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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발열(發熱)내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취재파일] 발열(發熱)내의에 대한 오해와 진실
포근하던 날씨가 갑자기 또 추워졌습니다. 올 겨울은 한번 추위가 닥치면 매서운 칼바람이 같이 불어, "지금 한겨울이야" 하고 바람이 계절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풀리고 이제 곧 2월도 되니 봄도 머지 않았구나 생각했는데 반짝 추위가 이어진다고 하니 찬바람이 그냥 물러가기에는 뭔가 아쉬웠나봅니다. 이렇게 추운 날,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했다면 따뜻한 외투나 내복이 생각나기 마련인데요. 저도 가는 겨울이 아쉬워서 오늘은 발열내복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발열(發熱)내의' 라고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몇년 전 일본의 한 유명 의류업체가 이 발열내의를 내놓으면서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는데요. 이후 국내 의류업체도 너도나도 발열내의를 출시하면서 겨울철이면 내복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발열내의하면 열을 발생시키는 내복이란 말 뜻 그대로, 왠지 입기만해도 열이 나서 따뜻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는데요. 그렇다면 실상은 어떨까요?

이미 관련 뉴스를 접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발열내의 중 일부는 발열효과가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16일이죠. 소비자단체 YWCA가 국내 시판중인 기능성 내의 21개 제품의 기능성과 품질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해서 SBS를 비롯한 많은 언론이 이를 보도하기도 했는데요.(구체적인 실험 결과는 www.smartconsumer.go.kr 에서 확인 가능)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일부 제품은 흡습발열, 광발열 같은 발열효과를 내는 기능이 확인되지 않거나 미미하지만 제품명이나 기능에 ‘히트’라고 표시돼 있어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흡습발열은 섬유가 인체로부터 발생한 수분 또는 주변 수분을 흡수해 열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광발열은 섬유가 빛을 흡수해 발열하는 기능성을 말합니다. 기능성 내의가 보온으로 이어지는 발열효과를 내려면 흡습발열이나 광발열 같은 이런 기능성 발현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즉 땀을 많이 배출하거나 햇볕을 많이 쬐거나 해야 보온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지 그냥 내복만 입는다고 더 따뜻해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YWCA의 조사 결과 발표 전에 서울대 의류학과팀에서도 발열내의의 보온력을 시험한 적이 있는데요. 서울대측에 따르면 원래 발열의복 (Heating garment)은 열선이나 태양열, 축열 등을 이용해 직접적, 능동적으로 열을 내는 기능을 가진 의복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발열체를 부착하거나 삽입한 형태의 시판 '발열조끼'(Jung, 2011)나 Hwang and Lee(2013)가 개발한 '거들' 같이 발열체의 열을 전도성 고분자를 내장하고 있는 섬유에 전달하여 인체를 보온하는 경우가 발열내복의 예라고 할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발열 내의 캡쳐_6
그런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발열내의는 이런 직접적, 능동적인 발열 기능을 가진다기 보다는 땀이나 체열에 의존하는 이차적, 수동적 발열 성능을 가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발열 내복이란 명칭은 자칫 소비자에게 과장된 혹은 왜곡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상업적 오용을 방지하기 위한 올바른 용어 사용이 필요해 보인다고 서울대측은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명칭에 대한 오남용 외에 보온력 실험 결과도 YWCA와 서울대의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서울대측은 일반 내의와 중저가 발열내의 그리고 고가의 발열내의 이렇게 3종류의 내의의 보온력을 비교했는데 결과는 3종류 내의간 의미 있는 보온력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인체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보온력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보온력에서는 차이를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가격은 일반 내의보다 고가의 발열 내의가 많게는 10배 가량 비싸서 확실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온력면에서 특히 일반 내의가 발열 내의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일반내의의 경우 발열내의보다 면이 더 두껍고 무게가 나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반내의는 두꺼우니까 그만큼 더 따뜻한 것인데, 다만 그렇다고 해서 발열내의의 보온력이 형편 없다는 뜻은 아니고, 최근 출시되는 발열내의는 착용감을 좋게 하기 위해 무게를 줄여 얇게 만들었기 때문에 같은 두께로 만들면 발열내의가 일반내의보다 더 따뜻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옷 맵시나 좋은 착용감을 위해 발열내의는 두껍게 만들지 않을 뿐이죠.

보온력만 놓고 보자면 YWCA나 서울대의 실험 결과 모두, 발열내의의 경우 비싼 만큼 제 값을 못하거나 특정 조건에서만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건데 문제는 내복 제조사들이 이러한 기능성을 제품에 표시하거나 , 광고에 활용해도 이를 확인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 또는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입니다. '발열' 또는 '히트' 제품이라며 소비자의 기대를 유발하고 있지만 기능성에 대한 표준화된 시험방법이나 평가 기준이 없다보니 제조사들은 그런 기능이 없는데도 '히트'라고 표기를 하거나, 또는 자체적으로 의뢰한 보온력 테스트 결과를 광고에 표시하며 마치 성능을 검증 받은 것처럼 하고 있지만 국가에서 공인해주거나 누가봐도 성능을 인정해줄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는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발열효과가 좋은 기능성내의를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원단 소재를 살펴보고, 활동성이나 땀 배출량 등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해 내의를 고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발열내의의 성능,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발열내의든 일반내의든 입었을 때가 안입었을 때보다 보온력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환경부 조사 결과 내복을 입으면 실내 온도를 2.4도 올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복을 입으면 그만큼 따뜻하다는 것으로 발열내의든 아니든 입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반짝 추위가 다시 찾아왔지만 올 겨울도 이제 곧 물러가고 따뜻한 봄날이 올 겁니다. 막바지 추위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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