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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하얼빈 무대에 울려 퍼진 안중근의 외침

[취재파일] 하얼빈 무대에 울려 퍼진 안중근의 외침
안중근 의사 마지막 1년의 행적과 고뇌를 담은 한국 창작 뮤지컬 ‘영웅’이 중국 하얼빈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지난 주말 이틀 동안 모두 3차례 공연이 이뤄졌는데, 하얼빈 최대 극장이라는 1600석 규모의 환구극장이 가득 찼습니다. 한국인도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는 중국인 관객이었습니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9년 처음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이후 국내는 물론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되며 탄탄한 구성을 인정 받은 작품입니다. 몇몇 지점들에서 대작 ‘레미제라블’을 떠올리게 하는 건 단점이지만, 극 전체에서 연출가와 작가, 배우들의 진지함과 성실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장점입니다.

날카로운 총소리로 시작되는 공연은 벌판 위 단지동맹의 현장으로 이어집니다. 손가락을 잘라 맹세를 한 이 청년은 갖은 위기 끝에 하얼빈 기차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한 뒤 '대한독립 만세'를 외칩니다. 그리고 여순 감옥에 수감돼 재판을 받습니다. 독립주권을 침탈하고 동양 평화를 파괴한 이토를 대한의용군사령의 자격으로 총살한 것이므로 일반 살인피고가 아닌 전쟁포로로 다뤄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저격 이듬해 사형을 언도 받고 숨을 거둡니다.

어머니인 조 마리아 여사가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며 옥 중 아들에게 보낸 결연한 내용의 편지는 뮤지컬에서 ‘모자의 인연 짧고 가혹했으나 너는 영원한 내 아들……단 한 번 만이라도 너를 안아봤으면……’이라는 처연한 가사로 바뀌었습니다. 애처로운 가사보다는 서슬 퍼런 원문에서 더 큰 비통함을 느꼈던 터라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기도 한 부분이었습니다.

공연이 예정된 날엔 아침 일찍 하얼빈 기차역에 마련된 안중근 기념관에 다녀왔습니다. 기념관에서 한참을 들여다 본 안 의사의 얼굴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영웅’라는 단단한 이름 속에 감춰진 인간 안중근의 맨 얼굴은 한없이 유하고 순해 보이는 인상이었습니다. 31살, 당시로서는 장년이지만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청년입니다. 그 청년이 민족과 국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과 고뇌가 있었을지 떠올라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그 울컥함은 공연을 보는 동안 끝내 눈물이 되어 흘러 내렸습니다.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 ‘누가 죄인인가’ 같은, 이어지는 극 중 인물들의 질문은 쉽게 답을 말할 수 없는 관객의 마음을 어지럽혔습니다. 이 모든 감상은 작품의 매력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인간 안중근의 삶이 갖는 힘 때문이었습니다. 의거의 현장인 하얼빈에서 ‘영웅으로 불리는 인간 안중근’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된 건 그래서 감동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주말 2월 14일은 많은 연인들이 기다리는 밸런타인 데이입니다. 동시에 안중근 의사가 105년 전 사형을 선고 받은 날이기도 합니다. 안 의사의 그 때 그 절절한 마음을 다시 한번 기억해 보는 계기가 된다면 더 좋을 겁니다.
  
▶[8뉴스] 하얼빈 무대 오른 '영웅' 안중근…감동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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