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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작은 발걸음으로 그 곳으로…'세월호 도보순례'

솔직히 토요일 1박 2일 출장을 전날 통보받게 되면 누구든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게 마냥 길을 걸어야 하는 도보순례 동행이라면 그 생각만으로도 다리 힘이 풀리고 말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온갖 짜증과 부담감이 몸을 짓눌러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한 방에 날아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고통을 온몸으로 짊어진 세월호 유족분들은 20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오면서도 고작 고개 하나를 넘는 것에 힘겨워하는 나를 보며 위로와 웃음을 건네며 물과 밥과 초코바를 챙겨주셨습니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죄송스러워 힘을 낼 수 있었다. 능력의 부족으로 생각한 것만큼 되지는 못했지만, 실종자의 귀환과 진실의 인양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지금의 내게는 이것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일정에 쫓겨 급히 만드는 바람에 퀄리티가 낮아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배경음악으로 쓴 조쉬 그로반의 gira con me는 '나와 함께 돌다'라는 뜻이다. 당신들을 잊지않겠노라고, 세상이 여러분들과 함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마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il mondo gira con me questa notte piccolo passi che faccio con te
-오늘 밤 세상은 나와 함께 돌아가고 작은 발걸음으로 당신과 함께 걷고 있네.


영상과 잘 어울리지는 않을 수 있지만, 아마 이 가사가 세찬 눈보라와 함께 그 길을 같이 걸었던 카메라기자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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