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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파일] 이승우 父, "레알 영입 제안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바르샤 '이승우 영입 전쟁' 사실과 배경

[단독][취재파일] 이승우 父, "레알 영입 제안 없었다"
● “레알 마드리드가 이승우를 노린다”

한국 축구의 17살 유망주, 이승우를 둘러싼 논쟁이 점입가경입니다. 발단은 위 한 문장에서 비롯됐습니다. 스포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매체 가운데 하나인 ‘마르카’(MARCA)의 3일자 1면 톱 헤드라인입니다. 친(親) 레알 마드리드 성향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마르카는 축구의 나라 스페인에서도 상당히 공신력 있는 스포츠 전문매체로 꼽힙니다. 성인 선수도 아닌 유소년 선수를, 1면 톱으로 다룬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승우의 소속팀, FC 바르셀로나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친(親) 바르셀로나 성향으로 분류되는 ‘스포르트’ 지가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 매체는 ‘바르셀로나는 이승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지난해 말 이승우와 4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여러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는 얘기입니다. 마르카가 기사를 쓰면 스포르트가 반박하고, 하루하루 새로운 기사로 치고받는 대리전 양상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국내 매체도 열심히 두 매체를 주시하며 기사를 받아쓰고 있습니다.

사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이승우의 아버지 이영재 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알 마드리드에게 어떤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어 “레알 마드리드 같은 큰 팀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구단이 이승우에게 쏟고 있는 관심, 환경에 대한 지원, 가정에 대한 배려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시피하기 때문에 제안이 들어오더라도 승우 본인이나 가족이나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다행히 이승우도 흔들림 없이 “밥 잘 먹고 즐겁게 생활하며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이승우의 아버지는 “언론에서 쏟아지는 관심이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언론은 국내 언론이 아니라 스페인 현지 언론을 말합니다. 마르카나 스포르트 뿐 아니라 문도 데포르티보 등, 스페인 국내 유수의 전문 매체들이 이승우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답니다. TV만 틀면 이승우를 비롯해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갈등이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어 자칫 과열된 관심이 선수 본인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로 비쳐졌습니다. 국내 매체가 괜히 대서특필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사정이 어찌됐든 이번 논란은 이승우에 대한 스페인 축구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합니다. 그만큼 이승우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마르카는 이승우를 “아시아의 메시”라고 일컬으며 기량을 칭찬했고, 스포르트도 “왜 이승우가 바르셀로나의 진주인가?”라는 예하의 기사에서 이승우의 활약상을 조명했습니다. 스페인 축구 전문 기자와 칼럼니스트들도 서로 나서 관련 보도와 영상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승우 캡쳐_640
조금 더 들여다보면, 사태의 배경에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뿌리 깊은 갈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이슈는 네이마르 영입과정에서 불거진 FC 바르셀로나 회장의 ‘탈세 의혹’입니다. 바르셀로나 구단을 비롯해 많은 매체가 그 배경과 배후에 레알 마드리드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구단 관계자들과 팬들이 상대에 가지고 있는 불신과 분노는 국내 팬들이 체감하는 것 이상입니다. FIFA가 18세 미만 선수의 해외 영입을 금지한 규정(19조)을 어겼다며 바르셀로나에게 징계를 내렸던 (그래서 이승우가 공식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된) 사태 또한 ‘배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현지 분위기입니다.

일부 국내 팬들은 그 배후로 ‘대한축구협회 음모론’을 꼽았고 실제로 그 음모론이 심심찮게 나돌기도 했지만, 현지 보도를 살펴보면 ‘레알 마드리드가 뒤에 있다’는 뉘앙스가 많이 비칩니다. 실제 이번에 보도되는 이승우 관련 기사의 상당수를 살펴보면 공식적인 취재원이나 이승우 쪽의 의견은 거의 없다시피 한 경우가 많고, 대신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갈등 관계를 언급한 내용이 절반 이상입니다. 뿌리 깊은 ‘카탈루냐 분리 독립’에 관한 얘기도 언급될 정도니까요. 이번 논란 역시 이승우 그 자체보다 양 구단 간의 갈등이라는 맥락에서 보는 게 더 정확해 보입니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의 ‘영 갈락티코’ 정책과도 무관하지는 않습니다만, 어차피 현 시점에서 이승우가 팀을 옮겨도 뛸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논란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마르카는 오늘 또 속보를 내고 “이승우가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관련기사 보러가기) 이승우가 공식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다행히 징계는 이승우가 만 18세가 되는 내년 1월이 지나면 풀립니다. 1년도 안 남았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들여다보면 별 알맹이가 없을뿐더러 기자가 취재한 바와도 다릅니다.

이를 지켜보는 국내 팬들의 마음은 어쨌든 즐거우리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팬이 있는 세계 최고의 구단이 이승우를 두고 다투는 모습은 국내 팬들에게는 여간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페셜 영상’으로만 전해졌던 이승우의 기량은 이미 지난해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에서 득점왕과 MVP를 휩쓸면서 증명이 됐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국내 팬들의 마음은 아마 같을 겁니다. “승우야, 이대로만 자라다오.” 이번 일로 이승우가 나쁜 영향을 받지만 않았으면 합니다.

▶[8뉴스] 레알-바르샤, 이승우 놓고 경쟁…신문 '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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