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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예정 빌라서 누수…얼음기둥 생겨 '위험천만'

재건축 예정 빌라서 누수…얼음기둥 생겨 '위험천만'
재건축이 추진돼 퇴거가 진행 중인 빌라에 심각한 누수가 발생해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재건축 추진 과정의 갈등으로 일부 가구는 이사하지 않고 버텨 안전사고가 우려됩니다.

서울 북부수도사업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지난 23일까지 노원구 월계동의 한 3층짜리 빌라 건물의 2층 빈집에서 수돗물이 샜습니다.

건물은 외벽으로 새어 나온 물이 얼어붙어 두꺼운 얼음기둥을 만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됐습니다.

건물 벽의 금이 간 부분에 얼음이 생겼다가 녹으면 벽의 균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건물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변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건물 내부에도 복도 곳곳이 얼어 스케이트장을 연상케 했습니다.

이주가 마무리돼 비어 있는 집의 경우 유리창은 군데군데 깨져 있고 쓰레기가 쌓였습니다.

지하실에는 물이 가득 차서 온갖 물건들이 둥둥 떠다녔습니다.

소방서에서 나와 소방 호스로 물을 빼기도 했지만 물은 금세 차올랐습니다.

문제는 이 주택의 45가구 중 31가구는 이주했지만 14가구는 아직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 모(55·여)씨는 "물이 너무 많이 새서 주민들이 직접 물을 빼내야 했다"며 "복도가 물로 얼어 염화칼슘을 쉴새 없이 뿌렸지만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최 씨는 "밤에는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려고 비어 있는 집을 찾는 아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재건축조합은 이 빌라를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재건축하려고 2013년 말 구청에서 재건축 허가를 따냈지만 남은 가구 때문에 철거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된 것은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쌓인 주민 간 갈등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누수도 2층의 빈집에서 발생했지만 이미 이주한 해당 지분 소유자는 이를 외면했고, 결국 지난 23일 남은 거주자들이 자비를 들여 누수를 막았다고 합니다.

남은 주민들은 "우리를 몰아내려고 일부러 수리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 빌라에 아직도 남아 있는 주민들은 대부분 실소유주지만 '갈 곳이 없어서'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주민 김 모(64·여)씨는 "돈이 없는데 어디로 이사를 가겠느냐"며 "일단은 이 집에 살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재건축조합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재건축조합장 박 모(60)씨는 "주민들이 집을 팔고 나가야 재건축이 진도를 낼 수 있는데 집값을 터무니없이 높게 부른다"며 "시세보다 1억 원 정도를 더 비싸게 내놓으니 집이 팔릴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철거회사 직원 박 모(63)씨도 "남은 주민들은 시세보다 훨씬 더 높은 집값을 요구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누수로 인한 균열로 건물의 붕괴 위험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이미 이주한 주민과 남은 주민 간 갈등의 골이 오래전부터 벌어진 상태여서 재건축 문제가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북부수도사업소 관계자는 "누수 되는 수도관을 자체 정비하도록 주민들에게 수 차례 안내해 겨우 복구가 됐다"며 "앞으로도 계속 점검하겠다"고 전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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