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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부산시의 갑질(?)에 부산 문화계 폭발

[취재파일] 부산시의 갑질(?)에 부산 문화계 폭발
지난 해 10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이빙 벨' 상영 문제로 아주 시끄러웠죠. 정부와 부산시는 '다이빙 벨' 상영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했고 , 영화제 주최 측은 “예정대로 상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영화제 기간 내내 긴장감이 극도로 팽배했습니다.
부산 국제 영화제_
 당시 문화부는 “상영을 중단하지 않으면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견해를 밝혔고, 부산시도 여러 번에 걸쳐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서병수 시장의 입장을 집행부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제 측은 “프로그래머들이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고 이미 상영을 결정하고 발표 한 마당에 번복했을 때 정치적 외풍 시비는 물론 대외적인 신뢰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예정대로 상영했습니다. 

당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영화계 각종 원로를 비롯해 많은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위원장은 “다이빙 벨 상영에 대한 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했지만 이렇게까지 정치적 논란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영화계를 비롯한 부산의 문화계는 다이빙 벨 상영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가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부와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손볼 것이다” “이 위원장 체제가 무사하겠느냐?”는 걱정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습니다.

취파_
아니나 다를까 영화제가 끝난 뒤 한 달여 뒤부터 감사원 특별조사국에서 부산시와 합동으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감사원은 “연초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표적 감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2개월이 조금 지난 23일 정경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직접 이 위원장을 만나 ‘서병수 부산시장의 뜻’이라며 사퇴 압박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토요일인 24일 보도 자료를 통해 우회적인 사퇴 요구를 했습니다.

 그 내용은 BI FF(부산국제영화제) 지도 점검 결과 * 직원 채용 시 공채를 시행하지 않아 조직 폐쇄성이 높아졌고 * 업무 긴급성을 들어 사전 결제 없이 예산을 집행하는 등 재정 운영이 방만하고 * 규정상 작품 선정 시 프로그래머가 작품 섭외 후 상임 집행위를 열어야 하는데 지키지 않았다 “며 올해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인물을 집행위원장으로 맡기고 싶다고 통보한 겁니다.  

BI FF 측은 “지적한 문제의 소명과 시정 방안을 원한다면 준비한 자료를 제출 할 테니 서 시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시 측은 “자료를 주면서 시장에게 전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23일 만남에는 시 측에서 정경진 행정부시장과 김광회 문화관광국장이, BI FF 측에서는 이 위원장과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나왔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서 시장의 뜻이냐. 권고사직이냐?”라고 확인했고, 정 부시장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취파_
이 위원장 사퇴 요구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영화계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영화인 단체 대표들은 24일 서울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사퇴압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BI FF 보이콧은 물론 부산에서의 촬영 거부도 논의했습니다. 세계 3대 영화제안 베를린 영화제도 이 위원장 사퇴요구 사실을 확인한 뒤 부산시를 규탄하는 성명을 준비 중인 걸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BI FF가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그동안 쌓아온 세계적 명성과 위상이 추락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사실 BI FF가 2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폐쇄적’이라거나 ‘관료적’이라는 비판이 영화계 내.외부에서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부산시의 고충이나 가슴앓이도 이해는 되지만 이런 식의 찍어내기식 문화행정은 정도가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큽니다. 지난 해 다이빙 벨 사태 당시 영화계에서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는 우려가 현실로 된 상황에서 부산시의 표적감사가 아니라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부산시는 파문이 국내외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오늘 정 부시장과 김 국장이 "이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해 다이빙 벨 파문 당시에도 논란이 커지자 문화부가 “국고 지원 중단 연락은 사실과 다르다”고 발뺌했던 것과 참 닮았습니다.
부산 국제 영화제_
부산시는 이에 앞서 부산 문화계의 수장 격인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선임’ 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기도 했습니다. 서 시장은 지난 해 10월 초대 민간 이사장에 최상윤 전 부산 예총 회장을 임명했는데요. 최 이사장은 지난 해 7월 이사장 아래에 있는 문화재단 대표 공모에서 조차 탈락한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의 거의 모든 문화 예술 단체와 지역 원로들이 지금도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부산시는 시장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조직이 돼서는 안 됩니다. 시민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고 시장의 지침만으로 움직이는 관료조직은 민주적이지도 독립적이지도 않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산시와 부산시장의 합리적 판단과 소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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