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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발로 남편 이발해주는 소아마비 아내

[월드리포트] 발로 남편 이발해주는 소아마비 아내
메마른 내몽고 사막과 황토의 고장 간쑤성에 둘러싸인 닝샤는 회족들이 모여사는 회족자치구입니다. 이곳의 한 시골 마을에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올해 칠순이고 아내는 마흔 아홉입니다. 두 사람의 나이 차는 스물 한 살. 부부의 연을 맺은 지도 16년이 됐습니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되기는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아내인 바오아이샹은 12살 때 소아마비를 앓으면서 두 손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이 불편함을 이겨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두 발을 마치 손처럼 편히 다룰 수 있게 됐습니다. 두 발로 밥도 하고 옷 세탁도 하고 심지어는 십자수까지 능수능란하게 해낼 정도였습니다.

몸이 불편했던 그녀는 결혼은 남의 일일 뿐 자기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서른을 넘기도록 남자에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남편인 마완와는 첫 부인이 병으로 일찌감치 세상을 뜨면서 딸 하나를 데리고 남의 집 일을 도와주며 어렵게 살아왔습니다. 외롭게 늙어갈 딸을 걱정한 바오 씨의 부모가 수소문한 끝에 살림은 힘들어도 착한 심성을 가진 마 씨를 딸에게 소개했습니다. 상당한 나이 차와 장애, 의붓 딸, 이런 저런 쉽지 않은장벽을 극복하고 1999년 두 사람은 새로운 가정을 이루기로 어렵사리 결심했습니다.
아내
다정다감한 성격의 남편과 생활력 강한 아내는 서로를 위하며 즐거운 신혼을 보냈습니다. 결혼 일년 만인 2000년, 두 사람 사이에 사랑스러운 딸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생후 얼마 안 된 어린 딸이 병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슬픔을 채 이겨 내기도 전에 아내에게 또다시 병마가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손발이 오그라드는 질병이었습니다. 식사준비에 청소며 빨래며 집안 일의 대부분을 맡아오던 아내는 이제 그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거듭된 불행에 낙심한 아내의 얼굴엔 미소가 사라졌고 하루 종일 한 마디 말도 하지 않는 날이 계속됐습니다. 이런 아내를 지켜보며 남편은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항상 웃는 얼굴로 희망만을 얘기해 줬습니다.
아내
몇 달을 자리에 누워만 있던 아내는 남편의 한결같은 응원에 다시금 용기를 냈습니다. 이미 오그라든 발을 힘겹게 움직이며 조금씩 발의 감각을 되찾았고 발을 사용해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가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년간의 피나는 노력의 시간을 보낸 끝에 마침내 두 번째 병을 얻기 전의 수준으로 두 발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두 발은 온통 칼에 베이고, 뜨거운 국물에 데인 상처 투성이였고 발가락 끝에는 빠짐없이 굳은 살이 박혔습니다.
아내
다시금 집안에서 웃음 소리가 흘러나왔고 남편의 전처가 남긴 의붓딸을 친 딸처럼, 아니 먼저 보낸 친딸보다 더 이뻐하며 헌신적인 엄마 노릇에 충실했습니다. 밤낮으로 발을 단련하며 아내가 남편을 위해 따로 준비한 필살기가 하나 있습니다. 회족 전통에 따라 머리와 수염을 항상 단정히 갖춰야 하는 남편을 위해 이발사가 되기도 한 겁니다. 매일 아침 일하러 나서는 남편을 앉히고 상처투성이 자기 발로 면도기를 들어올려 정성껏 머리카락이며 수염을 정갈하게 다듬어 줍니다. 이발과 면도가 깔끔히 끝나면 남편은 굳은 살 박힌 아내의 두 발을 받들고 경건하게 입맞춤을 합니다.

중국도 요즘 헤어지는 부부들이 많다고 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지난해 350만 쌍의 부부가 이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도에 비해 12.8% 늘었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이혼률이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중국의 특성상 공식적인 통계인 만큼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부부가 갈라서고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재미있는 건 일주일 이상 쉬는 춘제나 국경절 같은 장기 연휴 끝에는 이혼률이 평소보다 40%까지 올라간다는 사실입니다. 1980년 이후 출생한 이른바 '빠링허우' 젊은 부부들이 휴가 기간 중에 같이 붙어 있는 시간이 늘고 친지들과 부대끼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부부 싸움으로 이어져 휴가 끝나기가 무섭게 이혼 수속을 밟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세태를 지켜보며 아예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결혼 적령기인데도 결혼을 기피하는 인구가 2억 명이 된다고 합니다.

닝샤 지역 언론의 취재로 알려진 마-바오 부부의 특별한 사랑 나눔을 보며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잔잔한 감동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짧게는 두 주, 길게는 한 달 이상 쉬는 춘제 연휴를 앞두고 이번 춘제가 어느 부부에겐 결혼의 무덤이 되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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