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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8천억 원대 150억 원…"기업소득환류세제 효과 애초 없었다"

[취재파일] 8천억 원대 150억 원…"기업소득환류세제 효과 애초 없었다"
지난해 7월. 재계는 안도했습니다. 기업들에게 법인세를 추가로 거둬들이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발표됐는데, 큰 부담이 안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 "기업 투자해 내수 활성화하라"며 '기업소득환류세제' 만들어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쌓여만 가는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여론이 비등하자 정부가 부랴부랴 만든 세제입니다. 기업들이 투자를 해야 내수가 활성화되고 경제에도 온기가 도는 데, 잔뜩 웅크리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내유보금은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집중적으로 쌓아놓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제조업의 경우 벌어들인 수익의 80% 이상을 추가 임금비용이나 배당, 투자로 써야 하며,이에 못 미칠 경우 10%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 최경환 부총리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에 대한 증세다"
최경환
연말정산 파동 이후 정부가 “유리지갑에 대해 손쉽게 세금을 더 거두려 한다”는 비난이 일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거론하며 기업에도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란 주장을 펼쳐왔습니다.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실효가 없다”는 야당 의원의 주장에도 “그렇지 않다”고 최 부총리는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정리하면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기업에 부담을 줘 내수시장 활성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본 반면, 정작 기업들과 야당, 그리고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별 효과(기업 입장에서는 부담)가 없을 것으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 현대차, '8천억 혜택 논란'에 화들짝
현대차 연합_640
이런 가운데 어제(16일) 올해부터 적용되는 이런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발표됐습니다. 논란의 중심엔 현대자동차 그룹이 10조 5천500억 원을 들여 산 옛 한전 부지가 자리잡았습니다. 사실 전문가들은 토지를 사는 행위 자체를 투자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해왔습니다. 토지를 사는 것은 소유권이 넘어가는 행위에 불과하며, 어떤 경제적 부가가치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한전부지의 80% 가량은 ‘업무용 토지’로 인정받아, 토지 매입대금의 약 80%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피하기 위한 투자로 간주됩니다. 무려 8조에 이르는 규모로, 여기에 10%의 세율을 적용하면 8천억 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런 계산에 대해 잠잠해하던 현대자동차 그룹에 어제 오후 비상이 걸렸습니다.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마치 현대차그룹에 특혜를 주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급기야 한전부지에 대한 투자를 고려치 않더라도, 올해 기업소득환류세제로 추가로 납부할 세금이 “없을 것”이라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습니다. 검증을 해봐야 했습니다.

올해 실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는 없지만, 가장 근사한 값인 지난 해 실적을 대입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한전부지는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가 공동투자했는데, 현대차에 대해서만 계산했습니다. 제조업의 경우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과표는 ‘당기수익*80%-(임금상승분+배당금분+투자)’의 계산으로이뤄집니다. 이렇게 나온 숫자에 10%를 곱하면 기업소득환류세제로 인한 추가 세액이 나옵니다. 계산에 필요한 숫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당기수익: 4조 6천억 원 (당기수익*80%=3조 6천800억 원)
 - 배당: 5천300억 원
 - 설비투자+임금상승분: 3조 원


이 숫자를 식에 대입하면 기업소득환류세제 과표가 1천500억 원이 나오고, 10% 세율을 곱하면 150억원이 나옵니다. 정부 발표를 액면 그대로 대입해 현대차가 한전부지 투자로 인해 얻을 혜택이 수천억원이라는 계산과 큰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 현대차 "기업소득환류세제, 애초에 부담 안됐다"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처음으로 적용하는 올해의 경우, 현대차 영업환경이 좋지 않아 당기수익이 더 줄어들 공산이 큽니다. 반면 경기 사정이 나쁘다고 설비투자를 갑자기 줄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수익이 크게 줄어드는데, 투자를 줄이기 힘든 상황이라면, 한전부지 효과를 제하고도, 올해 기업소득환류세제로 추가 납부할 세금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이쯤에서 요약 정리해보겠습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들이 벌어들인 수익을 사내에 쌓아두지 않고 투자나 고용 또는 임금, 배당으로 쓰도록 유도하기 위한 대책입니다. 쌓여있는 사내유보금의 상당부분은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집중돼있습니다. 연말정산 파동으로 촉발된 증세 논란에서 정부는 ‘법인세 증세는 안되며, 기업소득환류세제로 사실상 법인세 증세가 이뤄질 것’이란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 토지구입까지 투자로 인정…더 느슨해진 기업소득환류세제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는 토지구입까지도 투자로 인정하는 ‘결단’을 보이며 기업부담을 ‘가급적’ 줄여주려 시행규칙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애초에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해 크게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차의 계산 만 봐도 막대한 한전 부지 매입에 상관 없이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별 부담이 안됐습니다.

사내유보금 논란, 연말정산 논란, 증세논란, 기업소득환류세제 논란...서로 별 관련이 없어보이는 논란들이 이제 서로 연결돼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느슨하게 만들어진 기업소득환류세제에 의문을 표합니다. “투자나 일자리 창출을 원했다면 더 강한 세제를 만들어야 했으며, 효과 없는 기업소득환류세제 대신 법인세 인상이 더 나았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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