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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中 가라앉는 경제성장률 파탄의 징조?

[월드리포트] 中 가라앉는 경제성장률 파탄의 징조?
2014년 중국 경제성장률 7.4%,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시된 예상치 대로입니다. 그런데도 세계는 새삼스럽게 충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블룸버그 등 유수 언론들은 "16년 만에 목표 달성 실패"나 "24년 만 최저성장률 기록"등을 부각시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그동안 중국은 연초 양회에서 제시된 목표 성장률을 항상 초과 달성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놨던 목표치 7.5%에 0.1%포인트 모자란 결과를 거뒀습니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은 2010년까지 두 자릿수의 고속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2011년 9.3%, 한자리 수로 내려앉았습니다. 2013년에는 7.7%에 그쳐 '바오바(保八)', 즉 8% 성장률 이상을 고수하겠다는 원칙도 깨졌습니다. 급기야 올해는 그보다도 0.3% 포인트 모자란 7.4%입니다. 1990년 천안문 사태 후유증을 겪으며 3.8% 성장에 그친 이래 최저치입니다. 이제 중국의 성장률 저하는 완연한 추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장 올해 성장률은 더 떨어져 7% 초반 대, 나아가 7%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대책 없는 성장률 하락에 중국이 초비상이라는 외신 기사들이 보입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예측들이 쏟아집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선 7.4%의 성장률을 대하는 중국 내 태도는 사뭇 다릅니다.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것입니다. 연초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가 발표한 목표 성장률이 7.5% 내외였음을 강조합니다. 7.4%는 이 범위 안에 들어왔다고 설명합니다.

아울러 중국 지도부는 지금의 7%대 성장률은 중국 경제의 신창타이(新常態), 즉 뉴노멀이라고 주장합니다. 규모가 커지고 수준이 높아진 중국의 경제 현실상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이루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중국 내 언론은 단 한군데도 저하되는 성장률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중국 경제의 앞날이 어둡다고 탄식하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 언론의 특성상 본심을 다 드러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파악하는 중국 정부, 학계, 언론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중국 경제? 물론 문제가 있고 위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고 대책도 마련해놨다. 따라서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중국 경제성장
중국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요? 근거 없는 허장성세일까요? 중국 한 경제학자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성장률 7.4%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점보다는 이를 중국 정부가 허용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봐야 한다.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세계 1위다. 유례없이 높은 저축률로 가용 자원이 무궁무진하다. 만약 중국 정부가 7.5% 성장률을 억지로 달성하거나 넘기려고 마음만 먹으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정책을 펴지 않았다. 성장률 수치에 매달리던 과거와 경제 운용의 태도를 달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즉 성장률을 높이지 못해서가 아니라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뉴노멀이라는 것입니다.

"유럽에서 저성장 기조를 뉴노멀이라고 규정한 것은 그 이상 무리해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오히려 경제 현실을 왜곡시키고 부작용만 키워 비정상적 상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뜻 아니냐. 중국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성장률 이상 억지로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함의가 있다."

그럼 중국이 말하는 뉴노멀은 무엇일까요? 중국 경제 당국과 학계, 산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다음 몇 가지 특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성장률 저하입니다. 중국은 이제 과거와 같이 생산요소 투입을 늘려 성장률을 빠르게 높이는 방식이 유효하지 않게 됐습니다.

먼저 '인구 보너스'가 사라졌습니다. 중국의 경제활동 인구, 즉 취업 전 연령대와 노년층을 제외하고 실제 일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지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줄었습니다. 강력한 산아제한의 영향 탓입니다. 유휴 인력이 줄다보니 노동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당연히 임금은 오르게 됩니다. 즉 노동력 공급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자본의 투입, 즉 투자 확대도 이제는 어렵습니다. 과잉생산, 부동산 거품, 부실 채권 등 다양한 부작용이 노정됐기 때문입니다. 이제 투자의 양적 확대 대신 질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둘째 성장 동력의 변화입니다. 값싼 인건비를 이용한 노동집약적 산업,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규모의 경제, '싸구려'로 시장을 뚫는 가격 경쟁 전략 등은 약효가 떨어졌다고 진단합니다.

그러면서 요즘 중국 경제계가 입에 달고 사는 단어가 ‘창신’입니다. 우리나라의 '창조'와 '혁신'의 개념을 합쳐놓은 개념입니다. 성장을 추동하는 엔진을 하드웨어 대신, '창신'으로 대변되는 소프트웨어로 갈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셋째 제도 개혁입니다. 제도의 비효율성을 걷어내는 것만으로도 성장의 요인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작금의 반부패 드라이브와도 연결됩니다.

결론적으로 중국 정부는 성장률을 일정 부분 희생하더라도 경제의 체질 개선, 효율성 제고에 더 주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문제는 오히려 경제 자체보다는 사회 불안입니다. 바오바, 8% 이상 경제 성장을 유지하려던 원칙은 단순히 자존심 때문이 아닙니다. 그 정도 성장의 속도감이 있어야 빈부 격차, 불평등, 부조리 등 사회 불안 요인에 대한 불만을 잠재울 수 있어서입니다. 지금 내 삶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나도 곧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새로 사회에 진출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모자라지 않게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8% 이상 성장을 포기하면 사회 안정 유지는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공법만 남습니다. 저소득층의 임금을 높이고 복지 제도를 강화해야 합니다. 각종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실제 최근 중국은 분배와 복지를 부쩍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제도 대폭 개혁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내는 세금을 거의 없애는 등 저소득층에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줍니다. 반면 부유층을 겨냥한 새로운 세원 발굴에 혈안입니다.

스모그로 대표되는 환경 문제 해결에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신경을 많이 씁니다. 환경에 대한 법규도 엄격해졌고 단속도 크게 강화됐습니다. 환경을 해치는 산업은 이제 어느 지역에서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각종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기득권층의 반발입니다. 이미 50년 가까이 부와 권력을 쌓아온 중국 사회의 기득권층은 쉽게 자신의 권리를 나누려 하지 않을 것이 뻔합니다.

결국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떨어져서 위기를 맞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 말대로 현재의 성장률은 뉴노멀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7%대 성장률은 충분히 높은 수준으로 무리수를 두지 않고 이뤄낸다면 선전하는 셈입니다.
진짜 문제는 현재의 상황입니다.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이라는 전례 없는 실험을 통해 낙후된 공산 국가를 스스로의 표현대로 시장 기능을 도입한 특색 사회주의로 바꾼 이후 눈부신 경제 발전 속에 쌓여온 각종 모순과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변신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중국 경제성장
중국에 있어 앞으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탄력적인 통화 정책과 시의적절한 경기 부양 정책, 시장의 자율성을 키우는 제도 개혁이 적절하게 조화돼 7%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하면서도 착실하게 질적 성장을 계속합니다. 강력한 반부패 사정 바람이 한때 지나가는 태풍이 아니라 지속적인 기류임을 깨닫고 중국 지도층은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합니다.

태양광, 전기 자동차, 우주 산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들이 빠른 시간 안에 자리 잡으면서 무리 없이 노동 집약적, 가격 경쟁 위주 산업을 대체합니다. 알리바바의 마윈 같은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사업가가 1년에도 여러 명씩 나타나 선풍을 일으킵니다. 국유기업들이 단계적으로 민영으로 바뀌면서 경쟁력을 높입니다.

복지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고 이는 내수 증대로 이어져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하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내수시장이 형성됩니다.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민주 정치와 인권, 언론 자유 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이를 중국 공산당이 점진적으로 받아들여 발전된 형태의 정치체계를 창출해냅니다.

반대로 가장 나쁜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제도 개혁을 외치지만 기득권층의 반발을 가장 덜 부를 금융과 외환 관리 제도에만 쏠립니다. 이로 인해 산업 자본이 금융 자본을 집어 삼키고 해외 핫머니가 시장을 교란시키면서 중국 정부의 경제 통제력이 대폭 약해집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은 제때 성장하지 못하고 기존 산업들은 급격히 사양화 되면서 성장률이 대책 없이 떨어집니다. 이를 막기 위해 충분한 고려와 검토 없이 대규모 토목 사업을 남발해 전국 각지에 유령 도시만 가득 들어섭니다.

복지 제도는 기득권층의 반대로 뒤틀리고 축소돼 빈익빈 부익부 현상과 불평등은 계속 커집니다. 지방 부채는 감당 불가능 상태에 빠지고 이로 인해 그림자 금융이라는 폭탄이 결국 폭발합니다. 거듭된 정책 실패로 정권의 지배력이 약해지고 계파 간 권력 투쟁이 격화됩니다. 반부패 드라이브는 힘을 잃고 탐관들이 호랑이에서 파리까지 마구 날뜁니다. 부유층은 해외로 재산 빼돌리기에 바빠 한때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이었다는 영광은 어느새 역사책의 한 구석으로 밀려납니다.

상술했듯이 중국이 현재 시도하는 경제 발전과 제도 개혁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로서는 사실상 전무후무한 시도입니다. 아무도 해본 적이 없기에 성공 여부를 점치기조차 간단치 않습니다. 게다가 개혁의 주체가 개혁의 대상이라는 점도 듯도 보도 못한 상황입니다. 다른 대안 세력이 나타나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자신을 수술하겠다고 합니다. 가당키나 할까요?

중국 경제성장
그럼에도 저는 중국 경제가 파탄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앞서 둔 두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후자로 귀결될 것이라 여겨지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가장 분명한 근거는 역설적으로 이번 경제성장률 하락입니다.

중국 수뇌부는 더 이상 성장률로 분칠을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쉽고 익숙한 방식을 버리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병을 정확히 파악하고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으려 합니다.

물론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아는 것만으로 이미 시작을 한 셈이고 따라서 절반을 이룬 것입니다. 중국은 과거 공산주의 이념에 얽매여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길을 걷기 시작했고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까지 올라섰습니다. 비록 각종 부조리가 첩첩이 쌓여있고 모순된 상황에 맞닥뜨렸지만 이를 헤쳐 나갈 저력도, 경험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성장률 하락이 파탄의 징조라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의 서곡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편이 우리나라에도 훨씬 좋습니다. 그에 관해서는 다른 기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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