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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도 명절증후군 '인지장애에 환청까지'

[월드리포트] 중국도 명절증후군 '인지장애에 환청까지'
설 연휴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고향에 갈 생각에, 일가족이 다 모일 기대에 벌써 마음이 들떠 계신 분들이 많겠죠. 특히 올해는 연휴가 닷새나 돼 더욱 흥분됩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명절을 모두가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상당수 주부들은 올해도 겪어야 할 명절증후군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차례상을 차리고, 손님을 치르는 등 산더미 같은 일에 치여 명절이 아니라 고통절입니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명절에 쌓인 피로 탓에 연휴 뒤 출근하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합니다.

그런데 중국에도 명절증후군이 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듯 다릅니다. 우선 증후군의 발병 대상이 같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혼 주부들이 대다수인데, 중국은 남녀를 불문하고 20~30대 도시 근로자들에게 주로 나타납니다. 발병 시기도 우리는 명절을 지내면서, 아니면 명절 뒤에 증상이 나타는데 반해 중국은 명절 전에 주로 시달립니다.

물론 발병 이유도, 치료법도 이질적입니다.

그럼 중국 젊은이들이 겪는 명절증후군을 알아볼까요?
명절증후군
이 증상의 이름은 '節前綜合症(제첸쭝허정)'입니다. 번역하면 춘절 전에 겪는 종합 증상 정도로 풀어볼 수 있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주로 20~30대 도시 사무직 종사자에게 많이 발병합니다. 처음에는 의기소침, 사지에 맥이 풀리는 현상, 주의력· 집중력 저하 등을 겪습니다. 심각해지면 무기력증, 기억력 감퇴 등으로 발전합니다. 나중에는 분노 조절 장애나 행동 장애, 인지 장애, 심지어는 환청 현상까지 나타난다고 합니다.

한 중국 여성 직장인이 웨이보에 올린 증상을 통해 알아보죠. "일상의 리듬이 망가집니다. 직장에 앉아있어도 마음은 딴 곳을 헤매는 기분입니다. 뭔가 중요한 일을 깜빡 잊고 하지 않았다는 초조함과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갈수록 정신은 산만해지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누군가 말을 걸어도 잘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 완전히 무기력해지는 상태가 지속됩니다. 말기 '제첸쭝허정'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와 정반대의 증상을 겪는 사람도 있습니다. "매일 이어지는 회식으로 사내 분위기가 한껏 들떠 있습니다. 장려상 상금에, 보너스까지 받아 지갑은 두둑해졌습니다. 자리에 앉아서도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해 일은 하는 둥 마는 둥 입니다. 고향에 가져갈 춘절 선물을 핑계로 인터넷 몰에서 미친 듯이 물건을 삽니다. 거의 ‘묻지마’ 구매 수준입니다. 귀에서 '지금 사야 돼. 지금 사야 돼' 속삭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명절증후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우선 들 수 있는 것이 '표 끊기 강박증'입니다. 이번 춘절에 이동을 하는 중국인 수는 연인원으로 따질 경우 28억을 훌쩍 넘습니다. 중국 교통 당국은 기차와 항공기 운행 편수를 최대한 늘렸습니다만 수요를 충족하기에 역부족입니다. 당연히 ‘표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설사 운이 좋아 표를 구해도 입석표일 경우가 많습니다. 운이 겹쳐 좌석표를 구해도 원하는 등급 대신 이등석이나 삼등석입니다. 새해 정초부터 복이 터져 원하는 등급의 표를 구했더라도 길면 며칠씩, 또 몇 번씩 갈아타야 하는 기차 여행은 힘겹습니다. 그러니 ‘표 구하기’와 여행 일정을 짜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설 선물 마구잡이 구매 흥분증'도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보너스를 믿고 병적으로 클릭질을 합니다. 게다가 춘절 전에 중국 대부분의 유통 업체들은 대규모 할인 판매에 나섭니다. 평소보다 싸다는 생각에 ‘묻지마’ 구매를 합니다. 오랜만에 간 고향에서 체면을 세우기 위해 평소 엄두도 못 내던 명품도 과감히 집어 듭니다. 명절이 끝나면 끔찍한 후회에 가슴을 쥐어뜯지만 당장은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노부모 공포증'은 가장 광범위하고 고통스러운 증상입니다. 거의 1년 만에 만나는 부모, 친지, 친구들은 반갑고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감동의 물결이 지나간 뒤 이어지는 각종 추궁과 잔소리는 그 자체로 공포입니다. 연애사는 낱낱이 까발려지고 결혼 압박은 해일같이 밀려듭니다. 적극적인 부모들은 연휴 기간 동안 살인적인 맞선 일정을 잡아 놓습니다. 한 시간 단위로 자리를 마련합니다. 그 외에도 월급과 승진, 구직, 이사, 자녀 교육 등 인생사 모든 일이 도마에 오릅니다. 이 증상을 피할 방법은 딱 한 가지뿐입니다. 춘절 특별 근무를 신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밖에도 '설모임 울렁증', '설음식 사육에 대비한 거식증' 등등 다양한 증세가 존재합니다.

명절증후군
그럼 '제첸쭝허정'의 치유 방법은 없을까요? 전문가들은 쉽지는 않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치유의 첫 시작은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명절 전에 흥분과 우려가 겹치는 것은 당연한 현상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증상을 두려워하기보다 어차피 겪을 일이니 즐기라는 것이죠.

그와 함께 일상의 리듬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명절 전에는 하려는 일의 양을 줄이는 대신 매일 해야 할 목표량을 명확히 정해 반드시 끝내도록 해야 합니다.

혹시 주변에 명절증후군이 심각해 사보타지 수준으로 일을 놓은 동료가 있다면 되도록 접촉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서로 감염시키고 증세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아울러 끊임없이 평소와 같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 암시를 하라고 충고합니다. 결국 마음의 문제이니까요.

이외에 '쇼크 요법'도 있습니다. 연휴 시작에 앞서서 아예 휴가를 내는 방법입니다. 효과는 확실합니다. 증세가 바로 없어집니다. 당연하죠. 그냥 놀면 되니까. 다만 다음해 반드시 증후군이 재발한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그것도 90%는 증상이 악화된다고 합니다.

'훈련 요법'도 소개됐습니다.  '마구잡이 구매 흥분증'에 특효입니다. 매일 하루 세 번씩 자신의 월급 명세표와 인터넷 구매 내역, 또는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반복해서 읽습니다. 구매 욕구를 자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은 하지 않고 명세표만 들여다보고 있는 직원을 환영할 직장이 있을까 의문입니다.

무엇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과유불급'입니다. 명절은 평범한 일상에 변화를 줘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한 장치일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일탈하면 다시 돌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모두 다가오는 설을 흥분되면서도 차분하게, 즐거우면서도 의미 있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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