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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성균관 "차례상 홍동백서, 근거 없는 이야기…마음이 중요"

* 대담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 한수진/사회자:
차례상에 피자나 아이스크림이 올라간다.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으시죠? 그런데 요즘 차례상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오르기도 한다고 하네요. 예법에 어긋난다는 걱정스러운 반응도 있고, 또 시대에 따라서 기호에 맞추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는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전통문화 전문가이신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과 함께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의례부장님, 나와 계십니까?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최근에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다양한 음식 오르기도 한다는 얘기, 부장님도 들어보셨어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네. 많이 듣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음식 좀 기억나세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일단 피자라든지 아이스크림, 햄버거 이런 것들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열대과일도 참 많이 올려놓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커피 이야기도 혹시 들어보셨어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술 대신에 커피는 어떠냐’ 이런 이야기도 제가 몇 번 들은 적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시죠. 돌아가신 어르신이 커피를 참 좋아하셨다고 해서 커피도 올려놓는다고 그런 말씀들 하시더라고요.
근데 어떻습니까. 차례상이나 제사상에는 엄격한 예법, 규율이라는 게 있을 텐데요. 이러면 안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어떤가요? 괜찮은 건가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사실 우리가 제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먼저 한 번 생각해봐야 되는데, 제사라는 것은 결국 자기의 뿌리에 어떤 보답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유교문화가 통용되던 조선 시대 같은 경우는 많은 예서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서 일을 해 왔는데,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실 차례라든지 명절, 특히 제사문화가 많이 붕괴되었어요. 그런데 다시 그런 부분을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다 보니까 전통시대에 사용하는 그런 제사와는 약간 차이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어요. ‘예라는 것은 사치스럽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함이 낫다’라는 말이 있는데, 겉치레보다는 정성을 다해 공경하는 마음, 이 마음이 가장 중요한 거죠. 그러한 부분을 가지고서 우리가 음식을 상에 올려야 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역시 마음이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그렇죠. 마음이 제일 중요하죠.
 
▷ 한수진/사회자:
사치스럽기보다는 오히려 검소한 것이 더 좋다 하는 그런 말씀도 있다는 이야기이고요. 상차림도 일제강점기 때 참 많이 달라진 거군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아마 그때부터 우리 전통문화의 말살도 시행되었고, 그리고 35년이라는 것은 상당히 오랜 시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난 후 아마 근대화되면서 우리가 조금 더 옛날의 전통을 찾는, 그런 대부분 옛날 것으로 돌아가겠다는, 아니면 우리의 것을 지키겠다는 그런 마음에서 다시 제사에 대한 이런 부분을 다들 인식 하지 않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요, 부장님. 차례상 차리는 일도 매번 좀 어렵고 헷갈리는 것 같아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헷갈린다는 것보다는 이게 자주 하는 일이 아니고 익숙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렇다면 이 부분을 먼저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제가 말씀을 드릴게요. 명절이 무엇이고 차례가 무엇인지 우리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아요. 흔히 ‘명절’ 하면 우리가 ‘1년의 큰 행사’라고 해서 설과 추석 이야기하는데 전통시대에서는 명절이라는 것은 청명이라든지 한식이라든지 단오, 그리고 추석, 설 등 민간에서 숭상하는 것을 우리가 ‘명절’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그때 하는 것을 우리가 ‘차례’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그때가 되면 새벽에 사당으로 가가지고 음식을 올리며, 과일이라든지 이렇게 준비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실제로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그 날을 갖다가 우리가 ‘제사’ 즉 기일이라고 하는데 제사하고 차례하고는 형식은 거의 비슷할지 몰라도 일단은 차례는 ‘간단히 지낸다’는 그런 말이 갖다가 내포돼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차례는 제사보다 훨씬 좀 간단하게 지낼 수가 있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그렇죠. 우리가 제사와 차례를 혼용하다 보니까 그래서 마치 상다리가 부러지듯, 풍성하게 음식을 올린다든지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홍동백서’니 ‘좌포우혜’니 이런 말씀들 많이 하시잖아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제가 성균관에 있다 보니까 설이나 추석에 이런 질문을 가장 많이 해요. 제일 많이 하는 게 과일을 갖다가 어떤 방식으로 둬야 하는지, 가문마다 지역마다 가가례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흔히 붉은 색 과일은 동쪽에, 흰색 과일은 서쪽에 둔다는 ‘홍동백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또 대추라든지 밤이라든지 감, 배 순서로 둔다는 ‘조율시리’ 그런 것도 많이 얘기하는데 어떤 것이 맞냐라고 이야기를 해요.
근데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홍동백서’라든지 ‘조율시리’라든지 하는 것은 문헌에 근거한 것이 없는, 그냥 그럴싸한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문헌에 없어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예. 문헌에 없어요. 예를 들면 ‘붉은 색 과일은 동쪽에 둔다, 흰색 과일은 서쪽에 둔다’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러면 과일의 흰색과 붉은 색은 무엇으로 구분해야 될까요?
어떤 과일은 껍질을 벗겨 사용하고 어떤 과일은 껍질을 벗기지 않고 사용하는데 그러면서 각각의 색깔을 이야기하는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죠.
각종 옛 서적 상차림을 보더라도 특정 과일을 올리라는 이야기는 없고 다만 구할 수 있는, 흔히 말하는 ‘시식(時食)’이라든지 시물(時物)’, ‘그때에 우리가 구할 수 있는 그 과일을 갖다가 올려라’라고 하거든요.
상차림 그림에도 ‘과일 과(菓)자 라고만 적혀 있지, 그것이 사과니 배니 이런 이야기는 전혀 없는 거죠. 우리가 사실 잘못 알고 있는 게 많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철에 맞는 과일을 구해서 놓으면 된다 하는 말씀이시고, 그러면 배치는 전혀 신경 안 써도 되는 건가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그렇죠. 위치 같은 것도 없습니다. 다만 과일은 차례나 제사가 돌아가신 분들을 모시는 행사이기 때문에, 과일을 가장 멀리 두는 거죠. 상차림으로 봤을 때는 앞쪽에 과일이 위치하죠. 후식 위치에 두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그렇군요. 그럼 피자나 바나나 커피는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옛날에는 이런 음식을 올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세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보고요. 굳이 피자를 올린다면 제 생각에는 떡의 종류에 가깝기 때문에 떡을 놓는 위치가 좋을 것 같습니다. 생선을 두는 위치와 같은 라인입니다. 바나나는 과일을 두는 위치. 제일 서쪽이죠, 사과, 배와 함께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렇군요. 뭐 어떤 분은 차례상 차려놓고 이러셨대요. 전단지 함께 올려드리면서 '할머니, 뭐 주문해 드릴까요?' 그런 얘기도 했다고 하던데 하여튼 요즘 뭐 여러 가지 많이도 두는 것 같아요. 마음을 다 해서 차릴 수만 있으면 된다는 그런 말씀인 것 같고요.
근데 혹시나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이런 건 그래도 올리면 안 된다,하는 것들이 있을까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꼭 그런 건 없다고 생각이 들어요. 모든 음식에는 ‘물 한 그릇을 올려도 정성을 다하면 된다’라는 그런 말이 있는데요. 이미 돌아가셨지만 살아계신 분을 섬기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게 제사 아니겠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근데 '치'자 들어가는 생선 안 된다는 얘기 있어요. 꽁치, 참치.. 아닌가요?
 
▶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과일 중에서는 복숭아를 올리면 안 되고, 갈치, 참치는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은 그런 문헌을 제가 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보면 민간에 전해지는 관습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그렇군요. 어쨌든 마음입니다.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말씀이네요.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과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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