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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태환 22일 출국…'20개월 징계'가 마지노선

[취재파일] 박태환 22일 출국…'20개월 징계'가 마지노선
도핑 사실이 적발돼 파문을 일으킨 수영스타 박태환이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설연휴 마지막날인 오는 22일 출국합니다.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 로잔에서 머물며 도핑 관련 전문 변호사인 안토니오 리고찌씨와 함께 27일 열리는 청문회에 대비할 계획입니다.

칼자루를 쥔 국제수영연맹이 과연 어느 정도의 자격정지 징계를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현 규정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한 선수는 2년간 자격이 정지되고 납득할만한 사유를 제시하면 최대 1년까지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박태환이 2년간 징계를 받으면 그의 꿈인 내년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는 것은 물론 은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박태환은 청문회 이전까지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은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금지약물 성분(테스토스테론)이 포함된 ‘네비도 주사’를 맞은 것이 고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국가 기관인 검찰이 공식 발표해주기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제수영연맹이 박태환의 기대대로 검찰 발표를 그대로 수용해 정상을 참작해줄지는 미지수입니다. 25살의 청년이 왜 갱년기 치료제인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았는지, 이 분야에서 20년 넘게 활동해온 김모 원장이 ‘금지약물 1호’인 테스토스테론을 정말 몰랐는지, 일반인도 이해하기 힘든 숱한 의문점들을 도핑 전문가들에게 하나하나 납득시키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의 판례와 다른 선수들에게 적용됐던 원칙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박태환의 징계 기간은 18개월, 20개월, 그리고 2년 이렇게 3가지 중의 하나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즉 박태환 측이 제시한 사유가 조금이라도 이해할만 하다고 국제수영연맹이 판단하면 18개월 또는 20개월로 경감되고 그렇지 않으면 2년으로 결정됩니다. 박태환 측이 바라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18개월입니다. 차선책은 20개월 미만의 징계를 받는 것입니다.

20개월은 리우 올림픽 출전을 위한 마지노선입니다. 박태환의 징계는 국제수영연맹이 도핑 검사를 실시한 2014년 9월3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20개월 자격 정지를 받으면 2016년 5월2일에 징계가 끝납니다. 리우 올림픽 개막(8월5일) 3개월 전입니다. 이때부터 박태환의 행보는 바빠집니다.

동아수영대회가 주로 4월말에 열리는데 대한수영연맹과 시기를 조정할 경우 5월 초순에 리우올림픽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대회로 개최할 수 있습니다. 박태환은 이 대회를 통해 태극마크를 달 수 있습니다. 올림픽 엔트리(명단) 제출과 국가대표 선발 절차 시기를 감안하면 최소한 리우 올림픽 석 달 전에는 징계가 끝나야 합니다. 

이런 시나리오가 다 들어맞는다 해도 박태환이 넘어야 할 큰 산이 또 있습니다. 바로 대한체육회 규정입니다. 도핑 검사에 걸려 징계를 당한 선수는 징계가 종료된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이 원칙이 바뀌지 않는 한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합니다.

대한체육회는 “일단 박태환 선수의 징계 수위를 지켜본 뒤 국민 여론과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습니다. 새로 만든 지 1년도 안된 규정을 박태환 단 1명을 위해 변경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징계 기간 중에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자격이 박탈된 선수는 국내외 모든 대회 출전이 금지됩니다.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 일반 수영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외국에서도 각국 수영협회가 지원하는 훈련 프로그램에는 참가할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해 개인적으로 코치를 영입해 '나 홀로' 연습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훈련에 대한 제재는 징계 종료 시점으로부터 2개월 전에 풀립니다. 즉 20개월 징계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2016년 3월2일이 돼야 겨우 정상적인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박태환이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서려면 ‘20개월 미만 징계’, ‘대한체육회 규정 변경’, ‘경기력 유지’라는 험난한 산을 3개나 넘어야 합니다. 그에게 리우로 가는 길은 한마디로 첩첩산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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