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요즘 '비언어극 공연' 보신 적 있으세요?

넌버벌 공연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

[취재파일] 요즘 '비언어극 공연' 보신 적 있으세요?
비언어극이라고도 불리는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 난타가 최근 ‘누적관객 천만 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 시장에서는 가끔 일어나는 일이지만, 복제가 불가능한 공연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성과입니다. 1997년 초연 이후 우리나라와 해외 51개국 289개 도시에서 3만 회 넘게 공연을 이어온 결과입니다.
 
난타는 자타공인 국내 넌버벌 공연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스톰프’나 ‘튜브’ 등 기존의 성공적인 해외 넌버벌 공연의 특성을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 전통의 사물놀이 리듬을 사용하는 독창적인 시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1999년 국내 공연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나가 전회 매진의 기록을 세웠고, 2000년에는 국내 최초로 상설 공연장을 개관해 '오프런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저도 10여 년 전 당시에도 유명했던 난타 공연을 관람한 기억이 있습니다.
 
취파 난타_640
취파 난타_640
난타의 성공을 계기로 지난 18년 동안 우리 넌버벌 공연 시장은 양적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무술이 결합된 ‘점프’나 댄스가 결합된 ‘사춤’, 드로잉쇼와 코미디가 결합한 ‘페인터즈 히어로’ 등은 이제 난타와 함께 대표적인 넌버벌 공연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현재는 20개 가까운 넌버벌 공연물들이 국내에서 상설 무대에 올려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2004년 33만 명에 불과하던 넌버벌 공연 관람 외국인 관객은 2010년에 100만 명, 지난해에는 190만 명을 돌파하며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한국어 대사 없이 리듬이나 비트, 상황만으로 구성된 이 한국형 넌버벌 공연들은 이제 국내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대표적인 우리의 문화 관광 상품이 됐습니다.
 
하지만 국내 넌버벌 공연 시장이 양적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부 넌버벌 공연들이 점점 국내 관객들과 괴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공연들은 처음부터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만을 대상으로만 기획·제작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외국의 사례와 비교를 해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외국을 여행할 때 어떤 공연을 보시나요? 많은 분들이 미국 뉴욕이나 라스베이거스, 또는 영국 런던 등을 방문할 때면 밤 시간에 공연을 자주 관람합니다. 대부분 현지 관객들에 의해 ‘잘 만들어진 작품임이 검증된 작품’들입니다. 그런 공연을 보고 많은 이들이 생각합니다. ‘내일 저녁에도 혹은 다음 여행 때도 이곳에서 하는 또 다른 공연 작품을 보고 싶다’고.
 
그런데 우리의 문화 관광 상품인 넌버벌 공연 시장은 어떤가요? 국내외 관객의 검증을 받으며 오늘날에 이른 공연들도 있긴 하지만, 일부 공연의 경우 국내 관객들은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관객의 평가와 입소문을 통해 명성을 쌓아가는 정공법 대신 해외 여행사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표를 헐값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좌석을 채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인 패키지 관광객을 상대로 한 저가 티켓의 매출 비중이 늘면서, 최근엔 국내 넌버벌 공연 시장에서 관객 수는 느는데도 수익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보고 감동을 받을 만한 공연 작품은 국내 관객들에게도 보고 싶고 흥미로운 공연이어야 합니다. 국내 관객과 넌버벌 공연 시장의 괴리가 앞으로 더 커진다면, 우리의 대표적 문화 상품인 넌버벌 공연이 자칫 자국 관객은 찾지 않는, 저렴한 2류 공연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넌버벌 공연 시장은 아직 20살도 채 되지 않은 소년과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 새로운 것을 창작하고 시도하는 노력 없이 기존의 성공작들을 모방하고 답습하는 방식으로는 성장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 선진국에서 온 이들에게도 '이것이 한국의 공연 문화’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도록, 우리의 넌버벌 공연 시장이 이제는 양적 성장에 걸맞는 제2의 도약에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 '난타' 천만 관객 돌파…비언어극에 남겨진 과제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