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화마가 갈라놓은 모자의 슬픈 사연

혈육 한명 없는 아이는 세상에 홀로 남아

소환욱 기자 cowboy@sbs.co.kr

작성 2015.01.26 12: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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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의정부 아파트 화재. 평온했던 주말 아침에 난 불은 130여 명의 사상자를 냈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4명이었던 사망자가 그제 한 명 더 숨지며 5명으로 늘었습니다. 숨진 사람은 가까스로 구조됐던 20대 여성입니다. 이 여성은 불이 났을 때 37개월 된 아들을 품에 안고 있었는데 전신 67%에 이르는 3도 화상을 입은 채였습니다. 화마가 온몸을 덮쳤지만, 아들을 꼭 안고 소방대원에게 구조된 것입니다. 올해 24살, 나미경 씨의 이야기입니다.

“창가 쪽에 아이랑 어머니가 있었어요. 당시 어머니는 호흡과 의식은 있었고요, 많이 힘들고 아프다고 하면서 아들을 안고 걸어 나오셨어요.”

당시 나 씨 모자를 구한 소방대원의 전언입니다. 나 씨의 부상소식이 전해진 뒤, 회복을 기원하는 기도가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온몸에 화상을 입고 화상전문병원에서 2주간 병마와 싸웠지만, 끝내 다시 아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어릴 적 고아가 된 나 씨는 한때 입양됐지만, 입양이 취소되며 다시 혼자가 됐고, 미혼모로 아들을 혼자 키워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친구들이 함께 한 마지막 길

그제 느지막한 저녁. 나 씨의 빈소를 찾았습니다. 빈소에 마련된 영정 사진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봤습니다. 아직 앳된 얼굴의 젊은 여성이 무섭게 다가오는 불길에 아이를 감싸고 있었을 모습을 그려보니 너무 슬펐습니다. 24살, 아직 꽃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하고 아들을 생각하며 살았던 젊은 엄마의 죽음은 너무 가슴 아파 어처구니가 없기까지 했습니다.
눈사람빈소는 나 씨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보육원 친구들과 학교 친구들, 상담 선생님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쓸쓸한 빈소가 될 줄 알았던 나 씨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서 그나마 마음 한구석에 위안이 됐습니다. 빈소에 절을 하고 길을 나서기 전, 나 씨의 친구와 상담을 담당하셨던 선생님께서 저의 손을 잡고 말씀하셨습니다.

“생각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외롭지 않게 저희가 잘 보내겠습니다. 친구들도 있고 상담 선생님들도 있으니 앞으로도 외롭지 않게 할 것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뒤돌아서서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은 정말 무거웠습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많은 빈소를 다녀봤지만, 정말 가슴 아픈 빈소였습니다. 한편으로 세상에 홀로 남은 37개월 난 아이가 궁금해졌습니다.

● 엄마를 잃고 세상에 홀로 남은 5살배기 아들…아직 엄마가 죽은 지도 몰라

아이는 엄마 덕분에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았고, 병원에서 퇴원해 의정부에 있는 한 어린이 보호 시설에 맡겨졌습니다. 수소문해보니 아이는 엄마의 성을 따라 쓰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괜찮아요. 다행히 엄마 덕분에 아이가 외상을 입지는 않았어요. 신체적으로 나쁜 것은 없는 상황이에요. 저희 쪽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담당 시설의 보육교사는 다행히도 잘 지내고 있는 나 군의 모습을 저에게 전해줬습니다. 나 군은 외상은 심하게 입지 않아서 임시 보호 시설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생명을 던진 위대한 어머니의 모성을 느낄 수 있어 대화 도중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의정부시와 상의해 나 군에 대한 심리치료도 논의 중의라고 하니 한편으로는 걱정을 덜었습니다. 하지만 홀로 남은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는 정말 걱정되는 점이었습니다. 나 군이 엄마 없이 홀로된 사실을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었습니다.
눈사람
[기자 : 00이가 엄마 돌아가신 것은 알고 있나요?]

[보육교사 : 아직 못 알렸어요. 아이가 아직 어리고 해서 고민입니다.]

[기자 : 알리긴 해야 하지 않을까요?]

[보육교사 : 그것도 알리는 부분도 지금 저희가 논의 중이에요 아동한테 알리기는 알려야 하는데 그걸 인지를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니나 다를까 24일 오후까지, 아이는 엄마의 죽음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37개월 된 아기가 무엇을 알겠습니까? 혼자가 된 슬픔을 알지도 못할 나이입니다. 세상에 유일한 혈육이었던 엄마를 잃은 채, 아이는 홀로 남게 됐습니다. 나 군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지금 있는 임시보호소에 보호 예정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지금 있는 시설은 말 그대로 임시보호 시설이어서 6개월 후 나 군이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37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세상의 풍파를 헤쳐나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 아기만 남기고 떠나…한 줌의 재가 돼 세상과 작별

고아로 살아왔기 때문에 하나 있는 아들에 대한 모성애가 그만큼 더 강했던 나 씨. 나 씨의 발인은 어제(25일) 오후 진행됐습니다. 한 줌 재로 돌아간 나 씨는 어머니의 위대한 모성애를 우리 사회에 보여주고 떠났습니다. 나 씨는 의정부에 있는 한 납골당에 안치됐습니다. 이제 나 군은 홀로 세상에 남겨졌습니다. 나 군을 탈 없이 어른이 되도록 돌보는 것은 이제 우리 사회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다시 한 번 故 나미경 씨의 명복을 빌어 봅니다. 

[눈사람] 불길에 아들 구한 엄마…마지막 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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