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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남은 IS 인질의 운명은'? - 요르단 조종사 처형의 궁금증 6가지

[월드리포트] '남은 IS 인질의 운명은'? - 요르단 조종사 처형의 궁금증 6가지
전 세계가 이슬람 무장세력 IS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IS가 최근 저지른 일련의 사건들은 세계를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인질 참수를 시작해 우리시간 2월 4일 일어난 요르단 조종사의 처형까지, IS의 인질 사태를 쭉 지켜보면서 생긴 궁금증과 고민을 소주제 형식으로 나눠 풀어보겠습니다. 동의하는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시겠죠. 중동 전문가 수준은 아니어도 일련의 과정을 지켜낸 한 사람의 생각이려니 하고 읽어주시고 다른 의견 있으시면 언제든 조언과 의견 부탁 드립니다.

● 화형의 메시지는?

요르단 조종사 알카사스베는 산 채로 붙다 죽었습니다. 제 직업상 보도는 하지 않더라도 IS 관련 영상을 찾고 정보를 캐내고 보도를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끔찍한 영상과 사진을 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화형은 예상도 못 한 탓도 있지만 수없이 많은 처형 장면을 영상으로 접한 저 역시 너무나 잔혹해 몸서리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IS는 왜 이런 극단의 처형을 했을까? 정답은 누구나 예상하는 '공포심의 극대화' 맞습니다. 또 다른 답을 없을까요? 또, 화형이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건 단지 잔혹한 장면이라서 그런 걸까요? 전 이 부분에서 좀 더 생각해봤습니다. (▶ IS, 요르단 조종사 화형)

이슬람에서 참수와 달리 사람을 불태우는 건 금기된 일입니다. 코란에서조차 이슬람을 공격하는 이교도는 참수하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지만(사우디에서는 아직도 참수형이 존재합니다) 화형은 다릅니다. 시신은 반드시 땅에 매장합니다. 몸은 알라의 것이고 알라는 땅과 하늘을 주관하기에 땅에서 비롯된 육신을 땅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사상이 뿌리깊게 박혀 있습니다. 그러기에 화형의 충격은 서양과 동양인보다 아랍인들이 더 클 겁니다. 요르단 조종사라는 점, 미국이 주도하는 IS 격퇴 전략에 동참한 아랍 국가는 더 큰 공포를 느끼겠죠.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에 따르면 1980년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이슬람 투쟁세력은 소련군의 얼굴 가죽을 벗겨서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소련군이 느낀 공포는 말로 표현할 수 없겠죠.

알카사스베의 처형 영상에는 처형된 알카사스베의 얼굴과 미군과 국제동맹군의 폭격으로 숨진 IS 지배지 주민들의 영상이 교차편집 돼 있습니다. 폭격으로 폭탄이 터지면 화염이 치솟죠. 공습은 불을 의미합니다. 그 불을 적군에게 씌웠습니다. 화형은 보복의 메시집니다. 우리 IS 주민과 전사가 공습의 불길에 목숨을 잃었으니 그 공습의 주체인 너 역시 불길에 사라져라 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월드리

● IS이 뱃속엔 뭐가 들어있지?

IS는 요르단에 수감중인 여성테러범 알리샤위를 석방하지 않으면 알카사스베와 일본인 고토 겐지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게 현지시간 지난달 29일입니다. 그리고, 알카사스베의 처형 영상을 공개한 때가 현지시간 2월 3일입니다. 닷새의 간격이 있죠. 그 동안 IS의 관례를 보면 처형 이후 며칠이 지나 영상을 공개하기 때문에 요르단과 인질 교환이 성사되지 않자 알카사스베를 바로 살해한 것일 수 있습니다.

여기선 잠깐, 그런데, 알카사스베의 처형 영상을 볼 때 도무지 그런 생각이 안 듭니다. 22분의 영상. 너무나 치밀하게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 알카사스베의 인터뷰에 맞춰 공들여 제작한 컴퓨터 그래픽 합성, 그리고 오랜 준비를 거친 듯 치밀하고 극적인 효과를 노린 처형 절차를 보면서 좀 다른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만약 내가 이 영상을 제작했다면 얼마나 걸렸을까? 시나리오 구성부터 촬영, 편집 완료까지 적어도 닷새는 걸리겠는 걸. 밤을 새워 아무리 빨리 제작해도 나흘, 그럼 인질 협상이 무산되고 처형을 공개하기까지 너무 시간이 부족한 데.. 그렇다면 혹시 협상하기 전부터 이미 살해한 거 아닐까?

알카사스베가 생포된 지점은 지난해 12월 24일, 그때부터 IS는 알카사스베를 처형할 생각이었고, 가장 극적인 시나리오를 완성해 일찌감치 처형한 뒤 이미 죽은 사람을 놓고 여성테러범 알리샤위를 내놓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협박을 한 게 아닌가? 10년이나 잊혀진 알리샤위를 어차피 되찾을 생각도 없었고 가장 효과적인 인물을 찾다 보니 나온 게 알리샤위였을 뿐이고, 이를 들먹이면서 요르단과 일본, 미국이 서로 인질 교환을 놓고 옥신각신 대립하게 만든 게 아닌가? 답을 정해놓고 질문을 던져 분열을 꾀하는 전략,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정말 그렇다면 IS가 알카에다 출신인 알리샤위를 되찾아 알카에다와 관계 개선을 꾀하려한다. 여성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원조격인 알리샤위를 석방시켜 ‘이슬람 극단주의 투쟁’의 상징화를 의도한다. 알리샤위가 속한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가 IS의 전신이기에 구출하려고 목맨다 등 숱한 추정기사를 써 놓은 전세계 언론도 IS의 바보놀음에 놀아난 격이 됐습니다. 하물며 국제사회는 얼마나 세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일까요? IS는 그걸 비웃고 즐겼을 겁니다.

● 화났다는 국제사회, 어떻게 할 거지?
IS 살해된 요르단

알카사스베 중위 살해 영상 공개된 다음날 새벽에 요르단은 IS가 석방을 요구했던 알리샤위의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추가로 수감중인 테러리스트의 사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차피 알리샤위를 되찾을 생각도 없는 IS가 가슴 아파할까요?

요르단 국방부는 순교자의 피를 헛되게 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보복을 시사했습니다. 과연 그 분노가 그대로 강력한 군사대응으로 옮겨질까요?

요르단의 분노는 극에 달해있습니다. 아직 분노의 목소리만큼은 아니지만 일각에선 요르단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굳이 끼어들 필요가 없는 싸움에 괜한 희생을 낳았다는 비판입니다. 알카사스베 중위의 고향인 요르단 카라크에서는 시위대가 요르단이 국제동맹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지사의 집에 불을 지르기까지 했습니다.

가뜩이나 국제동맹군가운데 소극적인 동참 의지를 보였던 요르단이 과연 더욱 강력한 군사행동을 보일 지… 압둘라 국왕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와서 어떤 심경의 변화를 보일 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니라는 쪽에 한 표를 걸겠습니다. 요르단은 땅도 넓지 않고 그렇다고 군사강국도 아닙니다. 중동에 넘치는 원유도 없거나 거의 없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무역이 발달된 나라입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 이라크, 이집트에 둘러 쌓인 그야말로 중동의 소국입니다. 대세를 따라왔던 나라입니다. 그런데 주체적으로 군사행동을 확대할까요? 저는 '아니요'에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미국과 영국, 유엔, 덩달아 일본도 이번엔 큰 목소리를 냈습니다. 일본의 속셈이야 제 위치에서 깊게 다룰 문제는 아닌 거 같고요, 별 힘 없는 유엔이야 실효성 떨어지는 발언에 그칠 공산이 크고, 영국이야 IS 격퇴 동참에 상당히 소극적인 상황이고, 중요한 건 미국인데, 오바마 대통령은 야만성까지 언급하며 IS의 행위를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아니 규탄했습니다. "IS에 대한 분쇄 그리고 파괴라는 국제사회의 전략과 의지를 더욱 견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만 했지 별다른 말은 없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정치적 수사인지 아니면 '음… 알았어. 미국과 함께하는 나라들에게 그렇게 까지 나온다는 거지? 내 마음에 잊지 않고 새겨 두겠어' 라는 뜻인지는 감이 잘 안 잡힙니다. 뭐 일단 미국 내 강경파의 지상군 투입 주장은 더 거세지겠죠. 주체적인 열쇠를 쥔 건 미국인데, 과연 어떤 결단과 행동에 나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외교전문가 분은 한가지 눈 여겨 볼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국방비 기본 예산으로 5천 340억 달러를 의회에 제출했다는 점인데, 이게 통과되면 역대 최고 액수가 됩니다. 이게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시더군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미국이 지상군 투입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좀 더 뒤에 더 다루지요.)

● 이 전쟁에 대한 IS의 속셈은 뭐지?
IS 납치 일본 인

질문 먼저 드리죠. 과연 IS는 그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겁을 주기 위해 일본인 인질 참수며, 요르단 조종사 화형 같은 일을 저질렀을까요? 이건 '너희들 우리에게 덤비지 마'라는 뜻일까요? 아님 '어서 와봐, 오라니깐, 하나도 안 두려워, 이렇게 만들어 주마'라는 뜻일까요?

IS 수립의 근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IS는 '이슬람 극단주의적 종말론에 입각한 과격주의 집단'이라고 저는 규정합니다. IS의 지상목표는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 제국 건설입니다. 왜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제국 건설일까요?

이슬람에서도 종말론이 있습니다. '이슬람과 예수' 편에서 다룬 내용인데 간략히 설명하면. 코란에 따르면 언젠가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 제국이 비이슬람 이교도들과 최후의 전쟁을 벌입니다. 심판의 날 예수가 하늘에서 내려와 칼리프를 도와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40년간 세상을 통치합니다. 그런 뒤 새로운 칼리프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넘겨주고 하늘로 올라간다는 겁니다. 심판의 날이 되면 인류가 끝장나는 기독교적 종말론과 차이가 있죠.

IS는 그 종말론에 입각한 상태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칼리프를 옹립하고 이슬람 제국을 건설하고, 비이슬람 이교도는 '미국과 서방'으로 자연스럽게 구성이 되겠죠. 이런 종말론에 심취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죽음은 두려울 리 없습니다. IS 조직원들이 자살테러를 아무런 두려움 없이 감행하는 데는 이런 극단주의 종말론 사상이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IS가 과연 '우리가 나라를 세웠으니 그 안에서 우리만의 이슬람제국을 건설하게 좀 놔둬!'라고 원할까요? 이들은 종말의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순교자와 더 많은 적, 더 큰 혼란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의 인질 참수도 그렇고 특히 요르단 조종사의 처형 역시 저는 미국과 서방에 보내는 '도발'이라고 봅니다. 국제사회에 더 큰 자극과 충격을 던져 그들로 하여금 자꾸 더 개입하고 들어오게 끔 만들고 싶어하는 겁니다. 미국과 서방에게(보통 십자군으로 표현하지만) 우리 땅에 들어올 테면 와보라며 지상군 파견을 공공연하게 자극하고 있습니다.

종말의 날이 오려면 세상엔 평화가 사라져야 합니다. 그들은 평화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칼리프제에 입각한 이슬람 제국 건설은 '종말'이 지나야 되는 목표입니다. 지금은 그 종말의 조건을 만들기 위한 과정인 겁니다.
월드리

● IS는 정말 수세에 몰린 건가?

IS는 최근 넉 달간 공들인 시리아 북단 소도시 코바니에서 퇴각했습니다. 반대로 설명하면 쿠르드족이 IS에게 함락 위기에 놓인 코바니를 되찾았습니다. IS는 1,200여 명의 조직원을 코바니에서 잃었습니다.

지난달 초에는 쿠르드족이 시리아와 이라크의 경계를 잇는 신자르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IS는 시리아 거점 락까와 이라크 거점 모술을 잇는 직선 경로가 뚝 잘렸습니다. 40km나 돌아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쿠르드족에게 이라크 거점도시 모술을 공격받고 있습니다.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은 초여름이면 모술을 공격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다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리아와 이라크의 전세는 IS가 수세에 몰린 것일까요? 저는 이 판단은 조금 더 미뤄야 한다는 쪽입니다. IS가 코바니에서 퇴패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바니는 시리아의 최대 격전지는 맞지만 전략적 요충지는 아닙니다. 그 동안 IS가 지도부가 코바니에 전투력을 집중하면서 내부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는 소식이 잇달았습니다.

시리아 락까에서는 외국인 조직원들이 이탈을 시도하다 적발돼 처형됐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더구나 넉 달간 이어진 폭격세례와 치열한 시가전으로 인구 20만 명의 소도시 코바니는 폐허가 됐습니다. 과연 재건에 몇 년이 걸릴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태의 코바니를 굳이 집착할 필요가 없어지지 않았을까? 그보다는 당장 이라크 내 기반인 모술에 전력을 집중할 때라고 판단한 게 아닌가 생각듭니다.

이라크 제 2도시 모술은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의 고향이자 전통적인 수니파 지역입니다.(IS도 수니파죠.) IS에 세력 확장을 한 뒤 거둔 최대 성과중 하나로 꼽히는 곳입니다. 여길 잃으면 사실상 이라크 내 기반을 상실하게 됩니다. 또한, 이라크 서부와 중부를 포함해 수도 바그다드 목전까지 치고 들어간 점령지대가 고립되는 형국이 됩니다. IS에겐 반드시 지켜야 할 요충지입니다.

IS는 쿠르드족 자치정부의 유전지대인 키르쿠르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모술에 대한 쿠르드족 전력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입니다. 또한 이라크 군경을 참수하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모술 공격을 준비하는 이라크 정부군의 사기를 꺾으려는 시도입니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동맹군이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에 대한 공습을 개시한 지 벌써 5개월이 됐지만 되찾은 지역은 1%에 불과하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습니다. 700㎢를 되찾았지만, 여전히 IS가 5만 5천㎢를 장악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물론 미국의 공습이 바그다드 함락을 막아내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오히려 IS는 북아프리카의 리비아와 이집트, 서남아시아의 호라산(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에 추종 세력을 늘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IS 격퇴 전략의 전세를 언급하려면 최소한 이라크 모술의 탈환 여부를 지켜본 뒤 판단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사실 모술은 쿠르드족이 아무리 용맹하다고 해도 혼자서 차지할 곳은 아닙니다. 미국과 이라크 정부군의 대규모 공격이 뒤따라야 하는데 지금 미군은 열심히 이라크 정부군 2개 사단을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지상 작전을 대신 투입하게 한다는 전략인데, 이게 늦어도 초여름이면 끝난다는 이야기입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라크 정부군의 상당수가 바그다드 수성에 집중돼 있는데 이라크의 높으신 분들이 미군에 병력 이동을 꺼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라크 고위층을 설득하는데 미국이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역시 자리보존과 자기 안위에 급급해 큰 틀을 보지 못하는 건 역사적으로 쓰러져가는 나라의 공통된 특징 같습니다.
월드리

● 남은 두 인질의 운명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IS에 남은 외국인 인질은 2명입니다. 미국인과 영국인 1명씩입니다. (다른 유럽 국가도 몇 있었는데 다 비싼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요.) 이들의 운명은 어찌될까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인질의 공개 처형은 별다른 사안이 없다면 열흘에서 2주 간격으로 반복되는 궤적을 그려왔습니다. IS 역시 일본인 인질 참수와 요르단 조종사 처형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언가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습니다. 그 카드가 또 다른 인질의 살해로 이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남은 두 인질은 누구일까요? 그들이 또 희생될 가능성은 높은가요? 미국인 인질은 구호요원 출신으로 26세의 여성이라는 것 외에는 신변보호를 위해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제 입장에선 그나마 인질이 여성이라는 점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IS와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에선 여성은 보호의 대상입니다. 이게 현대화 되면서 차별과 구속으로 변질됐지만 근본은 '보호'입니다.

특히 이슬람 원리주의로 세뇌된 IS 조직원 사이에선 남성이 여성을 죽이면 나중에 하늘로 승천하지 못한다는 믿음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습니다. 그래서 쿠르드족의 여성 대원과 전투를 IS 사이에선 상당히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르드족 여성 대원들도 이점을 잘 알고 IS가 자신들을 보면 멀리서부터 도망간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곤 합니다. 물론 여성 대원을 사살하고 참수하는 조직원도 있지만요.
터키 IS 캡쳐_6

지금까지 IS는 인질을 참수하면서 '십자군'(미군과 국제동맹군)에 대한 보복임을 주로 언급해왔습니다. 남성이면 이런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지 몰라도 여성을 살해하면서 과연 이런 명목을 들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여성을 살해해서 거두는 공포나 자극의 효과보다는 역효과가 더 심할 수 있습니다. 내부적인 반발도 적지 않을 겁니다. IS는 여성 조직원을 모집하는 데 더 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미국인 인질에 대한 살해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겠지만 아마도 다른 활용도를 고려하거나 살해할지언정 내부적으로 깊은 논의를 거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한 명은 제가 아는 한 영국인 인질 존 켄틀리입니다. 2012년 11월 시리아에서 IS에 피랍된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존 켄틀리는 그동안 다수의 IS 홍보 영상에 등장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 9개의 영상에 등장했습니다. 처음엔 오렌지색 죄수복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빗대어 IS가 인질에 이 색깔의 옷을 입힙니다) 차림으로 자신도 살해될 운명이라고 체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서방을 비난하는 IS의 선전문구를 읊어대는 수준이었습니다. 굳은 동작에 목소리 톤은 불안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점차 IS의 선전영상에 녹아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표정과 몸짓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지난해 12월엔 시리아 최대 격전지인 코바니를 직접 방문해 "서방 언론에서 코바니에서 IS가 패전에 직면했다고 기사를 앞다퉈 올리는데 직접 와보니 눈을 씻고 봐도 서방 기자는 찾아볼 수 없다"며 조롱을 던집니다. (▶ [월드리포트] IS 억류 영국 기자, 인질? 선전요원?)

지난달에는 이라크 모술이 IS의 치하에 안전을 유지하고 있다는 선전영상에 등장했습니다. 하늘에 떠있는 미국의 무인기에 "나를 구해봐"라며 비아냥거리다가 마치 국내의 고향마을 소개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리포터처럼 모술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며 IS의 치하를 선전했습니다. 직접 차를 몰고 모술을 소개하기도 하고, 경찰 오토바이를 직접 몰고 모술의 밤거리를 질주하며 치안상태를 과시했습니다. IS의 대변인처럼 치안부재와 경제적 궁핍으로 IS가 모술에서 지배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서방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IS에게 현재까지 존 켄틀리는 더없이 훌륭한 ‘입’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적에게 적을 비방하게 만드는 극적인 효과를 안기는 인물입니다. 이런 켄틀리를 쉽게 처형대에 올리지 않을 겁니다. 이 정도로 자신들의 바라는 목적을 충실하고 호소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대체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순전히 제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요르단 조종사 이후 새로운 살해, 만약 남은 2명의 인질 가운데 한 명이 된다면 이번 사태처럼 연쇄적인 살해는 이뤄지지 않으리라 봅니다. 아직은 참수에 대한 꺼림과 인질의 용도가 충분한 상탭니다. 일단 공은 미국과 국제동맹군으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IS는 국제사회의 대응을 좀 더 지켜본 뒤 새로운 카드로 무엇을 꺼낼 지 고민하겠죠.


▶ "IS 내부 조회수 경쟁, 화형보다 끔찍한 일 생길 수도"

▶ IS "산 채로 화형 정당"…국제 공조 균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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