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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축구에서도 '비디오 판독' 도입될까?

오는 27일 국제축구평의회(IFAB)에서 도입 여부 논의

[취재파일] 축구에서도 '비디오 판독' 도입될까?
지난 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나온 대표적인 오심 논란 사례입니다. 두 경우 모두 경기의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 장면 1
 

조별리그 그리스 vs. 코트디부아르
1 대 1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그리스가 사마라스의 페널티킥으로 2 대 1로 승리해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비기기만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코트디부아르로서는 통한의 실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느린 영상으로 보면 사마라스가 상대 선수가 아닌 자신의 발에 걸려 넘어진 것으로 드러나 오심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 장면 2
 
16강전 네덜란드 vs. 멕시코
1 대 1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네덜란드가 훈텔라르의 페널티킥으로 2 대 1로 승리해 8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런데 주심이 네덜란드 로번의 헐리웃 액션에 속아 페널티킥 판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느린 영상으로 보면 로번은 상대 수비수와 살짝 접촉은 있었지만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온 몸으로 넘어지는 과장된 몸짓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로번에게는 '세계 최고의 다이버'라는 비아냥 섞인 수식어가 붙기도 했습니다.

축구에 비디오 판독 제도가 있었으면 이 두 장면의 판정은 번복될 수도 있었겠죠?

● 2월 27일 국제축구평의회(IFAB)에서 비디오 판독 도입 여부 논의

실제로 축구에서도 비디오 판독 도입 여부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합니다. 축구 경기의 규칙을 정하는 기구인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총회를 여는데 비디오 판독이 안건 가운데 하나로 채택됐습니다. IFAB의 문서에 따르면 이번 총회의 안건은 크게 '결정 안건'(Items for decision)과 '논의 안건'(Items for discussion)으로 나뉘는데 비디오 판독은 '논의 안건'에 포함됐습니다. 따라서 당장 이번 총회에서 비디오 판독 도입 여부에 대해 가부간의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을 보입니다. 하지만 가능한 옵션과 후속 조치(Discussion on potential options and subsequent steps)에 대해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될 계획입니다.
취재파일

야구, 배구, 농구, 미식축구 등의 종목처럼 축구에서도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면 골 라인 판독 기술을 능가하는 엄청난 변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축구에서의 비디오 판독이 이번에 뜬금없이 나온 얘기는 아닙니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지난해 6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FIFA 총회에서 심판의 정확한 판정을 돕기 위해 비디오 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골라인 기술이 도입된 마당에 비디오 판독이라고 안 될 이유가 없다며 한 경기에서 양 팀 감독에게 각각 두 차례씩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습니다. 블래터 회장은 또 올해 5월에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비디오 판독을 시범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공은 경기 규칙을 정하는 IFAB에게 넘어 갔습니다. IFAB의 구성은 상당히 폐쇄적입니다. IFAB는 잉글랜드 축구협회, 스코틀랜드 축구협회, 웨일스 축구협회, 북아일랜드 축구협회를 대표하는 4명과 FIFA를 대표하는 4명을 합해 모두 8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축구 종주국인 영국과 FIFA로 구성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구성원의 4분의 3 이상(6명)이 동의해야 안건이 통과됩니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전통적인 관념이 아직도 강하고 축구의 전통을 중시하며 변화에 소극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디오 판독과 비교하면 간단한 문제였다고 할 수 있는 골 라인 판독 기술을 도입하는데도 상당 기간 진통을 겪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디오 판독이 경기의 흐름을 끊어 보는 재미를 반감시키고 축구라는 종목 특성상 반칙인지 아닌지 분간하기가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은게 사실입니다.

이렇듯 실제 도입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비디오 판독이 논의의 테이블 위에 오르고 공론화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작지 않은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이번 IFAB 총회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과 범위(예 : 파울, 오프사이드, 페널티킥 등)에 대해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도 관심입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골 라인 판독이 도입된 데 이어 한 발 더 나아가 심판 판정에 대한 비디오 판독까지 도입을 검토하게 됐습니다. 전자기술과 중계기술의 발달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스포츠계의 격언이 점점 옛말이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축구에서 비디오 판독이라는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요? 오는 27일 국제축구평의회(IFAB)에서 논의의 첫 걸음을 어떻게 뗄 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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