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예술의 경지에 이른 고품질 농구 덩크슛

[취재파일] 예술의 경지에 이른 고품질 농구 덩크슛
농구의 세계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NBA 올 시즌 덩크슛 컨테스트에서는 미네소타의 신인 잭 라빈(196cm)이 덩크왕에 올랐습니다. 라빈은 동료가 준 볼을 공중에서 받아 다리 사이로 볼을 빼 덩크를 꽂는 '비트윈 더 레그스(Between the legs)'를 선보이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는데요, 인체공학자들은 중력 때문에 인간은 공중에서 1.25초 이상 떠 있을 수 없다고 했는데, 덩크슛의 세계에서는 이게 완전히 무시됩니다.

뛰어난 점프력을 바탕으로 360도 회전을 하고, 다리 사이로 볼을 빼고, 공을 3개를 한꺼번에 집어넣고, 자동차도 뛰어 넘어 덩크를 꽂고 모든 게 가능합니다. 이건 묘기를 넘어 예술의 경지까지 올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덩크슛은 이처럼 멋지기도 하지만 실전에서도 그 효과가 어마 어마합니다. 점수는 2점에 불과하지만 호쾌한 덩크슛 한방은 축 처졌던 팀 분위기가 단번에 살릴 만큼 위력적입니다. 특히 자기 면전에서 덩크슛을 허용한 상대 팀 선수는 모욕감을 느끼게 돼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기도 합니다.

덩크슛을 누가 처음 시도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1940년대와 50년대 미국 대표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밥 커랜드가 자주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윌트 체임벌린, 줄리어스 어빙 등이 화려한 덩크슛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고 NBA도 1976년 올스타전부터 덩크슛대회를 열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 많은 선수들이 고난도의 덩크 슛을 선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전설로 남은 사람은 스퍼드 웹과 마이클 조던 이 두 선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스퍼드 웹은 키가 170cm. 2m의 거인들이 즐비한 NBA에서는 '난쟁이'라고 불릴 만큼 작은 키였지만 1986년도 NBA 덩크슛 컨테스트에서 3m5cm위의 림에 덩크슛을 작렬시켜 세상을 놀라게 했죠. 당시 경기장에서 웹의 덩크를 보고 놀라 입을 쩍 벌리던 마이클 조던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덩크슛은 결코 키가 크다고 해서 잘하는 건 아니다' 라는 것을 보여준 혁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금세기 최고의 농구선수로 불리는 마이클 조던도 1988년 덩크슛 컨테스트에서 자신의 별명 '에어(Air)에 걸 맞는 환상적인 덩크슛을 선보였습니다. 자유투 라인부근에서 도약한 뒤 약 4m 거리를 단 번에 날았습니다.(3m 이상 높이의 림에다 덩크슛을 꽂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점프 거리는 5m가 훨씬 넘을 듯) 인간이 저렇게 높이 멀리 뛸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그런 묘기였습니다. 





한국농구에서 덩크슛을 최초로 한 선수는 1960-70년대 국가대표 가드로 이름을 날렸던 유희형 씨로 알려져 있습니다.

90년대 초반 농구 담당 기자로 현장을 누빈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덩크슛을 한 선수는 정재근(191cm)이었습니다.

당시 서장훈과 문경은, 전희철 이런 젊은 선수들이 덩크슛을 하긴 했는데 노마크 찬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연세대가 농구대잔치 우승을 하던 1993-94시즌 당시 상무에서 활약하던 정재근은 결승전에서 연세대와 격돌했는데 자기보다 16cm다 큰 서장훈을 앞에 두고 그대로 덩크슛을 찍어 버렸습니다. 국내 농구에서 정말 보기 드문 실전 덩크였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요즘 프로농구에도 덩크슛을 잘하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김선형(SK), 김종규(LG) 김현민(KT) 등이 화끈한 토종 덩크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경기당 평균 덩크슛 개수는 국내선수는 0.19개로 평균 1개 (0.92개)씩을 꽂아 넣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크게 뒤져 있습니다.

실패나 부상 위험성도 있지만 그래도 국내 선수 비중을 따지면 너무 적습니다. 더구나 최근 농구는 배구에 밀려 인기가 과거만 못합니다. 고품질 농구 덩크슛이 좋은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