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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대 독자 아들 가슴에 묻고…

[취재파일] 3대 독자 아들 가슴에 묻고…
지난 1월 24일, 연평도에 주둔하고 있던 해병대 부대에서 자주포 전투배치 훈련을 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조종수였던 이 모 일병이 숨졌습니다. 이 일병은 사고 즉시 인천에 있는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지만 소생하지 못했습니다. 장례식은 국군수도병원에서 진행됐고, 26일 발인을 끝으로 이 일병은 가족과 동료 부대원들의 곁을 떠났습니다.

아들을 떠나 보낸 이 일병의 아버지는 며칠 후 연평도를 방문했습니다. 사고가 난 현장과 부대를 둘러보며 아들이 남긴 마지막 흔적을 담았습니다. 왜 사고가 났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책임인지도 가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려운 사고 원인처럼 아버지의 마음도 복잡했을 것입니다.
 
이 일병 아버지는 부대 의무실을 찾았습니다. 사고 당시 함께 근무했던 장병 5명이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라우마 치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눈앞에서 전우가 숨진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겁니다. 의무실을 찾은 아버지는 이들의 손을 꼭 잡고 한 명 씩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건넸습니다. 

"환자복을 입고 있으면 어떡하느냐..나라를 지켜야지.." 

이후 아버지는 부대장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그 속에는 천만 원이라는 큰 돈이 들어있었습니다. 힘들게 복무하는 해병대원들을 위해 써달라는 당부와 함께였습니다. 순직한 아들을 위해 작은 비석이라도 세우겠다는 부대장의 말에 아버지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들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말아달라고, 꼭 근무하고 있는 병사들을 위해 써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아들은 훈련 중에 명예롭게 순직한 것만으로도 족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또 아들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했다며 아버지는 포상 휴가증도 전달했습니다. 꼭 휴가를 나오고 싶을 때 쓰기 위해 아들이 아끼고 아껴둔 휴가증이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사용하지 못했으니 다른 누군가가 이것을 썼으면 좋겠다고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이 휴가증은 사고 당시 응급처치를 했던 해병에게 전해졌습니다.

군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아버지는 차분했습니다. 아버지는 자기가 했던 모든 일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고로 인해서 아들의 전우들이 어떤 피해를 보거나 처벌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계속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본 군 관계자는, 넉넉한 형편처럼 보이진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냥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평범한 아버지처럼 보였다고 했습니다. 이 일병은 3대 독자였습니다. 그런 아들을, 백령도에서 해병으로 근무했던 아버지는 명예롭게 가슴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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