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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륙 피겨' 데니스 텐 "제2 고국서 펼친 나의 두 번째 올림픽"

'4대륙 피겨' 데니스 텐 "제2 고국서 펼친 나의 두 번째 올림픽"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의 주인공은 '조상의 땅'으로 돌아와 귀환의 드라마를 연출한 의병장의 후손 데니스 텐(22·카자흐스탄)이었다.

12일과 14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5 ISU 4대륙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두 차례에 걸쳐 펼쳐낸 텐의 연기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서울의 밤을 장악했다.

텐은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97.61점, 프리스케이팅에서 191.85점을 받아 합계 289.46점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개인 첫 4대륙 선수권대회 정상을 정복했다.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순간 텐은 이미 자신이 주인공이 될 것을 예감한 듯 기도하는 자세로 얼음 위에 엎드렸고, 이어 큰 대(大)자로 누워 감격을 곱씹었다.

텐의 표정과 몸짓, 객석의 응원이 웅변한 대로 그를 따라올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와 10점 가까운 격차를 벌려 둔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는 2위 조슈아 패리스(미국·175.72점)를 15점 이상 따돌렸다.

격차만이 아니라, 텐의 기록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다.

ISU 홈페이지에 게시된 개인별 최고점수 기록을 보면 이날 경기에 따라 텐은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4위, 프리스케이팅에서 역대 3위, 종합 점수에서 역대 3위의 최고 기록을 보유한 선수가 됐다.

종합점수에서 텐을 앞서는 선수는 지난해 소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패트릭 챈(캐나다·295.27점)과 금메달리스트 하뉴 유즈루(일본·293.25점) 두 명뿐이다.

텐의 성적이 더 특별한 이유는, 그가 잘 알려진 대로 구한말 의병장인 민긍호 선생의 고손자라는 점이다.

여러 차례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거나 아이스쇼에 출연하며 '조상의 땅'에 애정과 관심을 드러내 온 그는 자신이 "제2의 고향"이라 말하는 곳에서 첫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텐은 "한국은 내게 외국이 아니고, 제2의 고국"이라며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내 목표는 이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카자흐스탄과 한국은 매우 긴밀한 곳"이라며 "양국 사람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텐은 한국과의 인연이 자신의 피겨스케이팅 인생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했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와 계약한 그는 "김연아와 만나고 아이스쇼에 출연하면서 점수나 성적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호흡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를 '두 번째 올림픽'이라고 부르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이 소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1주년이라고 소개한 텐은 "지난해 메달을 즐겁게 기념하게 됐고, 그런 점에서 나의 두 번째 올림픽"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텐의 더 큰 목표는 3년 뒤 한국 평창에서 열리는 '진짜 올림픽'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한국 팬들은 이날 목동아이스링크에서 그랬듯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돌아온 텐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낼 것 같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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