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사기범 로비에 놀아난 김해상의 신협

자본금 700억 원의 신용협동조합이 대출사기범 1명의 뇌물로비에 566억 원을 불법대출해주고 이중 235억 원의 큰 손실이 발생해 결국 해산했습니다.

창원지방검찰청 특수부는 경남 김해상공회의소 신협의 불법대출 탓에 1998년 설립된 신협이 자본금 30%에 육박하는 손실을 내 16년 만에 창원제일신협에 합병되면서 해산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습니다.

신협 간부들이 대출사기범의 뇌물로비에 놀아난 결과입니다.

이 사건의 주범으로 구속기소된 대출사기범 김 모(51)씨는 김해에서 자신의 형이 업체를 운영하는 것을 인연으로 해 상대적으로 대출심사 시스템이 부실한 김해 신협에 접근했습니다.

김 씨 자신은 2013년 6월 다른 사기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모친상으로 구속집행이 정지되면서 잠시 풀려나자 달아났습니다.

일명 '대포폰'과 '대포차'를 사용하며 1년여간 수사기관 추적을 피해가며 대규모 불법대출을 주도했습니다.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 90억 원대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계기로 김해 신협 간부들과 안면을 텄습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정상적인 대출이 이뤄졌지만, 김 씨는 신협 간부들에게 편의 제공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의 현금과 골프채 등을 건넸다고 밝혔습니다.

신협 간부들과 안면을 턴 김 씨는 이번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신협 이사장 허 모(59)씨와 총괄부장 이 모(37)씨, 여신팀장 맹 모(37)씨, 여신대리 김 모(34)씨 등에게 벤츠·아우디 등 중고 외제차와 국산 승용차, 골프채, 현금 등을 건넸습니다.

수시로 유흥주점을 드나들고 골프 접대도 했습니다.

검찰이 밝힌 뇌물 규모만 4억여 원에 이릅니다.

이러한 뇌물로비로 김 씨는 지난해 3월부터 7월 사이 무려 566억 원의 불법대출을 받았습니다.

사실상 부도 상태의 회사나 당좌계정만 보유한 회사가 발행한 재산가치 없는 80여 장의 '딱지 어음'을 신협에 제공해 불법대출을 일삼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50여 명의 신용불량자를 대출명의자로 모집해 동일인에게 대출할 수 있는 한도인 5억 원씩을 수십 차례 대출받는 일명 '쪼개기 대출' 방법으로 251억 원을 받았습니다.

신협은 김 씨에게 대출하는 과정에서 어음 발행 회사나 대출명의자의 신용도와 재산상태 등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사문서 전문위조책을 동원해 액면가 300억 원과 50억 원짜리인 시중은행의 지급보증서 2장을 위조해 신협 진영지점에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신협 진영지점은 위조된 지급보증서만 믿고 315억 원을 불법대출해준 셈입니다.

김 씨는 이렇게 대출받은 돈을 마구 사용했습니다.

딱지 어음 대출금 251억 원 중 150억 원은 회사·체인점·리조트·골프장 인수 등에 사용하고 101억 원은 유흥비와 기존 대출금 이자 상환 등에 사용해 대출금 전액을 탕진했습니다.

지급보증서 대출금 315억 원도 240억 원은 기존 대출금 상환에 사용했으나 60억 원은 회사 인수 자금 명목으로, 15억 원은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룻밤에 1천만 원 이상 결제한 술자리도 10여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신협 간부들과 골프도 즐겼다고 검찰은 전했습니다.

결국, 김씨가 대출받은 대출금 566억 원 중 235억 원은 상환할 수 없어 신협이 부실화되면서 지난해 12월 창원제일신협에 합병돼 해산했습니다.

그나마 합병된 창원제일신협에 예금채무도 넘겨져 예금자 손실은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검찰은 설명했습니다.

김영대 창원지검 차장검사는 "이번 수사에서 확인한 신협의 심각한 대출비리로 말미암아 신협은 부실화돼 결국 다른 신협에 합병 해산됐다"며 "이사장부터 하위직원까지 전방위 로비에 대출심사 시스템이 무력화돼 아무런 책임감이나 죄의식 없이 대출을 해줘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앞으로도 금융기관 대출비리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유착 비리를 단속해 엄정하게 처벌할 계획입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