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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압수 황금 13년 전 가격으로 돌려주마

[월드리포트] 압수 황금 13년 전 가격으로 돌려주마
국가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국가는 무슨 근거로 내가 버는 돈의 일부를 가져가고(세금), 내 행위를 통제하며(각종 인허가), 내 잘잘못을 따질 수 있고(사법), 때로는 내게 자신을 위해 생명을 걸라고 요구(병역)할 수 있을까요?

홉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야만적 상태를 탈피하기 위한 필요성으로 봤습니다. 루소는 나아가 '사회계약론'을 통해 일반의지의 총화로서 주권을 해석했습니다. 그밖에 수많은 사상가가 국가를 해석했습니다. 어느 견해를 따르든 분명한 전제가 있습니다. 국가는 정의롭고 공정해야 한다는 믿음입니다. 국가 권력은 정당하게 행사돼야 한다는 약속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불안해 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드물지 않게 정의롭지 못한 국가를 봅니다. 부당한 국가 권력을 경험합니다. 중국 한 상인이 겪은 일은 이런 회의를 더욱 짙게 만듭니다.

위룬룽씨는 지린성 화덴시에서 소위 '잘 나가는' 금 매매상이었습니다. 한때 금광의 출자자였고 금은방 2곳을 경영하기도 했습니다. 1995년부터 화덴시의 가장 큰 금 도매시장에서 정문 제일 첫 번째 상점을 운영했습니다. 화덴시의 가장 유력한 금 매매상이라는 뜻입니다. 전성기에는 1년에 70만 위안, 1억 원 넘게 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2002년 9월 위씨의 인생은 크게 요동칩니다. 당시 중국의 <금은관리조례>에서는 금을 사고팔거나, 가공하는 등의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인민은행의 영업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위씨에게는 이 허가가 없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위씨는 무허가로 불법적인 금 매매를 한 셈입니다. 하지만 위씨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화덴시의 많은 금 매매상이 허가 없이 영업을 했고 시 당국도 이를 묵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중국 공안 당국이 위씨를 무허가 불법 영업 혐의로 체포한 것입니다. 위씨가 보유하고 있던 황금 46.384kg을 압수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10월 18일 지린시 검찰원은 위씨를 구속했습니다. 다음 해 4월에는 예하 펑만구 검찰원에 '기소 의견'으로 이송했습니다. 위씨는 1년 가까이 구치소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위씨를 수사한 펑만구 검찰원은 5개월 뒤 '불기소 결정'을 하고 위씨를 풀어줬습니다. 그해 춘절 직후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명령 덕분이었습니다. 인민은행에 부여했던 금 매매와 가공 인허가권을 폐지했습니다. 그러니 위씨의 행위는 바뀐 법규상으로는 범죄로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3개월 뒤 상급 기관인 지린시 검찰원은 펑만구 검찰원에 불기소 결정을 취소하라고 명령합니다. 체포 당시 법규상 불법이었으니 기소해야 옳다는 논리였습니다. 그해 12월 초급법원도 1심 판결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에 처했습니다.

위씨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했습니다. 2005년 7월 중급법원은 2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바뀐 국가법률 원칙에 비춰볼 때 범죄 행위 당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만 새로 바뀐 법이 더 가벼운 처벌을 규정하고 있을 경우 신법을 따르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중국 황금

겨우 범법자의 신분에서 벗어난 위씨는 공안 당국에 빼앗긴 황금을 찾는데 전력했습니다. 황금이 어디로 갔는지 쫓은 결과 지린성 공안당국에 황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2006년 지린성 공안당국의 회신은 위씨 입장에서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우리는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황금을 압수했고 국고에 귀속했으므로 이를 다시 내주는 것은 불가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위씨는 지린성 공안청에 계속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창춘시 중급 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자신들이 판단해줄 문제가 아니라며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각급 공안 기관과 법원을 돌며 민원을 내고 소장을 작성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받아들여주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 위씨는 보유했던 부동산도, 차도, 상점도 팔아야 했습니다. 오로지 황금 46kg을 찾는데 인생을 걸었습니다.

2012년 8월 지린시 공안국에서 위씨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내일 경찰에 와서 회의를 합시다." 위씨 부부는 '황금을 되돌려주려나 보다'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다음 날 지린시로 간 위씨는 아내에게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전화를 건 뒤 소식이 끊겼습니다. 그 다음 날 위씨 가족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통지서가 왔습니다. 위씨가 무허가 불법 영업 혐의로 다시 체포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안 당국은 7년 전의 무죄 판결을 취소하고 새로 재판에 넘기겠다고 밝혔습니다.

2012년 10월 초급법원은 위씨에 대해 새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불법영업죄를 인정하고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게다가 위씨의 황금 46킬로그램은 국고에 귀속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위씨는 다시 9개월 동안 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인생에서 두 번째 감옥 생활이었습니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 당일 옷가지와 사식을 넣기 위해 면회를 온 아내와 함께 두 사람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2013년 7월 지린성 중급 법원은 위씨의 항소심에서 다시 한 번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확정 판결했습니다. 무려 11년 넘게 세 번의 체포, 4번의 재판을 겪은 끝에 얻은 결말이었습니다.

중국 황금
남은 것은 46kg의 황금을 돌려받는 일이었습니다. 승소를 바탕으로 위씨는 새로 공안 당국에 황금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지린시 공안당국은 위씨에게 '국가배상 결정서'를 보내왔습니다. 부푼 가슴을 안고 결정서를 펼쳐 든 위씨는 또 한 번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상금 액수가 3백84만3천54 위안, 우리 돈 약 6억 7천2백만 원이었습니다. 46kg 넘는 황금의 13년 전 압수 당시 가격이었습니다. 2002년 당시 황금 1g 가격은 90여 위안, 이후 13년 동안 황금 1g은 최고 4백 위안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2백50 위안쯤 합니다. 46.384kg의 황금은 현재 가격으로 따질 경우 우리 돈 20억 원이 훨씬 넘습니다. 그런데 지린시 공안당국은 13년 전 가격에 맞춰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씨가 무죄를 확정 받았으니 압수한 황금을 돌려주는 것은 맞다. 다만 우리가 압수한 이후의 가격 변동까지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압수할 때 황금 가격에 따라 배상하면 된다." 공안당국의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법대 부총장이자 법학자인 마화이더 교수가 중국 현지 언론에 다른 의견을 밝혔습니다. "새로 개정된 국가배상법의 내용을 고려하면 배상은 원래 압수한 물건 그대로를 돌려주는 것이 맞습니다. 따라서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현재의 가격에 해당하는 돈으로 반환하는 것이 타당하다 생각됩니다."

국가도 사람의 일인지라 완전할 수 없습니다. 정의롭지 않을 수 있고 부당한 행위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각 나라는 국가배상법을 만들어 놓습니다. 잘못을 바로 잡으라는 취지일 것입니다. 여러분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13년 전의 가격으로 배상하면 해당 국민의 피해를 복구해줌으로써 국가 행위의 정당성을 회복했다 할 수 있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답이 뻔해 보이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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