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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잡는다"…유통 공룡들, 인천공항면세점 출사표

국내외 내로라하는 유통 대기업들이 모두 뛰어들어 역량을 겨루는 보기 드문 싸움판이 벌어졌다.

경쟁에서 이긴 업체는 '세계 매출 1위'에 빛나는 인천공항 면세점에 자리를 잡고 자존심을 지키겠지만, 임대료 부담 등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벌써 나오고 있다.

◇ 롯데·신라·신세계·한화에 해외 면세점들까지 격돌 =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공항공사 5층 대회의실에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제3기 입찰 참가 신청서'를 받았다.

쉽게 말해 올해부터 5년동안 인천공항 면세점을 분양받아 영업할 새 임차인을 뽑으니, 생각이 있는 업체는 의향서를 제출하라는 얘기다.

오후 4시 현재까지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롯데와 호텔신라는 물론이고 신세계와 한화(갤러리아)도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내 메이저 유통사들은 거의 모두 참여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 뿐 아니라 태국계 면세점도 일찌감치 오전 중 신청서를 냈고, 지난달 11일 설명회에 참석했던 세계 면세업계 1위 DFS그룹과 2위 듀프리도 역시 참여 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입찰 참가 신청서를 낸 업체들은 바로 다음날인 30일 사업제안서도 내야한다.

사업제안서에는 임대료 액수와 면세점포 운영 계획 등을 담아야한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소수 업체는 다음 달 초께 면세점 운영 역량·계획 등을 소개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기회를 얻는다.

영광의 최종 낙찰자는 각 업체가 써낸 임대료 액수(40%)와 사업내용 평가(60%)를 기준으로 선정된다.

◇ 인천공항면세점 매출·객단가 세계 1위…유통브랜드 이미지에도 도움 = 이처럼 국내외 굴지의 유통업체들이 인천공항 면세점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우선 인천공항 면세점의 규모가 말 그대로 '세계 최대'이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입찰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의 2013년 매출은 18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고, 국제 여객 1인당 매출 객단가도 44달러로 역시 세계 1위다.

특히 세계 각지에 여러 개의 면세점을 거느린 DFS나 듀프리의 경우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하면 더 큰 '규모의 경제'나 구매력을 누릴 수 있는만큼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롯데·신라·신세계·한화 등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업체'라는 유통 브랜드로서의 국내외 이미지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해외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할 때,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현재 국제 규모의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지, 운영 경험이 있는지 여부"라며 "이런 측면에서 세계 1위 매출의 인천공항면세점 운영권은 글로벌 유통업체로서 큰 프리미엄"이라고 설명했다.

◇ 입점업체 매출 ⅓이상 임대료 지출…"적자인데 임대료 더 올라" = 하지만 전체 매출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면세점에서 영업을 한다는 사실이 곧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가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와 신라 두 업체가 인천공항면세점을 통해 거두는 연간 매출은 약 2조원 규모.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항면세점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하고 있지만, 업체들의 속 사정은 좀 다르다.

한 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내는 임대료가 매출(2조원)의 3분의 1이 넘는 6천억여원에 이르기 때문에, 인건비 등 영업비용을 빼면 사실상 적자 상태라는 게 기존 입점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더구나 이번 3기 입찰 제안요청서를 보면, 공사는 공항 여객터미널과 탑승동에 걸친 총 1만7천394㎡ 면적의 면세영업장(12개 구역 구분)의 최저 수용금액으로 7천86억3천585만원을 제시했다.

단위 면적으로 환산하면 1평(약 3.3㎡)당 무려 1억3천444만원에 이른다.

최저 수용금액은 공사가 입찰자들에게 "적어도 이 금액 이상의 연간 임대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입찰액을 제출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일종의 '입찰액(임대료) 하한' 가이드라인이다.

이 같은 새 임대료 하한선(7천86억원)은 롯데·신라·관광공사 등 현재(2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점·운영업체들이 내는 연간 임대료(2013년 기준 6천150억원)보다 15% 정도 많은 수준이다.

인천공항면세점을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높은 임대료 부담 때문에 인천공항면세점이 사실상 적자 상태인데, 최저 임대료가 현 임대료보다 15%나 올라 수익성 측면에서 환경이 더 나빠졌다"고 우려했다.

더구나 이번 3기 입찰은 그 어느 때보다 국내외 유통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실제 입찰로 결정되는 임대료는 공사가 제안한 최저 임대료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지금보다 임대료를 20~30%나 올려주겠다고 제안서를 써내 낙찰이 되더라도, 당장 올해 적자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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