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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1위…제과업계 '아전인수'식 통계 남발

허니버터칩 등 '달콤한 감자스낵'의 인기로 불붙은 제과업체들의 경쟁과 신경전이 '아전인수식' 순위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모두 자신이 '업계 1위', '최초'라고 주장하지만, 중립적 기관의 통계가 아닌 자체 매출 집계를 근거로 제시해 비교 가능한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해태제과는 '허니제품 매출 전인미답의 경지 넘본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허니버터칩과 허니통통의 월 110억 원 매출은 70년 넘는 국내 과자 역사상 전인미답의 경지이며 앞으로도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허니버터칩과 허니통통을 계열 상품으로 '묶은' 것까지는 차치하더라도, 정말 이 '월 110억 원 매출'이 역사상 제과업계 사상 초유의 실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오리온도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 통계를 인용, 자사 감자칩 '포카칩(오리저널·어니언·스윗치즈)'의 작년 12월 매출과 판매량이 109억 원, 900만 봉지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닐슨 자료가 아닌, 자체 매출 집계로는 145억 원을 넘어섰다고 덧붙였습니다.

만약 오리온의 자체 실적을 인정한다면 해태의 '전인미답' 기록은 사실이 아닌 셈입니다.

이처럼 닐슨 수치와 업체측의 수치가 크게 다른 것은, 매출 집계 시점과 대상들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닐슨 자료는 소비 추세를 가장 잘 반영하는 3천여 개 표본 소매유통점에서 실제 해당 스낵의 판매 데이터를 취합해 통계 처리로 전체 합을 구한 것입니다.

이에 비해 업체 매출 통계는 상품이 공장에서 출하된 뒤 도소매점으로 넘어간 물량과 금액을 뜻합니다.

이를 통해 시중에 '풀린' 규모를 가늠할 수는 있어도, 정확히 실제 소매점에서 판매된 액수와 같다고 볼 수 없습니다.

대체로 닐슨 판매 조사값보다 업체 자체 수치가 훨씬 더 많습니다.

같은 기준의 비교를 위해 해태측에 작년 12월 닐슨 통계를 요청하자, 해태측은 "닐슨 자료는 표본 집계라 정확하지 않고, 더구나 기존 경쟁 제품들에 비해 허니버터칩 등이 출시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표본 매장의 판매 항목에서 누락될 수도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전인미답' 표현의 근거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떤 언론 기사에도 월 110억 원의 스낵 매출이 언급된 기록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썼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리온 역시 자체 집계 실적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리온은 "포카칩(오리저널·어니언·스윗치즈)의 지난해 매출액이 1천300억 원을 넘어섰다"며 "국내 스낵시장에서 단일 브랜드 제품의 연매출이 1천300억 원을 돌파한 것은 포카칩이 처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허니버터칩 등이 작년 하반기에 등장한만큼, 전통적 1위 제품 포카칩이 작년 감자칩 시장에서도 수위를 고수했다는 것은 납득할 만한 주장입니다.

하지만 '사상 최초'라는 1천300억 원 수치는 어디까지나 오리온측의 집계였습니다.

결국 오리온도 12월 포카칩 매출은 닐슨 자료를, 연간 매출은 내부 통계값을 섞어 쓰며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셈입니다.

사실 이 같은 비교 불가능한 자신들만의 '1등 우기기' 싸움을 처음 촉발한 것은 농심이었습니다.

최근 농심이 역시 자체 집계를 내세워 "수미칩 허니머스타드가 출시 한 달만에 86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고, 이는 스낵시장의 신기록"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해태와 오리온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감자칩을 만들지 않는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서로 다들 자사 제품이 1등이고, 최초라고 주장하는데, 대부분 기준을 맞추지 않고 자체 실적 집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인지 소비자들로서는 입증할 방법도 없이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라며 업계의 과열 홍보를 우려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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