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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美 애플의 약진…'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애플, 시가총액 7천억 달러 돌파의 명과 암

[월드리포트] 美 애플의 약진…'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2012년 10월 스티브 잡스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월가에선 '이제 애플이 정점을 찍었다'고 보는 분위기였다. 모두들 바톤을 이어받은 팀 쿡을 못 미더워하는 것 같았다. 절제되고 차분한 쿡의 경영방식은 그전까지 애플의 사풍이었던 '신선한 바람'같은 것과는 좀 다른 것이었다. 그는 새로운 것을 만들려하기 보다는 기존의 것에서 시작했다. 요즘 애플의 기록적인 주가 상승으로 미 언론에 연일 조명되는 팀 쿡의 성공담은 대략 이렇게 시작한다.

CNN 머니는 고집 센 잡스가 정말 싫어했던 것들 5가지를 지금의 애플이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른바 터치펜, 작은 사이즈의 태블릿, 큰 화면의 아이폰, 현실과 동떨어진 소프트웨어 설계, 그리고 사회 기부활동이다. 애플은 지난 해 4분기 약 19조 5천억 원이라는 세계 상장기업의 분기 순이익으로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1년 전에 비해 37% 늘어난 것이다.

중국에서도 잘 팔린 비싼 아이폰

가장 큰 요인은 이른바 큰 화면 아이폰이 잘 팔린 덕분이었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시장인 중국에서 이 대형 화면의 스마트폰이 통했다. 삼성 스마트폰처럼 큰 화면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애플의 소프트웨어적 강점까지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줬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같은 분기 중국과 중화권에서 애플의 매출은 약 70%가 늘어났다. 대형 화면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결과는 '하이엔드', 즉 고가형, 고급폰이 중국에서 잘 팔렸다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너무 가격에 예민해서 애플의 고가 스마트폰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통설을 무시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그건 사실 말도 안되는 편견이었어요." 팀 쿡은 지난 화요일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중국 중산층도 애플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애플의 선택은 시기적으로 중국의 변화와 교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 시장이 주목한 에플페이의 잠재력
애플페이
시장에서 주목하는 다른 큰 요인의 하나는 '애플 페이'라는 모바일 결제인프라의 구축이다. 미국의 저가항공인 제트블루가 승객들이 기내에서 쓰는 결제방식으로 채택했다는 소식에 이어 중국의 최대 신용카드사인 유니언페이가 애플과 제휴한다는 소식이 애플의 주가를 성큼 더 띄웠다. 다가오는 스마트폰 업계의 중요시장이 바로 모바일 결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에플 페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애플이 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것이다. 애플은 4월에는 애플 워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물 인터넷 시장에 대한 공세이다. 팀 쿡 CEO는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대형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사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경제적 실리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노리는 양상이다. 미래의 애플은 스마트폰 회사가 아닐 수도 있다.

잡스는 멀리했던 주주친화 경영의 그림자

여기까지가 팀 쿡 신화의 줄거리이다. 하지만 애플의 주가상승에는 그림자가 있다. 하나는 최근엔 수그러든 탈세 논란이다. 수익의 80~90%가 해외 법인이 귀속돼있는 것은 미국 대표 기업으로서 세금 회피의 이미지를 가릴 수 없다. 이것을 영리한 절세전략으로 평가하는 것이 또한 미국 언론이다. 둘째는 팀 쿡이 경영을 맡은 이후 계속된 자사주 매입이다. 애플은 2015년 말까지 자사주 매입과 주주배당을 합쳐 1천억 달러를 주주들에게 주는 계획을 발표했다. 성장성을 강조하는, 끊임없는 혁신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IT기업으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이런 주주친화적 정책은 저유가로 투자여력이 생긴 자산가들의 주식 매입을 이끌었고 최근 주가 상승의 가장 큰 배경이 됐다. 일단 주주 입장에선 좋은 기업임에 확실하고 미래의 성장성까지 갖췄으니 사상 최대의 시가총액 기록을 낼 수 있었다.

2006년만 해도 애플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4분의 3이었다. 2007년 아이폰 선풍으로 1년 만에 삼성전자의 2배가 됐다. 삼성전자도 큰 화면 갤럭시노트로 거센 추격을 벌였다. 지난해 말 세계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팽팽하게 공동 1위를 기록했다는 추산이 나왔다. 삼성은 현재 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애플도 최근의 영광이 있기 불과 2,3년 전 큰 위기를 겪었다. 다가오는 재격돌은 물러설 수 없는 승부가 될 것이다. 그 경기장은 중국, 그리고 모바일 결제시장이 될 것이다.
그래픽_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다음달 스페인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6를 발표한다. 인도시장을 겨냥한 초박형 풀메탈 중가 스마트폰도 출시했다. 애플은 4월에 애플워치를 발표한다. 10년 전 한국의 젊은 엔지니어들은 미 기업들의 견제 속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산 스마트폰을 키워냈다. '모방'을 트집잡던 애플이지만 최근 성공한 아이폰의 대형화면도 삼성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적 장점을 가져간 것이다. 맨 땅에서 IT산업을 일궈낸 한국의 기술력과 끈기, 창의성은 '천재의 천국'이자 벤처 디지털 기술의 오아시스에 사는 미국인들도 혀를 내두른다. 각종 IT관련 기업행사에서 만나는 미국 기자들은 항상 삼성과 LG의 행보에 대해 묻곤 한다. 그들에겐 여전히 힘든 상대가 바로 한국인 것이다. 2015년 상반기, 떠들썩한 팀 쿡의 애플신화를 잠잠하게 할 삼성의 대반격을 뉴욕에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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