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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대북전단 살포 막지 말아야"

"표현의 자유 들어 주민 안전 외면" 반대 의견도

국가인권위원회가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정부가 이를 단속하거나 저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내부에서도 북한의 포격 위협에 시달리는 접경지역 주민의 여론을 외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특정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만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인정하는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어 이번 결정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9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달 26일 열린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의견 표명안을 의결했다.

11명의 인권위원 중 장명숙, 강명득 위원만 반대표를 던졌고 한 명은 기권한 가운데 나머지 8명의 위원은 찬성했다.

인권위는 의견 표명안에서 "민간단체나 개인의 대북전단 활동은 세계인권선언(UDHR) 및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며 "북한이 이에 대해 물리적 타격을 가하거나 위협하는 것은 국제인권규범과 국제법에 반하는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북한이 물리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협박한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국민의 활동을 제지하는 것은 북한의 부당한 요구에 부응해 정부 스스로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인데 북한의 협박은 이 같은 근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남북 간 '상호비방금지 합의'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장명숙 위원은 반대 의견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지 못해 제한되는 표현의 자유보다 북한 포격에 노출되는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공익이 더 크므로 살포 제지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부에 이들을 보호하라고 촉구했어야 할 인권위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위험을 방지할 조치도 하지 말라는 것은 기본적 인권 보호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아울러 "인권위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전단 살포 제재에 대해서는 침묵했다가 이 건에 대해서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는데,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고 오로지 인권의 보편적 가치에 따른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인권위 내부에서도 "실제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북한의 포격이 있었는데도 이를 '위험'으로 인식하지 않고 주민들의 인권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권위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에 국민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셈이 됐다"면서 "이런 민감한 사안에 8명이나 다수 의견을 낸 것은 인권위원들의 정치적 성향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린 비정상적 상황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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