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귀찮아 지는’ 상황 때문에 성장한 게 바로 ‘배달 앱’입니다. TV광고에서 배달 앱을 처음 봤을 때는 ‘저런 걸 누가 쓰나’ 했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니 소비자들에게 정말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뭘 먹을지 부터 시작해 가격이 얼마인지까지, 식사 한 끼를 위해 해야 하는 고민을 이 앱에 들어가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일단 메뉴를 결정하면 곧바로 식당에 주문할 수도 있고, 결제도 이어서 할 수 있습니다.
식당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앱을 통해 음식점이 소개되기 때문에 홍보 효과도 있습니다. 후기만 좋다면 얼마든지 소비자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식당들은 이 배달 앱 때문에 골치가 아프기도 합니다. ‘공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식당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배달 앱에 등록하면 그 자체로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홍보에 따른 비용입니다. 뿐만 아니라 앱을 통해 결제까지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또 수수료를 부담해야 합니다. 배달 앱 마다 차이는 있지만 14% 안팎의 수수료를 낸다고 보면 됩니다. 손님들이 음식점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하는 경우와 배달 앱으로 주문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식당에 남는 금액이 달라집니다. 소비자들이 편리한 만큼 식당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겁니다. 수수료 때문에 배달 앱에 등록을 하고 싶지 않아도 홍보 효과를 생각하면 안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 앱을 만든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5명이 한 팀인데, 방학이라 할 일이 더 많아 자주 모인다고 합니다. 앱을 어떻게 확장시켜 나갈지, 기존 자료들은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 주제가 마르지 않더군요. 이미 나와 있는 기성 앱들과 경쟁하려는 것도 아니고, 유명 인사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대학생이기에 가능한 발상이었을까요. 단지 그 뿐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앱을 유지하는 데 1년에 10만 원씩 관리비를 내야하고 앱을 확장하려면 그만큼 시간도 투자해야 합니다. 이 앱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 학점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요즘처럼 스펙 쌓고 취업 준비하기 바쁜 대학생들이 아무 대가없이 이런 사업을 벌인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당장 개학을 앞두고 기숙사와 월세방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자본의 논리를 철저하게 배우는게 요즘 대학생들이니까요.
이 학생들은 요즘 서울대학교 뿐 아니라 다른 대학가에도 이런 방식으로 ‘공생’이 퍼지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앱 하나로 하루 아침에 세상이 바뀌진 않겠죠. 하지만 그냥 '앱'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자신감을 얻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앱이 얼마나 갈 것 같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이 앱은 학생들의 의지와 아이디어로 시작된 것이니 그만큼의 뜻만 더 모이면 얼마든지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오랫만에 학생들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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