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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가혹행위 신고했다가…'배신자' 주홍글씨

<앵커>

선임병들에게 구타를 당해 숨진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군은 병영 문화를 혁신하겠다며 가혹 행위를 신고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믿고 신고를 했던 한 병사가 배신자로 찍혀서 결국 우울증을 얻고 현역복무도 못하게 됐습니다. 군 당국의 말을 그대로 믿었던 게 잘못이었습니다.

박아름 기자입니다.

<기자>

공군의 한 비행단 소속 민 모 상병은 지난해 10월 자신이 겪은 일을 신고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바로 위 선임에게 생활관에서 여러 차례 폭행당했고, 어깨 근육을 다쳐 민간 병원에서 수술받은 일을 두고 다른 선임에게 조롱까지 들었기 때문입니다.

고심 끝에 가혹 행위 사실을 신고했지만, 부대에선 열흘 동안 조치가 없었습니다.

민 상병의 부모가 국방부에 민원을 제기하자 그제야 사건 처리가 시작됐습니다.

가혹 행위는 사실로 드러났고 가해 병사들에겐 영창 징계가, 신고를 무시한 주임원사와 장교에게는 각각 보직 해임과 경고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군 병원에 입원했다가 두 달 만에 복귀해 보니 민 상병을 보는 시선이 싸늘했습니다.

[민 상병 아버지 : 우리 아들 때문에 부대의 비리, 병사들 구타 관계가 여러 차례 발각이 됐답니다. 부대의 모든 병사나 간부들이 알게 되면서 이상한 눈으로 보고 눈치도 주고 (그랬다고 해요.)]

가혹 행위 신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관심 병사' 취급을 받았습니다.

처음 만난 장교가 민 상병더러 '유명하다'고 칭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왕따가 있었다는 겁니다.

[비행단 간부 : '네가 유명한 민○○ 일병이구나.'라고 이야기한 건 있습니다. 반가운 척, 아는 척하기 위한 용어로써 그걸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민 상병은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 진단까지 받게 됐습니다.

[민 상병 아버지 : 지금 부대에 가면 가해자인 병사하고 같이 생활해야 하는데 부모로서 억울하고 우리 아들은 아무 문제가 없는 병사고 관심병사가 아니었는데….]

공군은 민 상병이 현역으로 복무하기 어렵다는 판정을 내렸고, 민 상병은 내일부터 공익 근무요원으로 일하게 됩니다.

[임태훈/군 인권센터 소장 : 피해자가 신고하는 것 자체를 부대 분위기를 저해하거나 또는 능력 있는 간부나 선임을 제거한다는 인식을 함으로써 (신고자에게) 주홍글씨 낙인을 찍게 되는 거죠.]

내부 고발자인 가혹 행위 신고자를 적절히 보호하지 못하고 배신자 취급한다면 병영 문화를 혁신한다는 군의 구호는 공허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황인석·제 일, 영상편집 : 김지웅) 

▶ 한민구 "윤일병 가혹행위 사망 사죄…병영문화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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