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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진정성, 박지원 달변, 이인영 격정…연설스타일도 3인3색

문재인 진정성, 박지원 달변, 이인영 격정…연설스타일도 3인3색
새정치민주연합 당권 레이스가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당 대표 후보 3인의 각양각색 연설 스타일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의도했든 아니든 각 후보의 삶과 이력이 연설 말투, 목소리, 몸짓 등에 은연중에 녹아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특히 문재인 박지원 이인영 후보가 지금은 고인이 된 야당의 정치 거두 3명의 후계자격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연설을 바라보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감회가 새롭다.

◇문재인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달변'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이다.

연설 분위기도 격정적으로 열변을 토하며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던 노 전 대통령과는 달리 진지한 태도로 호소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타일이다.

이는 정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으로 묵묵히 '노무현의 그림자' 역할에 충실했던 문 후보의 과거와 무관치 않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셈이니 연설 경력이 3년여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나 2·8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일정을 절반 이상 마무리한 지금은 연설 속도와 목소리의 강약 조절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전달하는 등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이다.

손바닥을 보이며 팔을 앞으로 내민다든가, 검지를 펴 허공을 찌르는 모양새를 취하는 등의 잦은 제스처 사용은 노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19일 전북도당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한 대의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대선 경선 때보다 연설이 훨씬 세련돼졌다"고 했고, 또다른 대의원도 "강조할 데에선 목소리를 크게 하고, 두 손을 양쪽으로 펼쳐보이는 동작도 자신감이 있어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지원 =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 후보는 '청출어람'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연설의 스킬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시작부터 현장 분위기와 지역 사정에 맞춘 현란한 애드리브를 구사하고 완급을 조절해 가면서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만의 페이스로 연설을 끌고간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미리 준비한 원고는 절반도 채 읽지 않을 정도의 즉흥연설은 사전 원고에 충실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대통령과는 다른 대목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의 연설에서 'DJ의 향기'를 지울 수는 없다.

오히려 상당 부분은 김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해 오래된 당원들의 향수를 자극하려는 전략도 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되묻기를 통해 청중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반문 화법이다.

박 후보는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도 동의하시지 않습니까"라면서 마치 추임새처럼 연호를 유도하고 있다.

"약속드립니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도 김 전 대통령과 닮았다.

당 관계자는 "예전부터 오래 당에 계셨던 분들은 'DJ 연설 스타일과 비슷하다', 'DJ의 아우라를 다시 보는 느낌이다'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설 내용이 문 후보 등 경쟁자를 집중 공격하는 식으로 치우쳐 네거티브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이인영 =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계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출신 이 후보는 다른 두 후보처럼 정치적 멘토의 비서실장을 지낸 적은 없지만 정치적 철학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는 후계자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연설 스타일만큼은 김 전 고문과 닮은 구석이 별로 없다.

대화하듯이 차분한 목소리와 논리적 말투로 호소하는 '햄릿형' 김 전 고문과 강경일변도의 웅변으로 중심 메시지를 집요하게 외치는 이 후보의 차이는 한눈에 봐도 뚜렷이 드러난다.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을 지낸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의 대표 주자답게 세대교체를 화두로 온몸을 쥐어짜듯 격정적으로 내뱉는 연설 방식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는 무기이자, 스스로를 운동권 프레임에 가두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북도당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대의원들 사이에선 "목소리도 좋고 가장 호소력이 있는 것 같다", "쩌렁쩌렁 울리는 게 연설을 잘 하는 것 같다"는 등의 호평과 "데모하는 것 같이 하니까 보기 안 좋다"는 비평이 엇갈리기도 했다.

실질적인 득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연설 때 상대 후보를 직접 공격하거나 한눈에 들어오는 세대교체 청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변 조언이 많지만 강직한 성품 탓에 "개인에 대한 비판은 안 된다", "잔기술로는 상황을 뚫고나갈 수 없다"며 오로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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