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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즈는 정말 입스(yips)가 온 걸까?

[취재파일] 우즈는 정말 입스(yips)가 온 걸까?
타이거 우즈의 최근 샷 난조에 대해 입스(yips)다, 아니다 참 말들이 많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슈퍼 스타가 갑자기 어처구니 없는 샷 실수를 계속 반복해대니 분석과 해석이 따르는 건 당연한 거겠죠.

입스(yips)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극도의 긴장과 불안감으로 터무니 없는 실수를 계속 반복해서 저지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즈는 지난 해 12월 이벤트 성격의 히어로월드챌린지에서 뒷땅을 9번이나 치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새해 첫 출전한 PGA투어 피닉스오픈에서는 생애 최악의 플레이와 기록을 남겼습니다.

1, 2라운드 36홀 동안 그린 주변에서 칩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횟수가 무려 10번. 뒷땅에 탑볼, 벙커샷 홈런까지 나왔습니다. 특히 2라운드 스코어카드는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더블,트리플을 연속으로 범하며 9홀에 44타,18홀 기록은 11오버파 82타. 출전선수 132명 가운데 132위. 꼴찌로 컷 탈락하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이쯤 되자 요즘 제 주변의 주말 골퍼들은 우즈를 빗대 이런 우스갯 소리를 합니다. "나 오늘 우즈보다 잘 쳤어. 80타." 어쩌다 천하의 타이거 우즈가 이 지경까지 됐을까요? 정말 우즈에게 '칩샷 입스'가 온 걸까요?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우즈의 전 스윙코치였던 행크 헤이니는 "일시적인 현상일뿐 우즈가 곧 제 실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전 체육과학연구원)의 박상혁 스포츠심리학 박사도 "두 차례 대회만 보고 입스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바뀐 스윙에 적응해 가는 과정일 수도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입스가 오면 팔이나 다리의 원인 모를 통증을 동반하는데 아직 우즈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SBS골프의 나상현 해설위원은 우즈에게 칩샷 입스가 왔다고 분석합니다. 나 위원은 "스윙 교정으로 인한 일시적인 샷 난조라면 연습장에서도 샷 실수가 똑같이 나와야 하는데  연습장에서는 샷에 아무 문제가 없고 실전에만 나오면 아마추어만도 못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으로 봐서 정신적 공포와 두려움으로 인한 입스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즈 본인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뭐라고 했을까요? 우즈는 컷 탈락 후 기자회견에서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 게 골프다. 누구나 이런 일을 겪는다. 문제는 그게 나(우즈)이기 때문에 공론화되는 것이다. 부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연습을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연습을 하겠다고 말했던 우즈는 이번 주 열리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대회를 코 앞에 두고 연습장 대신 콜로라도의 스키장을 찾았습니다. 알파인스키 월드컵에 출전하는 여자 친구 린지 본을 응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타이거우즈 앞니 캡

이번엔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고 맨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2주 전에도 린지 본의 경기를 응원하러 스키장에 갔다가 카메라 맨과 부딪쳐 앞니가 부러지는 황당한 사고로 뉴스를 장식했었죠?

연습에 매진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이렇게 한가한 여유를 부리는 우즈에 대해 주변의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샷이 더 망가져서 부진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심리적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엇갈리는데요 여러분은 어느 쪽이십니까?

참고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2년 동안 드라이버샷 입스에 시달렸던 김대섭 선수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김대섭은 한국오픈 3회 우승을 포함해 한국프로골프투어에서 통산 10승을 올린 베테랑입니다. 이 선수에게 어느날 갑자기 입스가 찾아왔습니다. 똑바로 가던 드라이버샷이 좌우로 춤을 추고 나중엔 백스윙할 때 티에 꽂은 공이 2개로 보이더랍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가는 게 두렵고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골프채를 손에서 내려 놓고 4~5개월 동안 골프 대신 조기 축구를 하면서 하체 운동만 했답니다. 그리고 어느날 학생들을 가르치는 레슨 프로인 친구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학생들 옆에서 장난스럽게 골프채를 휘둘렀는데 신기하게 공이 똑바로 나가더랍니다. 김대섭은 이렇게 입스를 극복했다고 기자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입스는 다른 종목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야구에서 투수가 갑자기 잘 던지던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고 폭투를 연발하거나 야수가 엉뚱한 방향으로 악송구를 반복하는 것, 또 농구선수가 자유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던질 때 머뭇거리는 현상 들이 모두 입스의 사례들입니다. 입스는 정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지속 기간과 극복 방법이 선수마다 제각각 다릅니다. 입스가 길어지면 선수생명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타이거 우즈의 경우는 어떨까요?

우즈는 한국시간으로 내일(6일) 새벽 자신의 텃밭인 토리파인스 골프장에서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 출전합니다. 대회 장소인 토리파인스는 우즈가 통산 8번이나 우승했던 약속의 땅입니다. 여기서 우즈가 과연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골프 팬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번 대회 결과가 좋든 나쁘든 우즈의 입스 논란은 당분간 사그러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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