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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고 외롭고 추워요" 설날이 쓸쓸한 사람들

<앵커>

온 가족이 모여서 덕담과 희망을 나누는 설날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명절이 더 서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70미터 굴뚝 위에서 찬 바람 부는 광장에서 평소보다 더 쓸쓸한 하루를 보낸 이들을 김아영 기자가 만나 봤습니다.

<기자>

서울 시내 한복판 농성장에 차례상이 차려졌습니다.

농성 중인 근로자들이 조상께 절을 올립니다.

전이며 한과 같은 음식들은 20미터 전광판 위에 남아 있는 동료들과 나눕니다.

아들 없이 설을 맞을 부모님께는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장연의/SK브로드밴드 설치기사 : (어머님께서) 차례상 집에 차려놨으니까 집 향해서 절 올리라고 해서 (인사 드렸는데…) 우시더라고요. 이 많은 음식 어떻게 할 거냐고. 찡하고 그렇죠.]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법원이 정한 퇴거일인 오늘(19일)도, 70미터 높이 굴뚝에서 찬 바람 속에 설날을 맞았습니다.

내일부터는 굴뚝에 하루 머물 때마다 한 명당 하루에 50만 원씩을 내야 합니다.

광화문 광장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유족들과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차례상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며 피자가 올라왔습니다.

처음으로 아이 없이 설을 맞은 유족들은 자원봉사자들과 떡국을 나눠 먹으며 슬픔을 달랬습니다.

[오병환/故 오영석 학생 아버지 : 작년에는 저희 식구들이 항상 모여서 재미있게 놀았어요. 4월 16일 이후로는 제사 한번 집에서 지내본 적이 없어요.]

지난달 화재로 보금자리를 잃은 의정부 아파트 주민들은 임시 거처인 군 보충대에서 설을 맞았습니다.

혹여 걱정을 끼칠세라 가족이나 친지 방문을 포기한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의정부 화재 이재민 : 내 손으로 전도 부치고, 아이들도 좀 싸가게 하고, 나눠 먹고 그렇게 해야 하는데 (못했죠.) 그것이 제일 서운한 거죠.]

멀리 떨어진 가족들이 한데 모여 정을 나누며 복을 기원하는 설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더욱 서럽고 쓸쓸한 하루였습니다.

(영상취재 : 인필성·김현상·하 륭, 영상편집 : 우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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