개인사업자는 최근 42만 원을 돌려받아 기분이 아주 좋았다고 말하더군요. 당연히 그렇겠죠. 물론 내가 낸 돈 이긴 하지만,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으면 공돈이 생긴 것같은 기분이 들 겁니다. 5년이 지나도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에 서둘러 확인해 보는 게 좋습니다.
국세청 환급금 찾기
환급 방법도 아주 간단합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가면 주민번호와 이름만으로 환급금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최초 방문시엔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야 합니다.) 환급금이 있다고 나오면 안내에 따라 콜센터에 전화하고 여기서 관할 세무서로 연결되는데, 간단한 신원확인을 통해 본인 명의로 된 계좌로 입급해 주는 방식입니다.

환급금이 발생하는 건, 월급쟁이보다는 개인 사업자가 많습니다. 원천 징수한 소득세보다 실제 세금이 덜 나온 경우입니다. 영세 자영업자가 특히 많은 이유기도 하죠. 최소한의 세금을 냈지만 실제 소득은 과세미달. 즉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수준인 경우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대부분 사정이 넉넉지 않은 분들이 돌려받아야 할 세금이 있단 얘기입니다. 급여를 받는 근로자들은 회사에서 대부분 정산을 하니 이런 환급금 발생이 많지 않은 겁니다.

이 기사가 8시 뉴스를 통해 나가고, 국세청 환급금 조회가 인터넷 검색순위 상위에 오르는 걸 보고 ‘사람들이 역시 세금에 관심이 많구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연관 검색어에 연말정산이 뜨는 걸 보고 뭔가 좀 이상하다 했습니다. 연말정산 환급금은 대부분 회사가 직원들에게 직접 지급하죠.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조회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국세청 환급금

일부 매체들이 잘못된 내용으로 기사를 재생산 했습니다. 한 곳의 기사를 인용해 봤습니다.

"2014년 연말정산 환급세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370억에 달한다. 대상자도 모두 39만명(1명당 9만3천원 수준)이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숫자들은 모두 제 기사에 나온 내용인데, 주어가 갑자기 연말정산 환급세금으로 둔갑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라는 건 어디서 온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또 연말정산 환급 대상자가 39만 명 이라면, 1600만 명 급여 근로자들은 다 어떻게 하란 말인지 모르겠군요. 아무튼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서 국세청은 참고자료를 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국세청 참고 자료 -

□ 국세환급금 찾기* 코너는 납세자들이 환급결정 통지일로부터 2개월이 경과한 후에도 찾아가지 않는 국세 미수령환급금을 조회할 수 있는 화면으로 연말정산 환급금**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국세환급금조회 화면) 국세청 홈페이지>>조회·계산>>국세환급금 찾기
  **(연말정산 환급금) 연말정산 결과 환급세액이 납부할세액보다 많은 경우에 발생하며, 원칙적으로 회사가 직접 근로자에게 지급함

□ 아울러, 연말정산자동계산* 코너는 근로자 스스로 입력한 총급여액, 의료비·보험료 등의 공제금액, 매월 기납부세액 등을 근거로 예상되는 연말정산 납부세액 또는 환급금을 자동 계산할 수 있는 화면으로, 미수령 환급금은 조회할 수 없음을 보도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연말정산자동계산 화면) 국세청 홈페이지>>조회·계산>>연말정산자동계산 


즉, 적지 않은 분들이 과오납 세금 환급금과 연말정산 환급금을 혼동해 국세청 홈페이지를 찾아오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일부 잘못된 기사의 영향이 있을 겁니다. 한 기사가 인터넷 상에서 복제되고 유포되는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내용을 왜곡하면 엉뚱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분명 월급쟁이들과는 관계없는 얘기라고 언급을 하긴 했지만, 아예 연말정산과는 관계없는 내용이라고 쓸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연말정산, 곧 세금에 대한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잘못된 기사들이 없었더라도, 환급이란 단어 자체가 연말정산을 떠올리게 했을 수도 있겠죠. 주머니 사정이 그만큼 여유롭지 못하니 세금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여러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복지와 증세 문제에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이유를 또 확인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