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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러시아 폭격기 영공 근접 비행 해명 요구

영국 외교부는 러시아 장거리 폭격기 2대가 잉글랜드 남부 영공을 근접 비행한 것과 관련,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영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러시아 군용기들이 영공에 들어오지 않고 영국의 이익 공역에 머물며 영국 공군 타이푼 전투기들의 에스코트(경고비행)를 받았지만 민간 여객기 운항에 차질을 초래했다"면서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해명을 요구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습니다.

영국 국방부는 28일 영국 해협(라망슈 해협) 상공을 비행한 러시아 폭격기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라고 밝혔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는 이 폭격기를 '베어(bear.곰)'라는 이름으로 분류합니다.

러시아 폭격기들은 이날 대서양 북쪽에서 영연방 제도로 접근해 아일랜드 서쪽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비행한 뒤 영국 해협을 관통해 북해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BBC 방송은 러시아 폭격기들이 영국 영공 40km 거리까지 근접했으며 이에 긴급 발진한 영국 전투기들이 러시아 폭격기가 영국 해협을 벗어나기까지 약 30분 동안 경계 비행을 펼쳤다고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양측 군용기들이 약 300m 거리까지 근접해 비행하며 긴장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러시아 군용기들의 근접비행은 지금까지는 대체로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 부근으로 한정돼 있었고 이번처럼 남쪽으로 내려온 적은 없었다면서 러시아측 전략에 변화가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영국 당국이 러시아 폭격기들의 출현으로 민항기 항로를 황급히 변경해야 했다면서 "러시아 항공기들이 트랜스폰더(송수신기)를 꺼놓아 군용 레이더에서만 식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번 사건을 지난 2006년 런던에서 의문사한 전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사건에 대한 조사위원회 활동 개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가 설치한 조사위원회는 27일부터 9주 예정으로 크렘린 개입설이 제기돼온 리트비넨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라망슈 해협 상공에서의 러시아 군용기 비행은 정기적인 순찰 활동으로 국제 규범에 부합하는 것이었으며 위협적이거나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영국 측의 우려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 군용기들의 근접비행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은 작년 12월 러시아 군용기들의 "극도로 공격적인" 영공 정탐에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러시아 해군 군함 4척이 영국 해협을 통과해 영국 국방부가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군용기들의 잦은 근접비행은 러시아가 여전히 군사대국임을 확인시키려는 상징적 무력 과시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폭격기들이 민항기 왕래가 잦은 영국 해협 상공을 비행한 것은 충돌 가능성 때문에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해 나토가 회원국 국경으로 근접 비행하는 러시아 군용기를 포착한 사례는 100건을 넘었습니다.

이는 2013년보다 3배나 늘어난 것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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