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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횡포 문제 삼았더니 곧바로 보복"…홈플러스 공정위 제소

[취재파일] "횡포 문제 삼았더니 곧바로 보복"…홈플러스 공정위 제소
● 홈플러스의 '갑의 횡포'를 문제 삼은 신발회사 사장님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자사에 신발을 납품하는 중소 신발업체에 횡포를 부렸다는 내용, 이미 보도해 드렸습니다. 신발업체 사장이 이야기하는 홈플러스 측의 횡포는 한마디로 '갑질 종합판' 이었습니다.

① 홈플러스가 신발업체로 하여금 원치 않는 파견사원을 100명을 강제로 고용해 홈플러스 매장으로 보낼 것을 강요했다고 합니다. ②그리고 계약서상 '반품을 할 수 없다'고 돼 있음에도, 팔다 남은 못쓰는 신발을 3년 간 15억원어치씩 반품을 시켰고요, ③ 그런가하면 회계장부를 맞춰야 한다 등의 이유로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거짓 세금계산서를 끊어주고  돈을 수천만 원씩 꿔간 뒤 갚지 않기도 했다는 것이 신발가게 사장의 주장입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④ 명절 때면 상품권을, 매장 행사 때면 물건 들을  수천만 원씩 강매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이런 강매가 "잘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지요.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파견사원도, 반품 건도 모두 신발업체 사장과 합의를 통해 이뤄진 사안이라고 반론을 펴고 있습니다. 돈을 꿔갔다는 얘기도 세금계산서가 오류로 발급이 된 것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있고요, 강매는 어찌됐든 사장님이 필요한 물품을 사서 쓴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강요도, 불공정 거래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신발업체 사장은 홈플러스 측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갑을관계에서 오는 엄청난 압박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를 떠안더라도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합니다. 얼마나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었는지는 당시 저희가 보도한 홈플러스와 신발업체 사이 전화통화 내용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지요. 아래는 보도했던 뉴스 전문입니다.

<2015. 1. 18. 일요일, SBS 8뉴스> - 기사 보러 가기

<앵커>

한 중소기업이 물건을 납품하던 홈플러스를 공정위에 제소했습니다. 파견사원 강요에 강매까지, 이른바 갑의 횡포에 시달리며 수십억 원을 손해 봤지만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갑과 을의 통화 녹취에는 이런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신발회사의 여직원이 누군가에게 연신 사과를 해댑니다.

[예, 죄송합니다.]

임금과 퇴직금을 못 받았다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겁니다. 그런데 이 회사 사장에게 온 문자를 보면 뭔가 이상합니다.

[신발회사 사장 : 처음 뵙겠습니다. 모르는 거네요? (저도 모르는 거죠.)]

처음 본다는 사람이, 그것도 홈플러스에서 일을 했다는 사람이, 왜 신발회사 사장에게 월급을 달라고 항의하는 걸까.
 
대형마트 매장에서 대형마트 유니폼을 입고 일을 하지만, 사실은 이런 신발회사 같은 납품업체가 임금을 대는 파견사원입니다.

 부는 대형마트가 납품업체에게 이런 파견사원을 쓰도록 강요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신발회사 사장은 홈플러스 측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파견사원 100명분의 임금을 떠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전진우/홈플러스 납품 신발업체 사장 : 전 얼굴도 몰라요. (홈플러스가) 하라 그래서 한 거예요. 저는 이런 계약서(파견사원 합의서) 체결한 적도 없고. (홈플러스) 매장에 가서 일을 하는 거고 봉급은 우리더러 주라는 거죠. 파견이 아니라 강제죠.]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파견사원 고용은 납품업체의 의사를 반영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홈플러스 관계자 : 파견사원 같은 경우에는 업체에서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파견사원을 넣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가 하면 계약 내용을 어기고 반품을 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고 신발회사 사장은 주장합니다.

신발 납품 계약서를 보면 을, 그러니까 이 신발회사의 물건을 임의로 반품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2007년부터 3년간 팔다 남은 신발을 15억 원어치나 반품처리 했습니다.

[신발업체 사장: (반품된 신발은) 사이즈도 안 맞고 색깔도 막 변하지 않습니까, 거기 형광등 밑에 있고 그러면. 이거를 (계약을 어기고) 무조건 저희한테 반품을 받으라는 거예요. 거절을 하면, 압박이 오는 거예요.]  

이에 대해서도 홈플러스 측은 반품 역시 업체 사장의 뜻이었다고 해명합니다.

[홈플러스 관계자 : 서로가 이야기가 된 상황에서 원하면 진행을 하시는 것이고, 원하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양쪽의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갑과 을의 지위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전화통화 내용>

[신발업체 사장(50세) : 전화 좀 드리라 해서 했습니다.]

[홈플러스 직원(38세) : 사장님은 사장님 편할 때만 전화하세요? (네?) 그러니까 사장님은 시간 될 때만 전화하시는 것 같다고요. (시간 될 때만 전화하는 게 무슨…) 사장님 시간 되실 때만 전화하시고, 시간 안 되면 전화 안 받고. (전화 안 받은 적 없는데요. 아이, 그럴 리가 있습니까.) 알겠습니다.(딸깍)]

전화를 제때 하지 않았다고 꾸짖듯 얘기하는 남성은 홈플러스 측 구매 담당자입니다.

[(통화한 직원이) 나랑 띠동갑이거든. 무서워서 통화를 못 해요. 전화 한 번 안 받지 않습니까? 난리가 나는 거예요, 난리가. 저도 화장실 좀 갈 수 있고 전화기 잠깐 놓고 나갔다 올 수 있잖아요.]

또 다른 통화 내용입니다.

[홈플러스 직원 : 지금 (납품) 업체들 모여서 '권유 판매' 좀 하려고 하는데, 이게 찬스인 거 같아. 오늘 내일 매출이 많이 나와야 되거든. 그러니까 내가 좀 몇 개 (물품을) 사라고 그럴거예요. 와서 한 뭐 50만 원, 100만 원어치 사주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우리 직원들한테) 막 인사도 하고 그러면 좋을 거 같아요.

[신발업체 사장: 내가 '바이어(구매 담당자)한테 아부 떨 수 있는 찬스다', 그 뜻이에요. (홈플러스가 종종) 업체들을 불러서 '권유판매'라는 걸 하는데, 자기네 제품을 사서 매출을 좀 올려라 (라는 뜻이죠).]

강매를 오히려 잘 보일 수 있는 찬스라고 하는 마트 측, 명절 때면 마트 측의 상품권을 이런 식으로 수천만 원어치나 강매했다고 사장은 주장합니다.

홈플러스 측은 일부 직원의 실수로 야기된 일이며, 그래서 공정위 조정원의 중재로 지난해 8월 납품업체에 현금 4억 원을 포함해 총 13억 원을 보상해주기로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신발업체 사장: 제보를 해 놓고도, 오늘 취재를 한다면서도 나는 겁이 나는 게 이제 끝이다. 이제 끝이지 않습니까?]   

SBS 김종원입니다.


● "홈플러스 측의 보복"

오늘은 그 다음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보복' 이야기 입니다. 해당업체 사장은 2007년부터 홈플러스와 거래를 했습니다. 지난해까지 7년간 홈플러스 한 군데에만 물건을 납품했는데, 그동안 참다 참다 더이상은 안되겠다며 홈플러스 측의 횡포 문제를 수면위로 올렸습니다. 공정위에 제소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될 경우 정말로 홈플러스와의 사업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조정원이라는 곳에 중재를 요청했습니다.

이런 분쟁이 생겼을 경우, 공정위 제소까지 가기 전에 먼저 양측간 중재를 해 주는 국가기관이 공정거래조정원입니다. 홈플러스는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을 하면서도, 조정원에서는 합의금을 물어주기로 하고 신발업체 사장과 합의를 했습니다. 4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고, 이 신발업체로부터 9억 원의 신발을 납품받는 조건이었습니다. 합하면 13억원정도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합의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홈플러스가 이 합의 이후 신발업체에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겠다는 조항입니다. 그리고 다음은 신발업체도 이를 문제삼아 이의나 민원, 소 등을 제기하거나 언론에 제보를 해서는 아니된다는 겁니다. 홈플러스 측과 신발업체 사장은 이런 내용의 합의문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홈플러스

처음에는 합의가 잘 이행되는 것 같았습니다. 현금 4억 원도 받았고요, 9억 원어치 납품하기로 한 신발도 6억 6천만 원정도를 납품했습니다. 이 돈으로 돌아오는 어음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2억 4천만 원어치만 더 납품하면 되는 상황.

그런데 이때 즈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느날 신발업체 사무실로 커다란 택배상자들이 배달돼 오기 시작했습니다. 안에는 이 회사에서 만든 운동화들이 아무렇게나 구겨져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3일간 계속해서 이 회사에서 만든 운동화가 택배상자에 담겨 날아들었습니다. 택배를 보낸 곳은 홈플러스 잠실점, 홈플러스 경주점 등등, 전국의 홈플러스 매장 약 90곳. 그렇게 3일 만에 이 회사의 운동화 1만 6천 켤레가 배송돼 돌아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알아본 신발업체 사장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 운동화들은 다름 아닌 홈플러스 신발매장 매대에 진열 돼 있던 이 회사의 진열품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전국 90개 홈플러스 매장에서 이 회사에 할당돼 있던 매대가 철수당한 겁니다. 전체 매장의 80%에 달했습니다. 합의서에 도장찍은지 20일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홈플러스
홈플러스
홈플러스
신발회사 사장은 부랴부랴 홈플러스에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홈플러스 측의 답변은 황당했습니다. "모르겠는데요." 이때부터 진실 공방이 시작됐습니다. 분명히 이 업체의 매대는 철수당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에 가면 이 회사 매대였던 곳에는 다른 회사의 신발이 진열돼 있습니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왜 그런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신들은 매대 철수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장님이 지속해서 항의를 하자 "사장님이 매대 산 것도 아니잖아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홈플러스는 취재진에게도 '이 업체 매대가 왜 철수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전국 매장에 깔려있는 납품업체의 진열 매대의 관리는 홈플러스 측이 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납품업체 측이 저마다 파견사원을 고용해서 재고관리를 하고, 신제품 진열을 하고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신발업체는 파견사원을 쓰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매대 관리를 잘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신제품을 채워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를 못하다보니 아마 경쟁업체가 이 매대를 빼버리고 자기들 신발을 진열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는 좀 석연치 않은 해명입니다. 어떤 업체가 어떤 매대를 쓸 건지는 전적으로 홈플러스 측이 배정을 해 준다고 합니다. 이렇게 배정받은 매대를 다른 업체가 조금이라도 넘어오기만 해도 업체끼리 실랑이가 벌어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신제품 진열을 안했다고 한들, 남의 매대를 전국 90개 매장에서 경쟁업체가 일제히 빼버렸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것도 단 3일만에요. 

여전히 '매대가 왜 빠졌는지 모르겠다'는 홈플러스, 신발업체 사장은 이 석연찮은 답변 때문에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보복을 당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 누가 합의문을 깼는가?

진열매대가 철수당한 신발업체 사장은 홈플러스 측의 보복으로 매출이 뚝 떨어졌고, 이는 명백한 합의문 위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정위에 홈플러스를 제소했습니다.

그러자 며칠 뒤, 홈플러스 측의 한 고위인사가 신발업체로 전화를 해 왔습니다. 신발업체가 공정위에 제소를 했으니 신발업체 측이 합의문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합의당시 지급했던 4억원을 돌려주고, 9억원 납품하기로 한 건도 무효화해야한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합의했던 9억원 어치 납품은 무효화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본격화하자 홈플러스 측은 갑자기 이 '납품건'을 문제삼기 시작했습니다. 합의문에 2014년 12월 31일까지 신발 9억원어치를 납품하겠다고 해 놓고, 신발업체 사장이 중도에 납품을 중단했다는 것이지요.

자신들이 전화를 해서, 그리고 실제로 만나서 "공정위에 제소를 했으니 합의문은 깨진 것이고, 납품건은 무효로 해야한다"라고 얘기를 해놓고는, 그래서 납품을 하지 않은 신발업체에 납품 계약 위반을 문제삼은 겁니다. 신발업체 사장은 뒷통수맞았다는 입장입니다. 홈플러스 측 고위 인사가 직접 전화도 하고, 직접 만나기도 해서 납품 합의를 무효화 해야한다고 얘기를 해놓고는, 이제와서 자신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긴다는 겁니다.

홈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전화와 모임에서 '납품을 하지 말아라'라고 얘기한 것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서 공문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냥 다시 납품 하라고요. 합의문을 이행하겠다고요. 하지만 신발업체 사장 입장에선 '납품을 해라, 말아라' 만나서 하는 얘기 다르고, 공문으로 오는 내용 다른 이런 상황에서 납품을 하면 할수록 손해인 자신의 신발을 덜컥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는 겁니다.
갑질 홈플러스 캡쳐

● 결국 사건은 공정위로

결국 공정위가 사건을 조사하고 나섰습니다. 파견사원을 강요했는지, 계약을 위반하고 반품을 시켰는지, 불법적으로 돈을 꿔갔는지, 강매를 했는지 등등은 모두 공정위에서 밝혀질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공정위가 이미 지난해 연말 공정위에 접수됐던 사건을 한 달 넘게 지난 이 시점에, 뉴스 보도가 되고서야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는 겁니다. 솔직히 이 신발업체 같은 중소 업체들은 이런 식으로 영업을 못하게 되면 그 사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에 이런 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신속한 조사가 중요합니다.

이제서라도 조사에 착수를 했다고 하니, 저희 취재진은 끝까지 결과를 지켜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나오는지를 계속 전해드리기로 하겠습니다. 또한, 합의문을 누가 깼는지도 공정위 조사와 법정 다툼을 통해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부디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조그마한 납품업체가 피해보는 일만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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