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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녹취록 없다던 육군, 이틀 만에 공개…대놓고 거짓말

지난주 육군 모 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죠.

그런데 긴급 대책회의라고 열린 곳에서 1군 사령관 대장이 피해 여군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했다는 사실 8시 뉴스에서 보도해 드렸는데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모자라서 이를 증명할 녹취록이 없다고 단언해 놓고는 뒤늦게서야 공개했습니다.

그것도 전문은 아니고 곳곳을 지운 채로 국방부 담당 기자들에게 문자로 발송한 건데요.

김태훈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육군 참모총장이 주재한 화상 회의 자리에서 장 모 대장이 내뱉은 문제의 발언은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 표현을 하지 왜 하지 않느냐."였습니다.

지난 4일 제보를 받은 군 인권센터가 이를 지적하자 1군 사령부는 이를 부인하며 여군들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도록 교육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는데요.

당시 확실한 뉘앙스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녹취록이 필요했지만, 아무런 기록도 없다고 잡아뗐던 사령부가 이틀 만에 느닷없이 녹취록을 내놨습니다.

한 번 그대로 옮겨 보자면 "여군들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서 어떤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을 수없이 교육했지만, 처음에 잘못된 것을 본인이 인지했으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의사 표시를 했어야 했고 그래서 여군들에 대해서도 보다 정확하게 허용 안 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교육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적혀 있었는데요.

이 몇 줄 안 되는 글에 여섯 군데나 <중략> 처리가 돼 있습니다.

그리고 왜냐고 물었더니 해당 여군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부분이라며 수사 상황이기 때문에 생략했다는 게 육군의 설명이었습니다.

언론에는 밝힐 수 없는 민감한 내용이라서 편집을 했다면서 그러면 수천 명의 장교들이 지켜보고 있는 공식 석상에서는 왜 공개했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해자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육군 내에서의 인식을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유도할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도 일단은 없다고 대놓고 거짓말까지 하는 육군의 처신 총체적 신뢰의 붕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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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연평도에서는 한 해병대 일병이 훈련 도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아직 사고의 원인도 누구의 책임인지도 명확히 모르는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진 일병의 아버지가 보여준 선행이 주변 사람들을 숙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김수영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소개했습니다.

아들을 떠나 보낸 이 모 일병의 아버지는 며칠 후 사고가 난 부대를 방문했습니다.

이 일병과 함께 근무했던 장병 5명이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던 의무실을 찾아 이들의 손을 꼭 잡고 한 명씩 안아준 뒤에 아버지는 부대장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1천만 원이라는 큰돈이 들어 있었는데요.

힘들게 복무하는 해병대원들을 위해 써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부대장은 순직한 아들을 위해 작은 비석이라도 세워주겠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들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말아 달라고 꼭 근무하고 있는 병사들을 위해 써 달라고 강조한 겁니다.

아들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포상 휴가증도 다른 누군가가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아들을 응급 처치했던 동료 부대원에게 넘겨 주었습니다.

숨진 이 일병은 집안의 3대 독자였습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한 모습으로 이번 사고로 그 누구도 처벌을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오히려 남겨진 나라의 아들들을 걱정했는데요.

넉넉한 형편이 아닌데도 선뜻 기부까지 한 이 평범한 아버지는 아들을 이렇게 명예롭게 가슴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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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박태환 선수가 도핑 파문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그의 라이벌로 꼽히는 중국의 쑨양 선수도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최근 새로 영입한 코치가 어린이들을 엽기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고소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권종오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현재 호주에서 쑨양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브라이언 킹 코치입니다.

그런데 지난 2011년 브라이언 킹이 수영 클럽에서 어린 소년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비인간적인 짓을 저지른 점이 드러났습니다.

10살밖에 안 된 남자아이에게 훈련을 받는 모습이 마치 개와 같다며 바닥에 엎드린 채 개처럼 짖으라고 시킨 겁니다.

다른 아이한테는 말을 똑바로 듣지 않는다며 이미 녹초가 됐는데도 접영으로 1천 m를 헤엄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몰상식한 행동이 지속되자 학부모들의 투서가 빗발쳤고 브라이언은 결국 재작년 말에 해고됐는데요.

이제야 현지 언론 보도로 그의 만행이 폭로되면서 그는 코치를 비롯한 모든 자격이 영구히 박탈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쑨양은 안 그래도 지난해 도핑에 따른 징계의 일환으로 매년 전지훈련을 하던 정든 수영장도 더이상 가지 못하게 되고, 또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전담코치와도 결별해야 했는데요.

이번에 또 다시 불미스러운 일로 새로운 코치를 구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모든 것의 출발점은 금지약물 복용에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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