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플러스] '이완구 녹취록'으로 드러난 언론의 민낯

이번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검증 절차에서 가장 논란이 된 건 바로 녹취록이었죠.

물론 사안의 본질은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언론관이었지만, 이 문제가 보도되기까지의 과정도 같은 언론인으로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습니다.

조성현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지적했습니다.

녹음이 이뤄진 건 지난달 말 이완구 후보자가 정치부 기자들과 가진 번개 오찬 자리였습니다.

평소 가까이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인물이 예정에도 없던 식사를 불쑥 제안해 왔으니 기자들에게는 거부하기 힘든 기회였을 겁니다.

중앙 일간지 기자 네 명이 동석해 김치찌개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간 말들이 고스란히 녹음된 뒤에 한 의원실을 통해 결국 방송국으로 넘겨졌죠.

통신비밀 보호법상 자신이 포함된 대화를 녹취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닙니다.

또 공인이 부적절한 언행을 했을 때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도 기자로서 지극히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대다수 기자들이 취재를 하다 보면 녹음 기기에 자주 의존합니다.

다만 여기서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해서 얻은 녹음 파일을 왜 특정 정당으로 건넸나 하는 점입니다.

차라리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고 멋지게 단독 보도를 했으면 깔끔했을 겁니다.

아니면 제3의 중립적인 단체나 기관의 힘을 빌렸어도 정치적인 오해를 불러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그 피해는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돌아갑니다.

취재원들이 기자 회견 같은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만 입장을 전하려 할 테고 그렇게 되면 어떤 사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생각이나 그 이면을 알아내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총리 인사와는 별개로 우리나라 언론의 관행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

어제(12일)저녁 8시 뉴스에서는 홍콩에서 일하는 동남아 출신 가정부들의 인권 침해 실태를 보도해 드렸습니다.

마치 하인이나 노예처럼 고용주로부터 온갖 비인간적인 수모를 당하고 있었는데요.

홍콩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와도 연관이 있었습니다.

베이징에서 임상범 특파원이 취재파일에 자세히 남겼습니다.

홍콩은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라 대략 일곱 집에 한 집꼴로 외국인 가정부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들입니다.

그런데 홍콩에는 외국인 가정부가 반드시 고용인의 집에 입주해야 한다는 법이 있습니다.

파트타임 가사 도우미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한 분리 정책인 겁니다.

하지만 홍콩의 집들은 대개 비좁습니다.

서울 강북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는 땅에 700만 인구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정부들은 주방이나 거실 한구석에서 자며 생활합니다.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겁니다.

유명인들도 외국인 가정부들의 인권 유린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4대 천왕으로 불리던 배우 장학우는 3년간 무려 21명의 가정부를 갈아치운 것으로 악명이 높고, 왕가위 감독은 인도인 가정부를 학대했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인권 운동가들은 가정부들의 입주를 의무하는 규정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더군다나 앞으로 홍콩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가정부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이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하루빨리 찾아야 할 때입니다.

지금의 비뚤어진 악습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홍콩인들의 삶은 더 외롭고 고단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

노래 가을편지입니다.

40년이 넘도록 이 노래가 한국인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 온 데에는 아름다운 멜로디뿐 아니라 노랫말의 힘도 컸는데요.

요즘 유행하는 노래들을 듣다 보면 가사가 좀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뭐가 어떻게 달라진 걸까요?

2년 전 이 주제를 파고들었던 이주형 기자가 지난주 소개해 드린 귀로 듣는 취재파일 오디오 취재파일로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최동호 교수/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 우회적인 건 없고 '그리워하다.' 라든가 추상적인 어휘는 사라지고 '싫다', '좋다', '나쁘다.' 이런 직접 어법의 등장이다. 저는 그렇게 봐요.]

최근 노래 가사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단순히 비속어나 외국어를 남발하는 것 외에도 자신의 직설적인 감정 표현에만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실제 전문가들이 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별 인기 가요 총 400곡을 대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명사를 분석해본 결과, 별, 바람, 눈, 밤 같은 자연 관련 어휘가 7, 80년대에는 많이 쓰였던 반면 2000년대 들어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나를 둘러싼 주위 환경이나 관계, 그리고 비유가 사라진 겁니다.

[윤종신/가수 : 음악을 한두 번 들어보고 판단해버리기 때문에 조금 더 은유적인 걸 쓰면 '무슨 얘기야 넘겨' 이렇게 되듯이 처음부터 '난 네가 보고 싶어 죽겠어….']

이런 현상은 MP3의 등장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가 개인화되면서 더욱 심해졌습니다.

다양한 세대가 공감하는 정서보다는 내가 처한 상황 나의 기분이 중요해진 겁니다.

그렇지만 최신 가요가 모두 이렇다는 건 아닙니다.

지금도 좋은 가사를 가진 노래는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지만, 대중음악계의 현실적인 구조상 대형 제작사의 아이돌 그룹 노래에 묻히고 있는 겁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듣는 노래 가사는 평생 기억에 남으며 인격 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요.

미디어가 더 적극적으로 다양성을 조명해줄 필요성도 있어 보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