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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노타이 총리의 패기…'유럽의 봄'은 오나?

[월드리포트] 노타이 총리의 패기…'유럽의 봄'은 오나?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승리했다. 그리스 현대 정치사에서 급진좌파 정당이 정권을 잡은 것은 처음이다. 대표인 치프라스는 올해 40살로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리스 총선은 유럽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시리자' 승리 요인?

그리스인이 먹고 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25.5%, 25~35세 청년 실업률은 50%에 육박한다. 중산층은 무너졌다. 그리스는 수년간 경기가 침체돼 나라가 부도 위기에 몰리자 2010년 구제금융을 받았다. 돈을 빌린 대가로 공공지출과 연금 축소 등을 시행했다. 긴축 정책 프로그램이다. 몇 년 참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유권자의 불만을 '시리자'가 정확히 짚었다. 고통의 원인이 긴축 정책이라면 끝내자는 것이다. 채무탕감 주장이 무모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메시지는 명확했다. 또 임금 인상, 연금 인상, 고소득층 세금 인상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제 먹고 살만 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집권당은 채권단과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유로존에서 쫓겨난다고 공포심을 조장했지만, 민심을 되돌려 놓지 못했다.
 
● 왜 국가채무를 겨냥했나?

그리스는 2010년 이른바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로부터 2400억 유로를 빌렸다. 다른 빚까지 더하면 현재 그리스의 국가채무는 3200억 유로다. 우리 돈 390조원이다. 이 금액은 그리스 국내총생산의 배에 가까운 규모다. 쉽게 말해 소득 대비 부채가 너무 많아 빚을 갚을 수 없는 구조다. 더구나 지금 같은 긴축 정책으로 경제 침체가 지속되면 채무 상환은 더 어려워 진다는 것이다. 채권단이 채무를 탕감해서 숨통을 터주면 경제를 살려서 나머지 빚이나마 잘 갚겠다는 게 '시리자'의 논리다.
 
● 채무 조정은 가능한가?

'시리자'는 채무 탕감을 선호한다. 원금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 전례를 남기면 돈을 빌려간 다른 나라들도 똑같은 요구를 할 것이 때문이다. 채권단은 남유럽 국가들이 국가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해 파산 지경에 이른 만큼 허리띠를 더 졸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대 채무국인 독일이 완강하다. 채무탕감이 불가하다면 협상 방안은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채무 상환시기를 연장하거나 이자율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 또 그리스의 수출 등 경제 지표에 연동해 채무 상환 규모나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채무 탕감을 제외하면 양자가 논의 테이블에 앉아 볼 여지는 있다.
그리스 국기
 
● 급진좌파가 우파와 손을 잡다

'시리자'는 급진좌파임에도 우파인 그리스독립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유로화, 재정, 금융 정책이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자'가 정치 성향이 유사한 좌파 그룹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고 우파와 손을 잡았다는 것은 반 긴축 정책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반긴축' 연대…'유럽의 봄'은 오나?

유럽의 긴축 정책은 독일 메르켈 총리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통해 공공부채를 줄여 체질을 개선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독일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경제가 살아났다는 지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메르켈식 긴축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때 ‘반 긴축’의 기치를 든 '시리자'의 집권은 유럽 사회에 파장을 몰고 왔다. 우선, 긴축에 부정적인 좌파 진영이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에서 ‘반 긴축’ 기조를 갖고 있는 정당인 포데모스는 “희망이 다가오고 두려움은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좌파전선의 멜랑숑 대표는 '시리자'의 승리로 “유럽 역사의 새 페이지가 열리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도 채권단에 브레이크를 걸 용기를 얻었다는 평가다. 우파인 프랑스 국민전선, 영국 독일당도 반긴축 정책에 동조하며 세 확장에 나설 태세다.
 
● 노타이 총리의 패기

선거 다음날 '시리자' 대표인 치프라스는 총리에 취임했다. 처음부터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첫 공식 행사는 대통령에게 총리 임명장을 받고 선서를 하는 것이었는데,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평소 노타이 차림을 즐겨 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국가 지도자로서 첫 공식 행사라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향후 그의 정치 스타일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유럽 판 88만 원 세대인 ‘700유로 세대’를 자양분으로 성장한 정치인다운 모습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는 또 메르켈 독일 총리도 유럽 지도자 가운데 한 명에 불과하다며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급히 달려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부잣집을 빈번히 찾아가는 다른 유럽 정상들을 조롱하는 뉘앙스이다. 그의 패기가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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