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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15년에 벌어지는 어느 궐기대회

[취재파일] 2015년에 벌어지는 어느 궐기대회
지난 26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금융투자인대회가 열렸다. 금융투자업계, 그러니까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 자본시장에서 뛰는 선수들 1,000명 정도가 모였다. 주최는 지난해 10월 결성된 자본시장발전협의회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코스콤,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지배구조원, 한국회계기준원 등 8개 자본시장 유관 기관장들의 모임이란다. 결성 석 달 만에, 전례 없이 1,000명이나 모이는 대규모 대회를 조직해 냈다.

왜 1,000명이나 모였냐고? ‘금융투자산업의 현 위기에 대한 진단과 위기극복 과제 및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서’란다. 고백컨대 난 이 자리에 가지 않았다. 왜 그들이 진단과, 과제와 비전을 굳이 대내외에 알리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렵다면서 비싼 장소까지 빌리는지도.
취파

주최 측이 설명한 대회의 취지는 이렇다. ‘대내외 여건 악화로 금융투자 산업이 유례없는 침체를 겪으며, 국내외 위상 추락, 대국민 신뢰도 하락 및 업계 종사자들의 자긍심 저하로, 이에 분위기 쇄신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란다. 업황이 어려우니 한 번 모여 ‘fighting!’ 외쳐 보려는 것이겠다.

대통령은 동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자본시장의 재도약과 역동성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금융투자업계 스스로 심기일전의 자리를 마련한 것을 환영한다. 금융은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핵심 분야다. 정부도 자본시장의 창의와 혁신을 저해하는 낡은 관행과 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한국 금융이 IT와 결합하여 세계시장을 누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회 시작 6시간 전. 금융위원회는 공교롭게도 새로운 소식을 기자실에 알렸다. 다음달 3일 全 금융권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주제는 금융혁신과 금융발전. 2월3일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란다. 이 세미나에는 은행과 금융지주회사 CEO들을 비롯해 다른 업권의 CEO들도 대거 참석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물론 금융당국의 수장들도 함께 한다. 왜 밤까지 하냐고? 회의 자체가 '브레인 스토밍' 방식, 끝장 토론 방식이라서 그러하단다.

“이런 세미나를 갑자기 왜 합니까?” “해야 하나 봅니다” 이 한 마디면 끝인 거다. 이 세미나는 올 초 청와대 업무보고 이후 서둘러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급조된 경제금융투자인 대회에서, 또 全 금융권 CEO들이 금융당국 수장들과 함께 하는 끝장 토론에서, 핀테크(fintech)로 대변되는 금융혁신에 대한 알맹이 있는 논의와 금융규제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허심탄회한 의사소통을 기대해야 하는 것이다. 이 무슨 궐기대회도 아니고, 이 무슨 진군대회도 아닌데, 그럼에도 유사한 행사들이 잇따라 치러진다. 2015년에도 지나도 한참 지난 1970년대식 '궐기대회와 진군대회'가 다시 유행이다. 과연 누가 이런 행사를 기획하는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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