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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온난화…강력한 엘니뇨·라니냐 두 배 늘어난다

[취재파일] 온난화…강력한 엘니뇨·라니냐 두 배 늘어난다
지난 1997년 봄, 별다른 변동이 없었던 열대 동태평지역의 해수면 온도(SST)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5월부터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 이상 높아지더니 다음해인 1998년 봄까지 바닷물의 이상 고온 현상이 계속됐다. 특히 1997년 12월 초의 열대 동태평양의 해수면온도는 평년보다 최고 4℃ 이상이나 높아졌다(자료: 미국해양대기청,NOAA). 최근 100년 사이에 가장 강력하게 발달한 1997/98년 엘니뇨다.

엘니뇨는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기상학적으로 정확하게는 엘니뇨 감시구역인 열대 태평양 Nino 3.4 지역( 5°S~5°N, 170°W~120°W)에서 5개월 이동평균한 해수면온도 편차가 0.4℃이상으로 나타나는 달이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엘니뇨라고 한다(자료:기상청). 엘니뇨는 보통 2~7년에 한번 꼴로 발생한다.

열대 동태평양의 해수면온도가 평상시보다 1~2℃ 올라간다는 것은 열대 동태평양에 평상시와 달리 비정상적으로 엄청난 양의 열에너지가 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다에 쌓인 열에너지는 곧바로 주변 공기를 뜨겁게 달구고 공기의 이동을 유발해 날씨에 변화를 초래한다. 수온이 1~2℃ 높아지는 게 뭐 그리 대단할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보통 작은 냄비에 물을 끊일 때 불로 가열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태평양에 있는 엄청난 양의 물의 온도를 1~2℃ 높일 때 얼마나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할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정 반대 현상이다. 열대 동태평양의 바닷물이 평상시보다 차가워지면서 해수면온도가 낮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평상시와 달리 비정상적으로 에너지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문제는 강력한 엘니뇨나 라니냐가 발생하면 전 지구적으로 날씨가 요동을 치게 된다는 것이다. 잔잔한 호수에 커다란 돌을 던지면 돌이 빠진 곳 뿐 아니라 호수 전체로 거친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것이다. 열대 동태평양에 평상시와 달리 비정상적으로 열에너지가 늘어나거나(엘니뇨) 줄어들면서(라니냐) 전 지구적으로 기상이변을 불러오는 것이다.

엘니뇨가 발생할 경우 뜨거워진 열대 동태평양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페루나 에콰도르는 이상고온과 폭우로 몸살을 앓게 되고 미국 남동부 지역은 비가 많이 내리는 경향이 있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은 이상 고온현상이,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이상고온에 가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의 경우도 겨울에 이상난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발생한다.
브라질 폭우 캡쳐_

실제로 최근 100년 사이에 가장 강하게 발달했던 엘니뇨인 1997/98년 엘니뇨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에서 2만 2천명이 목숨을 잃었고 약 36조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Sponberg, 1999).

엘니뇨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라니냐가 발생할 경우 역시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홍수나 가뭄, 이상고온이나 저온 같은 기상이변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기상 이변을 몰고 오는 엘니뇨와 라니냐는 어떻게 될까?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강력한 엘니뇨와 라니냐가 지금보다 2배나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Cai et al, 2015; Cai et al.,2014).

호주와 중국, 미국, 영국, 프랑스와 페루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 1891년부터 1990년까지 100년(규준 실험)과 그리고 1991년부터 2090년까지 100년(기후변화 실험)에 대해 기후 예측 모형을 이용해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강력한 엘니뇨와 라니냐 발생 수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조사했다. 기후변화 실험에서는 209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별다른 노력 없이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시나리오(RCP8.5)를 가정했다. 강력한 엘니뇨와 강력한 라니냐의 기준은 열대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의 강수량을 지금까지의 강수량 분포와 비교할 때 상위 약 5%(강력한 엘니뇨) 또는 하위 약 5%(강력한 라니냐)에 들어가는 경우를 말한다.

실험결과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처럼 계속될 경우 앞으로 100년 동안에는 강력한 엘니뇨가 지난 100년보다 2배 이상 많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00년 동안 약 20년에 한 번꼴로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10년에 한번 꼴로 매우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한다는 뜻이 된다.

라니냐 또한 급증해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지난 100년보다 강력한 라니냐가 1.7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00년 동안 23년에 한번 꼴로 강력한 라니냐가 발생했는데 앞으로는 13년 한번 꼴로 강력한 라니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강력한 라니냐의 75%는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한 다음에 곧바로 이어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해는 극심한 집중호우가 발생한다면 그 다음해에는 1년 전과는 정 반대로 기록적인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기록적인 기상이변이 지금보다 2배나 늘어날 뿐 아니라 기록적인 기상이변이 마치 널뛰기를 하듯이 극과 극을 오가는 기상이변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 된다.


<참고문헌>

* K. Sponberg, 1999: Compendium of Climatological Impacts, University Corporation for Atmospheric Research Vol.1,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Office of Global Programs

* Wenju Cai, Simon Borlace. matthieu Lengaigne, Peter van Rensch, Mat Collins, Gabriel Vecchi, Axel Timmermann, Agus Santoso, Michael J. McPhaden, Lixin Wu, Matthew H. England, Goujian Wang, Eric Guilyardi and Fei-Fei Jin,  2014: Increasing frequency of extreme El Nino events due to greenhouse warming.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2100

* Wenju Cai, Guojian Wang, Agus Santoso, Michael J. McPhaden, Lixin Wu, Fei-Fei Jin, Axel Timmermann, Mat Collins, Gabriel Vecchi, Matthieu Lengaigne, Matthew H. England, Dietmar Dommenget, Ken Takahashi, Eric Guilyardi, 2015: Increased frequency of extreme La Nina events under greenhouse warming.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2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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