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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연말정산 카드공제, 왜 자꾸 오류가 날까 ②

[취재파일] 연말정산 카드공제, 왜 자꾸 오류가 날까 ②

▶[취재파일] 연말정산 카드공제, 왜 자꾸 오류가 날까 ①

④ 이런 실수, 전엔 없었을까?


1편에서 말씀드린 실수들은 모두 '전 같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오류'입니다. 전에 없이 카드 사용 공제율이 차등화된 데다, 새로 생긴 전통시장과 대중교통 공제는 업종 구분이 불가능해 명확하게 나누기 어려워지면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한 잘못이죠.

그런데 이번에 나타난 카드사 오류 가운데, 삼성카드의 휴대전화 구입비 공제 오류는 "전에도 있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삼성카드는 카드 포인트로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게 해주는 '폰세이브' 프로그램을 통해 sk텔레콤 휴대전화를 구입한 18만 5천명 분, 635억 원 어치를 공제대상에서 누락했습니다.

요즘 휴대전화 구입비는 보통, 통신비와 함께 카드에서 할부로 빠져나가죠. 통신비는 1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카드 공제 대상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휴대전화 구입비는 역시 1편에서 말씀드린 대로 '업종' 구분이 딱 되니까, 할부로 통신비와 함께 돈이 빠져나간다고 해도 여기서 오류가 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권애리
그런데 그냥 휴대전화를 사는 게 아니라, 포인트 연계 서비스인 '폰세이브'를 통해 휴대전화를 사는 경우엔 '업종코드'로 구분하지 않고 카드사의 영업관리를 위해 별도의 가맹점 번호를 부여했습니다. 전국의 어느 매장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하든 포인트 연계 서비스로 구입한 휴대전화는 평범한 기기 구입 건으로 분류하지 않고 별도 코드로 입력해서 관리하는 건데 이 코드를 그만 담당자가 '통신비' 코드로 분류했다는 게 상성전자의 설명입니다. 이렇게 카드사의 특별 서비스와 연계돼 발생한 매출을 별도 관리하다 생긴 실수는 공제율 차등화 이전에도 발생할 수 있었겠죠.

실제 삼성카드가 이 서비스를 시작한 2013년 6월분부터 모두 누락됐지만 지난해엔 그냥 넘어갔습니다. BC카드의 연말정산 오류 발표 이후, 삼성카드도 올해 것을 돌아보다 지난해 것까지 발견한 겁니다. "있었을 수도 있는 일"이 아니라 짐작대로 "있었는데 다같이 모르고 넘어간 일"이네요.

올해 누락분은 서류를 다시 내면 된다 해도, 지난해 것은 어떻게 대응할 지 아직 삼성카드도 구체적인 안을 아직 내놓지 않았습니다. 연말정산은 5년간 수정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결국 소비자들은 두 번 수고를 해야겠죠.

그런데 휴대전화가 비싸다 보니까 이 구입비는 대중교통 사용액에서 발생한 오류와 달리 한 건 당 덩어리가 큽니다. 대중교통 사용액 누락은 3사에서 270만 명에 996억 원인데, 이 건은 삼성카드 회원 18만 5천 명만 해당돼도 액수로는 635억 원이나 됩니다.
 
게다가 공제율이 2배인데 일반 공제율을 적용한 앞서의 오류들과 달리 아예 비공제대상으로 잘못 분류했던 걸 정정하는 거니까, 돌려받을 수 있는 액수도 커지고요. 2013년 하반기부터 삼성카드에서 폰세이브로 SK텔레콤 단말기를 구입하신 분들은 이 돈 제대로 정산하지 않고 지나가기 아깝습니다.

그래서 정산, 다 하셨나요?

아무튼 이렇게 다양한 오류가 가능한 과정에서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카드 사용액 목록이 나한테 정확히 잘 도착했다 해도(휴..) 입력하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하시는 분들 참 많습니다.

신용카드 일반 사용액, 전통시장 사용액, 대중교통 사용액을 따로따로 입력할 뿐 아니라, 체크카드와 현금 영수증은 또 따로 있죠.

게다가 올해는 체크카드 사용을 활성화시킨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하반기에 한해 한시적으로 체크카드 공제율을 40%까지 늘렸습니다. 단, 2013년 체크카드 사용액 절반치보다 지난해 하반기에 사용한 사용한 금액이 클 경우, 그 초과분에 한해서만입니다. (제가 쓰면서도 헷갈립니다.)

입력하기도 까다롭고, 잘못 입력할 가능성도 전보다 훨씬 커졌습니다. 한 여신 관계자는 "카드 부문을 떠났다 4년만에 다시 왔는데,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나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게 복잡해졌더라"고 말하더군요.

그렇다면 이런 저런 오류들이 나지 않게, 정부가 총괄 지휘·관리하면 안 되냐는 얘기도 나오죠. 그렇지만 연말정산 정보는 사실 "근로자들이 원칙적으로는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하는 거, 너무 어렵고 많고 불편하니까 우리가 분류해서 간소화서비스도 제공하는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맞는 얘깁니다. 연말정산하겠다고, 내 사생활의 모든 정보를 통합적으로 국가가 관리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죠. 카드사들이 이번에 실수한 것도,그런 원칙의 토대에서 법적으로 따져물을 근거는 없습니다.

아무튼 복잡한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해 연말정산 입력 과업의 끝에 오류없이! 도달했다고 해도, 토해냅니다...
사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모든 공제 항목들은 액수로 따지면 크지 않거든요. 신용카드(또는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 사용액이 소득의 25%를 넘었을 때,그 초과분에 대해서 공제가 들어가는 거니까요.굵직굵직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어 나타난 마이너스에 비교하면 연말정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참 미미합니다.

이쯤 되자, 저는 '지금 나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세수 부족에 따른 증세의 필요성'이나
'세액공제의 정당성'에 대한 찬반 의견은 일단 논외로 하겠습니다. 단지 좀, 나라로부터 바보 취급 당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요. 전통시장과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겠다, 체크카드 사용률을 높이겠다, 는 정책목표도 알겠고, 조금이라도 공제 더 해 준다면 좋긴 합니다.

하지만 좀 심하게 말하면 내 돈으로 빵셔틀 시키면서 '거스름돈은 너 가져' 당한 것 같기도 하고...좀 그랬습니다. "저기.. 나라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내가 명확히 알기 불가능한 것들에 대해 입증 책임이 나한테 있다면, 좀 편리하게, 간단하게, 쉽게 해주세요.

자꾸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 항목만 세세하게 늘리지 말고. 내가 세금을 내면서도 뭘 내고 있는지, 이게 맞는지 틀리는지 알기 힘들게 하지 말고. 뭐 이런저런 거 추가공제해 준다고 하니까 열심히 했는데, 어차피 이번 연말정산의 핵심은 그게 아니었잖아요. 이렇게 복잡하니까, 아직도 증세가 아니라고 우길 수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묻고 싶어졌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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