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러시아-이집트 협력 강화 배경은…서방에 등 돌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압델 파테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양국간 경제·군사 협력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양국이 의도적으로 서방에 등을 돌리려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푸틴의 이틀간 이집트 공식 방문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압력이 거세진 가운데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집트 역시 2013년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데 이어 시위대를 유혈 진압, 이를 곱지 않게 바라보던 이집트의 오랜 동맹인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을 초대했다.

10년 만에 이집트를 방문한 푸틴과 엘시시는 개인적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했다.

푸틴은 이틀간 카이로에 머물며 엘시시와 함께 오페라하우스에서 영상물을 보고 단둘이 저녁식사를 했다.

푸틴은 엘시시에게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선물로 건네기도 했다.

두 정상은 10일에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가 이집트에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집트 수에즈운하에 러시아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데도 합의했다.

양국의 교역 확대를 위해 결제 수단을 미국 달러가 아닌 러시아 통화 루블화로 바꾸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러시아는 현재 이집트와 35억 달러 상당의 무기 거래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이 전했다.

이집트군은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방공미사일 시스템과 군용 헬기, 미그(MiG)-29 전투기, 대전차포 등의 무기를 구매하고 싶다는 의향을 표시해왔다.

사실 엘시시는 무르시 정권 축출 이후 친러시아 행보를 하면서도 미국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엘시시는 지난해 자신이 국방장관이던 2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인 8월 두 차례나 러시아를 방문했다.

이집트 국민 다수 뜻을 받들어 무르시를 축출하고 새 정부를 수립했는데 미국 정부가 이를 지지하지 않고 오히려 무르시 정권을 옹호하는 자세를 취한 것에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셈이다.

미국이 군부의 무르시 지지파 탄압을 계기로 대이집트 일부 군사 지원을 한동안 유보하자 양국 관계에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조성됐다.

이후 이집트는 미국의 일시적 군사 원조 중단 조치에 옛 동맹인 러시아와 관계를 회복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1950~1970년대 이집트는 아랍 민족주의 지도자인 가말 압델 나세르의 영향으로 아랍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구소련과 동맹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나세르가 사망하고 안와르 사다트가 권력을 승계하며 이집트와 러시아의 양국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사다트가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고 미국으로부터 매년 13억 달러 상당의 군사 원조를 받자 이집트-러시아 관계는 더 악화했다.

사다트의 친미 정책으로 이집트는 수십년간 미국으로부터 군사 원조를 포함해 연간 20억 달러의 지원을 받게 됐고, 사다트의 정책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까지 이어졌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