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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나연 "퍼팅 '역그립'으로 바꾸니 '쏙쏙'…올해 3승 자신"

[취재파일] 최나연 "퍼팅 '역그립'으로 바꾸니 '쏙쏙'…올해 3승 자신"
"퍼팅을 역그립으로 바꿨더니 방향성이 아주 좋아졌어요. 신통하게도 치면 쏙쏙 들어가요. 진작 바꿀 걸 그랬네요."

최나연이 돌아왔습니다. 올해 나이 28세. 2년 넘게 우승 소식이 없어 골프 팬들의 뇌리에서 멀어져 갈 즈음
참으로 드라마틱하게 2015 LPGA 개막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최나연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2년 2개월 만의 우승 비결로 가장 먼저 퍼팅의 변화를 꼽았습니다.

"2012년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CME 타이틀홀더스에서 우승(통산 7승째)하고 이번 우승까지 정말 긴 터널을 지나왔던 것 같아요. 그동안 샷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들쭉날쭉한 퍼팅 때문에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점점 자신감도 잃게 되더라구요.

뭔가 변화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퍼팅을 잘하는 박인비와 리디아 고의 퍼팅을 따라 하기로 마음 먹었죠. 두 사람 모두 왼손을 오른 손 아래로 내려 잡는 '역그립' 퍼팅을 하거든요. 유심히 살펴보고 집요하게 물어도 보고 연구를 많이 했어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연습하다 보니까 손목을 안쓰게 돼서 공이 똑바로 굴러가는 거에요.너무 신기했죠."


● 언제부터 역그립으로 바꿨나요?

"지난해 11월 CME 타이틀홀더스 대회에서 처음 역그립으로 대회를 치렀는데 느낌이 괜찮았어요. 이번이 역그립으로 바꾸고 두 번째 대회인데 4일 동안 버디를 21개 잡았어요. 퍼팅 덕을 많이 봤어요. 마지막 날은 퍼트 수가 24개였죠."

●  호리호리했던 다리에 근육이 좀 붙은 것 같은데?

"체중이 2~3kg 늘었어요. '나잇살' 아니냐고 대놓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닙니다. 다 근육입니다.(웃음)  제가 동계 훈련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지난해 12월 23일에 남들보다 일주일 먼저 플로리다 와서 몸부터 만들었어요. 지난해 체력 훈련 혼자 했더니 안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엔 전담 트레이너와 같이 와서 체계적으로 독하게 했죠. 몸에 근육이 붙고 파워가 생기니까 스윙 때 헤드스피드가 빨라지면서 거리가 늘더라구요. 드라이버 샷 거리가 지난해보다 평균 10야드 정도 늘어서 지금 260야드 정도 나가는 것 같아요. 체력이 좋아진 것도 우승에 한몫했죠."


● 특별히 스윙을 교정한 부분은 없나요?

"스윙은 예전 그대로 하고 있어요. 저를 6년 동안 봐주신 미국의 케빈 스멜츠 선생님이 이번 대회에 오셔서 1라운드까지 보고 가셨어요. 신기하게 선생님이 오시면 저는 성적이 잘 나와요. 지난해 CN 캐나디안 오픈에서 준우승 할 때도 선생님이 옆에 계셨어요."

● 선생님이 이번 대회 앞두고 어떤 조언을 해주었나요?

"두 가지 조언을 해주셨는데 하나는 역그립 퍼팅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셨어요. 제가 역그립 퍼팅으로 바꾼지 얼마 안돼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단호하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지금 너의 스토로크를 보니 역그립이 딱 맞는다. 주저할 것 없이 그대로 밀고 나가라.' 롱 퍼팅 때 거리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얼라인먼트'에 대한 조언이었어요.

제가 헤드 스피드가 빨라지고 거리가 늘면서 드라이버샷이 가끔 왼쪽으로 당겨지는 경우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어드레스 셋업을 할 때 나도 모르게 목표 지점보다 오른쪽을 보고 선다는 거에요. 이렇게 티샷을 하면 왼쪽으로 더 당겨치게 되고 악성 훅이 나오게 되니까 어드레스할 때 절대 오조준 하지 말고 왼쪽을 더 보고 자신 있게 치라고 하셨어요. 평범한 얘기 같지만 제가 잠시 잊고 있었던 포인트를 짚어주셔서 이번 대회에 저에게 큰 도움이 됐어요."


● 이번 우승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가장 큰 수확은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거예요. 2년 넘게 우승 문턱에서 자꾸 미끄러지다 보니까 조바심도 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이러다 그냥 끝나는 건 아닌가? 아냐, 기회가 또 오겠지.' 수도 없이 혼자 속으로 주고받던 말이었어요.

이번 대회 최종라운드에서도 그런 상황이 왔었죠. 14번 홀 버디로 1타 차 단독 선두가 됐을 때  '그래, 우승 기회가 이렇게 오는구나!' 했어요. 그런데 바로 다음 15번 홀에서 2m도 안되는 거리에서 '3퍼트' 보기를 범하고 리디아 고에게 역전을 허용했을 때는 정말 제 자신이 밉고 원망스러웠어요. '그럼 그렇지, 이번에도 안되는구나.'  영어로 혼자 푸념을 하는데 옆에서 캐디가 한마디 하더라구요. '뒤에서 쫓아가는 게 더 편하잖아?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해보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그 말이 저에게 큰 힘이 됐어요. 그리고 17번 홀에서 기회가 오더라구요. 리디아 고가 더블 보기로 무너졌고 저는 어려운 상황에서 파를 세이브해서 승부를 다시 뒤집었던 거죠.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정말 목이 메이더라구요.

현지 중계방송 라이브로 인터뷰를 하는데 눈물 참느라고 혼났어요, 스코어 카드 내러 갈 때 엄마와 눈이 마주쳤는데 엄마가 울고 계셨어요. 엄마를 안고는 눈물샘이 터져 버렸죠. 제가 미국에서만 8승을 했는데 엄마가 우시는 건 저도 처음 봤어요. 그만큼  뒷바라지해주신 엄마도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아요."
최나연
● 축하 전화 많이 받았나요?

"정말 축하메시지와 전화가 수도 없이 왔어요. 최나연이 팬들에게 잊혀진 인물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렇게 저를 사랑해 주시는구나 생각하니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올해 목표는?

"제가 시즌 개막전 우승은 처음 해봐요. 그래서 느낌이 좋아요. 자신감도 찾았고 이런 분위기라면 3승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2012년에도 3승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랑 지금 느낌이 아주 비슷해요."

●  우승 상금(2억 4천만 원)으로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어요?

"사실 제가 2013년부터 꼭 사고 싶은 게 있었어요. '우승 한 번만 더 하면 예쁜 스포츠 카 한대 사야지' 하고 마음 먹었는데 2년 동안 우승을 못했잖아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우승하고 나니까 아무 생각이 없네요. 바로 다음 대회 준비해야죠."

최나연은 현지 시간으로 월요일 다음 대회 장소인 바하마로 이동합니다. 우승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벌써 다음 대회 우승 욕심을 내비치는 그녀에게서 강한 자신감과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엄마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지나고 플로리다에 오셔서 지금까지 계속 맛있는 밥해주셨는데 이번 바하마 대회까지만 동행하시고 한국으로 돌아가실 거에요. 엄마 계실 때 우승 한번 더 보여드려야죠. 샷 감 좋을 때 2연승! 스포츠카는 그때 가서 사는 걸로..(웃음)"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은 현지시간으로 이번 주 목요일(5일) 개막합니다. 2013년 최나연 보다 한 살 아래인 이일희가 생애 첫 우승을 신고했던 바로 그 대회입니다. 2년 만에 한국선수의 우승컵 탈환을 기대합니다.  

▶ 최나연, LPGA 짜릿한 역전승…2년 2개월 만에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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