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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할인혜택만 보고 '결합상품' 가입했다가…뒤통수

[취재파일] 할인혜택만 보고 '결합상품' 가입했다가…뒤통수

신승이 기자 seungyee@sbs.co.kr

작성 2015.01.21 17: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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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천 9백만 명에 이릅니다. 전국 가구 수가 천 8백만 정도라고 하니 웬만한 가정집에 초고속인터넷이 깔려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시장이 포화상태이다 보니 통신사는 새로운 고객을 끌어 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할인혜택과 사은품을 내걸고 이른바 결합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유무선 인터넷, IPTV, 인터넷전화, 여기에 가족 휴대전화까지 한꺼번에 한 통신사에 묶어 가입하면 할인혜택이 적지 않습니다. 공유기, 전화 단말기도 공짜로 대여해 주고 자전거나 상품권 같은 사은품도 줍니다.

사용하는 서비스의 요금을 할인해 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지만 문제는 가입 후 해지할 때는 골치 아픈 경우가 생기기 쉽다는 것입니다. 한국소비자원에도 결합상품의 해지와 위약금에 대한 불만과 문의가 심심치 않게 접수됩니다.

 A씨는 이사를 하면서 한 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인터넷 결합상품에 가입했습니다. 바꾸는 김에 부모님 전화기까지 모아 더 많은 할인혜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통신사의 결합상품을 이용하면 할인폭도 크고 상품권도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약정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서비스를 해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래픽_휴대폰스마트그런데 알고 보니 TV, 집전화, 휴대전화의 약정기간이 모두 달랐습니다. TV는 3년 약정을 조건으로 할인을 받았고, 휴대전화는 2년, 인터넷 전화는 1년...이런 식이었습니다. 다른 통신사로 옮겨갈 경우 어느 상품은 위약금을 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해 사용하다가 나중에 TV나 휴대전화 등을 엮어 쓰는 경우도 비슷한 일이 발생합니다. 결합하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약정기한이 딱 맞게 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혜택을 내걸면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는데, 별 생각 없이 새로운 통신사의 상품으로 바꿔야지...했다가 위약금, 단말기 대여 반환금 등 예상치 못한 비용 때문에 속이 쓰릴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약정기간이 서로 다른 이유는 업체의 계산 때문입니다. 업체로서는 약정기간을 엇갈리게 하면 한 번 가입한 고객이 경쟁사로 넘어가는 이탈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서울YMCA의 한석현 간사는 “할인혜택을 많이 주더라도 고객이 수년씩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고 요금을 내는 게 업체 입장에서는 훨씬 이익입니다. 약정기한이 상품별로 다르면 서비스를 쉽게 해지하지 못하고 그냥 쓰던 상품을 쓰게 됩니다. 결국 다른 통신사로 넘어가지 못하게 고객을 가두어 놓는 것이죠.”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통신사들은 해지를 마음먹고 상담하는 고객에게는 또 이런 저런 당근을 제시합니다. ‘경쟁사의 혜택보다 얼마를 더 깎아주겠다’, ‘사은품을 드리겠다’ 이렇게 고객을 망설이게 합니다. ‘지금 내는 요금이 가장 싸겠거니...’ 생각해 온 소비자는 뒤통수 맞는 기분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입할 때는 열심이지만 변심한 고객에게는 냉정한 통신사들의 행태는 또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불만이 지난해 205건인데 1년 전보다 27%나 늘었고, 그 중 절반 정도가 서비스 해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계약할 때는 이벤트요금이라고 할인해 줬다가 고지해 주지도 않고 슬그머니 정상요금으로 올려 받는가 하면, 약정기간이 끝났는데도 재약정이 됐다며 위약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소비자는 재약정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서비스를 해지했는데 15개월 동안 통장에서 요금을 빼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해지 기록이 없다며 환불을 거부하다 소비자가 "공유기를 회수해 가지 않았느냐"고 항의사고 법적대응 입장을 밝히자 통신사는 그때서야 조금씩 말을 바꿨습니다.

 이런 피해를 막으려면 소비자가 계약할 때부터 약정기간과 위약금 등을 꼼꼼히 비교해 따져 보고 계약서는 반드시 보관해 두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할 수 있는 완벽한 소비자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될까요. 소비자 책임 이전에 업체의 책임있는 자세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복잡한 상품 내용, 달콤한 갖가지 혜택 등 통신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만 우롱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합니다. 

▶ 복잡한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위약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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