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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배 차이…외제차 직영 수리 '부르는 게 값'

[취재파일] 4배 차이…외제차 직영 수리 '부르는 게 값'
독일 소형차다. 외제차 중에서는 저렴한 편에 속한다. 뒷범퍼가 살짝 눌렸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 뒷범퍼를 고치는데 얼마나 들까?
[취재파일] 외제차
먼저 일반 자동차 정비업소를 찾았다. 수입차 전문이라는 안내 간판에 붙어 있다. 상대방 차에 살짝 받혔고, 상대방이 보험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비업자는 쓱 살피더니 대번에 가격을 부른다. “53만원 나오겠네요.”

뒷범퍼와 후방 센서를 떼어냈다가 수리한 뒤 다시 부착하면 된다는 것이다. 수리는 세 시간 정도 걸린단다. 대기 중인 차량들을 감안해도 아침에 맡기면 오후 6시쯤에는 타고 갈 수 있을 거란다. 보험사에서 아마 하루 교통비가 나올 텐데 요즘은 7만 원 정도일 것이라고 알려준다. 우선 견적서만 달라고 요청했다. 바로 수리작업 항목별로 공임이 표시된 견적서를 내준다. ‘뒷범퍼를 교체하는 게 어떠냐’는 말은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취재파일] 외제차
같은 차를 몰고 이번에는 외제차 딜러업체의 직영 AS 센터로 갔다. 정장을 말쑥이 차려입은 직원이 나와 역시 차를 한 번 쓱 살펴본다. “도장 하시면 70만~80만 원 정도 되는데요, 음~ 범퍼 부분은 플라스틱이라 복원이 안 됩니다. 눌린 거면 교체하셔야 될 거예요.” 범퍼를 꼭 교체해야 하냐고 다시 물었다. “이 정도 눌렸으면 교환하셔야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해 차량 차주가 보험 처리하는데 필요하다며 견적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견적서는 따로 발행되는 건 없습니다. 저희가 (견적서) 양식이 없어요. 차량이 입고가 되고 (전산으로 필요한 부품이) 입력되면 정확한 비용이 나와요. (범퍼) 교환이니까 한 150만 원 정도 나오겠네요.”

이번에는 수리에 얼마나 걸리겠는지 물었다. “한 3~4일 정도 걸립니다. 고객님 과실이 없으니까 그 동안은 렌터카를 타시면 됩니다. 비용은 렌터카 업체에서 상대방 보험사에 청구하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되고요.” 알겠다고 하고 돌아서려 하자 갑자기 생각난 듯 말을 덧붙인다. “아, 범퍼에 센서가 들어가게 되는데요, 센서도 교환하게 되면 한 13만~14만 원 정도 더 생각하셔야 됩니다. 사고 후에 차에서 다른 이상한 소리가 난다거나 하지는 않나요?”
[취재파일] 외제차
이제 비용을 비교보자. 먼저 일반 정비업소다. 범퍼 펴고, 도색하는데 53만 원. 수리하는 날 하루 교통비 7만 원까지 받게 되면 보험회사에서는 60만 원을 내줄 터다.

다음은 수입차 딜러업체의 직영 AS 센터다. 범퍼 교환에 따른 비용 150만 원에 센서 교체 비용 14만 원도 낼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내 돈 아닌데, 범퍼에 들어간 센서까지 싹 갈아줘야 마음이 개운할 사람이 열 중 아홉은 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 AS 센터에 들어올 때 보니 수리 대기 중인 차가 밖에도 주차돼 있다. 족히 나흘은 걸릴 터. 나흘 동안 이 독일 소형차와 같은 차를 렌트하면 하루 25만 원씩, 100만 원의 렌트 비용이 발생하겠다. 총 264만 원이 유력하다.

수리비는 53대 164, 3.1배. 렌트비용까지 감안한 보험회사의 총 보험금 지출은 60대  264, 4.4배에 달했다. 똑같은 상태의 차를 어디서 고치느냐에 따라 이렇게 비용 차이가 나는 것이다.

2013년 외제차의 평균 수리비는 276만 원. 국산차의 평균 수리비(94만 원)의 2.9배였다. 이 수리비를 부품 값과 공임, 도장료로 세분해 보자. 국산차에 비해 부품 값은 외제차가 4.7배, 공임은 2배, 도장료는 2.3배다. 수리비 중 부품 값의 가격 차이가 가장 크다는 뜻.

외제차 부품 유통 구조는 이렇다. 해외 메인 딜러(벤츠, BMW 등)가 공급한 부품을 국내 서브 딜러(BMW코리아, 벤츠코리아 등)가 받아 직영 딜러 정비공장에 보내 준다. 이런 수직적, 독점적 유통구조로 인해 가격정보가 불투명하다는 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직영 딜러들이 정비까지 함께 하고, 부품 마진까지 챙기다 보니 웬만하면 부품교체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적정한 정비요금은 정비업계와 보험업계의 오랜 갈등의 영역이다. 그래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16조가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험회사 등과 자동차 정비업자 간의 정비요금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정비요금(표준 작업시간과 공임 등을 포함한다)에 대하여 조사, 연구하여 그 결과를 공표한다’고 돼 있다. 국토부는 이 공표 의무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법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업계 자율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뒷짐이다.

그러는 사이, 보험금은 줄줄 샌다. 그러는 사이, 일반 정비업소 이용자, 나아가 국산차 운전자들이 낸 보험료로 외제차의 수리비를 보전해 주고 있다. 이게 모두 일반 운전자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가격(정비요금)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를 모르진 않지만 대안 없이 내버려 둘 일도 아니다.   

▶ 4배는 기본? 외제차 직영 수리 '부르는 게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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