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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황우여·최경환·김희정이 투표장에 깜짝 출현한 이유는?

[취재파일] 황우여·최경환·김희정이 투표장에 깜짝 출현한 이유는?
●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들만 투표하는 원내대표 경선이 가장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이른바 '정치 선수'들끼리 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포커페이스를 읽고 얼마나 표를 받을지 계산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누구는 표를 주고, 누구는 안줘서 관계가 소원해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어디를 지지했다고 말하는 건 흔치 않습니다.

유승민-원유철 의원과 이주영-홍문종 의원이 맞붙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유승민-원유철 조의 승리로 끝났지만, 원내대표 경선 가운데서도 결과를 예측하기 특히 어려웠던 선거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물론 경선에 임박할수록 유승민-원유철 의원 쪽으로 기운다는 느낌을 받은 기자들이 많았지만, 표가 얼마나 벌어질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선거라는 게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 불붙는 네거티브로 기우는 판세 확인
취파

투표장에서 이주영-홍문종 의원은 예상보다 수위가 높은 네거티브 전을 펼쳤습니다. 이주영 의원은 과거 유승민 의원이 언론노조가 주도한 방송사 파업을 지지했다는 내용을 물었는데, 현안과는 거리가 있는 주제였습니다. 당시 노조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한 명도 당선시키면 안 된다고 했는데, 유 의원이 동조함으로써 선거에 악영향을 줬다는 네거티브 공세였습니다. 유 의원은 본인이 불법 파업에 찬성한 적이 없다며, 당시에는 노조에서 새누리당 의원을 낙선시키자고 말한 적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유 의원은 이 의원이 그런 주제까지 질문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뜻밖의 네거티브 공세를 당하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선거에서 네거티브를 하는 쪽은 쫓기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미지가 나빠지는 걸 각오한 일종의 극약처방입니다. 하지만 원내대표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세는 결과적으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의원들같이 알거 다 아는 선수들 사이에서는 한쪽으로 표가 기울고 있다는 강한 인상만 남기고 말았습니다. 기자들도 유승민-원유철 후보가 과연 얼마나 더 득표할지 궁금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 갑자기 미뤄진 국무회의…청와대 개입?

그런데 선거에 또 한 가지 변수가 있었습니다. 문화일보가 보도하면서 알려졌는데, 원래 오늘(3일)로 잡혔던 국무회의가 어제(2일)로 변경됐다가 다시 오늘(3일)로 변경된 것입니다. 오늘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있기 때문에 국무위원들이 국회에 출석해야합니다. 이 때문에 국무회의를 어제 오전으로 바꾼다고 국무위원에게 통보 된 겁니다. 그러다가 다시 국무회의는 오늘 오후로 옮겨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날짜가 바뀐 거는 아니었지만, 국무위원들에게 어제로 통보가 됐다가 다시 바뀐걸 두고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국무위원들이 원내대표 투표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각에는 황우여, 최경환 부총리와 김희정 장관이 들어가 있습니다. 3표의 변수가 생긴 겁니다.

당장 여의도에서는 청와대가 특정 진영을 밀고 있는 거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친박과 탈박의 계파 다툼 구도로 치러졌던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국무위원들이 참여한다면 당연히 주류 친박 진영인 이주영-홍문종 조에 표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국무위원들이 투표장에 나타난다면 3표는 일단 먹고 들어간다는 얘기입니다. 유승민 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그제(1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런 문제로 대통령이 오해를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 이완구 총리 후보자 "왔으니까 투표는 해야죠"
이완구 연합

투표장에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도 왔습니다. 전임 원내대표였던 이 후보자가 투표가 열리는 의원총회장에 오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이 총리 후보자는 기자들에게 "왔으니까 투표는 할 것"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총리 후보자였기 때문에 기자들도 ‘대통령과 더 가까운 조에 표를 던지겠구나’ 짐작이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의총장에서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다며, 자신과 이 총리 후보자는 투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투표를 하고자 의지를 갖고 온 이 후보자는 결국 투표를 하지 못했습니다. 기자들에게는 대표와 조율해서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을 하기는 했지만, 김무성 대표가 즉석에서 이 후보자의 투표권을 빼앗은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 투표 중간에 전격 출현한 황우여·최경환·김희정
취파

기자들의 관심은 국무회의 일정이 없어진 황우여, 최경환 부총리와 김희정 장관이 의원총회에 나타나서 과연 투표를 할 것인가로 쏠렸습니다. 이들은 국회의원이면서 국무위원이기 때문에 원내대표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무회의가 미뤄졌고 그 상황에 투표장에 나타났다면 팀플레이를 했다는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원내대표 후보 진영의 토론회가 다 마무리 된 이후에도 국무위원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투표 진행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전격적으로 황우여, 최경환, 김희정 순으로 3명의 국무위원들이 나타났습니다. 김희정 장관은 거의 끝부분에 등장해 가까스로 투표를 했을 정도였습니다.

● '19표차' 갈린 승부…청와대는 당심을 제대로 읽고 있나
취파

탈박·비박 진영의 유승민-원유철 조가 새누리당의 원내지도부가 됐다는 것은 당이 중심이 돼서 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의원들의 욕구가 그만큼 강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고, 국정 혼선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높습니다. 이런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는 의원들은 청와대가 하라는 대로만 해서는 자기 선거가 위험하다는 걸 느꼈을 겁니다.

물론 청와대가 원내대표 선거에 개입하려했다는 추정은 섣부른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해의 여지가 있다면 피하는게 제일 좋습니다. 유승민-원유철 의원이 반발하고 있었고, 청와대나 국무위원들도 그런 불만을 몰랐을리 없습니다. 하지만 국무위원들은 전격적으로 나타나 투표를 했습니다. 오해를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청와대는 이완구 후보자와 국무위원들을 더한 4표면 승부가 갈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표를 더했어도(물론 이완구 후보자는 투표를 못했습니다.) 19표나 벌어진 것을 청와대는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청와대 주도의 국정 운영은 불가능해졌고, 청와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여당 의원들의 마음도 더 멀리 떠났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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