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땅콩 회항 첫 재판 이모저모

처음 공개되는 JFK 공항 CCTV, 항로의 개념은?

소환욱 기자 cowboy@sbs.co.kr

작성 2015.01.22 15:27 수정 2015.01.22 15: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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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이 일어난 지도 한 달하고도 보름이 넘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라인에 큰 사건이 일어나면 ‘장이 섰다’는 표현을 씁니다. 지난 한 달간, 서부지검 앞에 장이서 수많은 기자가 밤을 새우며 새로운 뉴스거리를 취재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넘는 혹한이어서 지검에서는 청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기자들을 위해 천막까지 쳐주는 배려를 보였지요. 

한바탕 큰 바람이 몰아치고 지난 월요일. 조현아 씨와 객실담당 임원인 여 모 상무, 그리고 국토부 김 모 감독관의 첫 번째 재판이 열렸습니다. 법원에서는 한정된 방청석 때문에 언론사 당 한 명의 기자만 들어올 수 있게 조치했고, SBS에서는 제가 재판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아침부터 수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재판정 앞에 줄을 서는 모습을 지켜보니 이 재판에 얼마나 많은 이목이 쏠려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번호표까지 등장했으니 말입니다. 방청석도 가득 찼고, 그 뒤로도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가득 찼습니다. 재판부는 사건의 중요도를 생각했는지 시작 전 필요한 것들을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윽고 2시 반 정각이 되자 쑥색 수의를 입은 조현아 씨가 등장했습니다. 얼굴은 창백했고, 많이 야윈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땅콩 회항’ 첫 번째 재판은 시작됐습니다. 
조현아 공판 캡쳐_
구치소 입감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보이는 조현아 씨도 그랬지만, 기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였던 것은 재판 중간에 어떤 증거들을 제시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A380 항공기가 회항하는 모습이 담겼다던 JFK공항 CCTV가 나올지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조현아 씨가 받고 있는 혐의 가운데 항공기 항로 변경 죄가 가장 무겁습니다. 게다가 혐의 인정 여부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 있고, 당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회항 모습이 담긴 CCTV가 오랜 기다림 끝에 등장했습니다. 순간 기자석이 술렁거렸죠. (기자 중에도 재판 이전까지 회항 장면이 담긴 CCTV를 본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 [후진했다 돌아오는 비행기…'땅콩 회항' 당시 CCTV 공개] 보러 가기
[핫포토] 대한항공
견인차가 비행기를 뒤로 미는 장면에 이어 다시 탑승교로 다시 돌아오는 이른바 ‘램프 회항’ 장면이 고스란히 방청석에도 상영됐습니다. 여기저기서 탄식하는 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기자로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장면이 공개된다는 설렘도 있었습니다. 항로를 어디부터 정의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검찰과 조현아 씨 측의 주장은 상반됩니다. 견인차로 항공기를 뒤로 밀었다가 다시 앞으로 온 것이 항로이탈인지의 여부에 따라서 조현아 씨의 형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과 조현아 씨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검찰 측 입장> 

“비행기 운항이 시작된다는 것은 비행기 문이 닫힌 다음부터로 보는 것이 ICAO 규정과 항공법에 적힌 규정이다. 따라서 운항이 시작된다고 여겨지는 문이 닫힌 이후부터의 비행기의 이동 경로를 항로로 보는 것이 맞다.” 

<조현아 측 입장> 

"항로의 개념은 ‘항공로’와 같은 의미로 고도 200m 이상의 관제구역(항공국의 운항 관제사의 관제구역 의미)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기장에서의 이동은 항로라고 볼 수 없다. 당시 엔진 시동도 걸리지 않았고, 17m 정도의 거리를 차량에 의해 밀어서 뒤로 이동하다가 바로 돌아온 것이다. 따라서 항로 변경이라 할 수 없다” 


이처럼 검찰과 조현아 씨 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땅콩 회항’ 사건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비행기 회항에 관해 이번 사건에 비견될만한 판례가 없습니다. 게다가 해외에서도 유사사례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재판 결과가 첫 번째 판례로 정립될 수 있기 때문에 재판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많은 전문가와 인터뷰를 했지만 그들의 의견도 여러 가지로 나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항로로 봐야 한다>

“공중에서 비행하는 것만 항로라고 주장하는데, 비행기가 움직이면 그때부터 운항 시작이라고 항공법에 명기되어 있다. 항공법에는 비행기 문이 닫히고 비행기가 움직이면서 그려지는 모든 선을 항로라고 말한다. 따라서 지상에서 비행기가 움직이는 것들 역시 항로라고 봐야한다.” 


검찰의 의견과 같은 내용입니다. 항로의 정의는 운항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운항의 시점은 바로 항공기의 문이 닫힌 이후부터라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항로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항로는 항공로로 한정해서 봐야 한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건 항로라는 개념만 보고 생각해보자. 자기 방을 나섰는데 다시 들어갈 일이 종종 생긴다. 비슷한 것이다. 탑승교가 분리되고 푸쉬백(비행기를 공항 유도로까지 끌어주는 과정)해서 비행기가 출발했다. 게다가 견인차도 빠지지 않았다. 공항 요원들이 철수하고 견인차가 빠졌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활주로로 나간 상황도 아니다. 해당 영상에서 상황만 봤을 때 항로 이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한항공_640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한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재판 끝나고 나오면서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항로 변경이 맞다, 아니다, 애매하다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습니다. 저는 법률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재판부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같이 탄 일등석 승객이 사건 당시 친구와 주고받은 대화부터 박창진 사무장과 여 상무의 대화 녹취록과 승무원들의 진술서까지 이외에도 많은 증거가 등장했습니다. 증거 검토를 마치고 첫 재판으로 이례적으로 6시간 가까이 지난 저녁 8시에 첫 번째 재판은 마무리됐습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마무리했습니다. 

“조현아 피고인은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박 사무장은 과연 사회에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가 재판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과연 대한항공에서 일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문제입니다. 재판부 직권으로 조양호 회장 증인 소환하기로 하겠습니다.” 

형량 문제라고 부르는 이유를 담긴 했지만,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 것은 많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재판부는 무엇을 물어보려고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일까요? 또 증인으로 나온 조양호 회장은 어떤 말을 할까요? 다음 재판은 30일 낮 2시 반부터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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