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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침박(沈朴) 상전벽해…총선까지 험로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계가 비박(비 박근혜)계와의 대결에서 잇따라 '물 먹으면서' 침박(沈朴) 신세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탈박(탈 박근혜)'으로 분류된 유승민 의원이 '신박(신 친박)' 이주영 의원을 19표라는 비교적 큰 표차로 누른 것이 이를 웅변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며 '신박'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힌 이주영 의원은 친박 핵심으로 당 사무총장까지 지낸 홍문종 의원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짝을 이뤘지만 '탈박'의 유승민 의원과 비박 원유철 의원 조합을 꺾지 못했다.

특히 내각에 진출한 최경환 경제부총리·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투표에 참여했고,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투표는 하지 않았지만 경선 현장에 나타나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발동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과는 유승민 의원의 낙승이었다.

친박계 의원들은 드러내놓고 표현은 못 하지만 이미 비주류의 김무성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원내사령탑 자리까지 비주류에 내준 데 대한 적지 않은 심리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주영 의원과 홍문종 의원을 친박의 대표주자로 내세운 것은 아니었고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로 위안을 삼는 분위기다.

친박의 패배는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는 친박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이 비주류인 김무성 현 대표와 당 대표자리를 놓고 격돌했으나 서 의원이 8.1%포인트 차로 밀렸다.

앞서 지난해 5월 열린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투표에서는 주류 측 황우여 전 대표가 비주류 정의화 현 의장에게 '46대 101'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참패했다.

이날 원내대표 선거를 포함해 친박계가 사실상 연이어 3연패를 한 것이다.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당내 경선에서도 김황식 전 총리를 비롯해 대구의 서상기 의원 등 친박 주류가 지원한 후보들이 비주류 후보에게 대거 고배를 마신 것을 보태면 친박은 패전은 늘어난다.

집권 3년차 정부가 당내 선거 등에서 잇따라 패배하는 현상이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친박계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연이어 여러 번 맞으니까(실패를 맛보니) 친박들이 힘든 세상이 됐다"고 푸념했다.

지난해 12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를 빼고 친박계 핵심 인사들과 청와대 만찬회동을 한데 이어 같은 달 30일 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측이 오찬 회동을 통해 김 대표가 당을 사당화하고 있다며 세를 과시하던 때에 비하면 사뭇 힘이 빠진 모습이다.

문제는 20%대까지 지지율이 내려간 박 대통령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친박이 와해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친박의 핵심인물인 최경환, 황우여 부총리가 내각에 차출된 데 이어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는다면 새누리당에는 친박의 구심점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내년 총선까지 박 대통령이 탄탄한 지지율을 재구축하지 않으면 친박이 더 이상 기댈 데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친박계 인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 "그러면 각자도생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친박 인사는 "요즘 친박이 어디 있느냐. 다 오합지졸인데…"라고 하기도 했다.

친박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간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으로 입지확대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의 포인트가 친박 대 비박이 아니었다는 친박 측의 항변도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이번에 친박계 대표주자로 내세운 것이 아니었고, 선거가 절대 친박 대 비박 문제가 아니었다. 당과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누가 좋을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였다"면서 친박계 인사들 가운데도 유승민 의원을 지지했음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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