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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터키 고교생 실종 사건…막을 순 없었나

[취재파일] 터키 고교생 실종 사건…막을 순 없었나
지난 10일 터키에서 사라진 김 모 군의 행적이 터키 경찰의 수사에 의해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터키 경찰은 최근 호텔 앞과 주변 지역의 CCTV에서 김 군의 모습을 찾아냈습니다. 과연 실종 당일 김 군은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요? 이번 사건을 미리 막을 수는 없었던 걸까요? 몇 가지 의문점을 정리했습니다.

● 터키 도착부터 실종까지

김 군은 동행자인 45살 홍 모 씨와 함께 1월 8일 이스탄불에 도착했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여행객이 잘 가지 않는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다음날인 9일 차량으로 국경 근처 도시인 킬리스로 이동해 문제의 호텔에 묵었고, 다음날 아침 김 군은 배낭을 메고 사라졌습니다.

터키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김 군이 오전 8시쯤 배낭을 메고 호텔을 나선 후 호텔 맞은편 모스크에서 몇 분 간 서성거리는 모습이 나옵니다. 8시 25분쯤 아랍계 외모의 남성 한 명이 김 군에게 오라는 손짓을 하고, 김 군은 별 저항 없이 따라갑니다. 둘은 곧 시리아 번호판을 단 검은색 카니발 차량에 올라타 8시 30분쯤 출발합니다. 이 차량은 수사 결과 시리아 사람이 운영하는 불법 영업 택시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터키 경찰이 이 운전사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킬리스에서 동쪽으로 약 18km 떨어진 베시리에의 시리아 난민촌에서 내렸고 이후에는 행적이 묘연합니다. 이들은 택시를 타고 가는 25분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터키 실종_640

● 시리아 국경 넘었나

김 군이 시리아로 넘어갔다면, IS 가담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러나 정부는 김 군이 국경을 넘었다는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내 수사결과 김 군이 IS 가담 의사가 있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고, 현지에서 국경 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 우려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터키의 전체 국경 둘레는 900km가 조금 넘는데, 검문소는 13개밖에 안 됩니다. 80~90km마다 검문소가 하나씩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우리처럼 철조망이 있거나 지뢰가 설치된 것도 아닙니다. 김군의 마지막 행적지인 베시리에는 시리아에 접한 국경과 불과 4~5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물론 처음 묵었던 킬리스도 시리아 국경과 남쪽으로 4~5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만일 시리아로 넘어가려고 했다면, 감시를 피하기 위해 동쪽으로 우회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10일 아침에 사라져 신고가 되기까지 이틀 정도 걸렸는데, 야간을 틈타 시리아로 넘어가가기엔 충분한 시간으로 보입니다. 만일 천만다행으로 국경을 넘지 못했다면 터키 경찰에 의해 발견될 가능성이 크지만 시리아로 넘어갔다면 사실 우리 자력으로 찾아내는 것은 힘들어집니다.

● 킬리스는 적색경보 지역…왜 가도록 놔뒀나?
취파

김 군이 사라진 킬리스는 우리 국민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권고하는 '적색 여행경보 지역'입니다. 정부는 시리아 국경과 10km 이내의 지역들을 모두 적색 여행경보지역으로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김 군의 부모가 홍 씨에게 동행을 부탁한 것은 아마도 홍 씨가 터키 지역을 다녀왔거나, 적어도 잘 알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만일 초행이었다고 하더라도, 터키가 그리 안전한 여행지가 아닌만큼 알아봤을 테고, 그랬다면 목적지가 적색경보 지역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여행을 온 거라고 생각했다면 터키의 대표적인 명소인 이스탄불을 하루쯤 보고 왔을듯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관광객이 드문 가지안테프로 곧바로 이동했고, 일어나자마자 킬리스로 옮겼습니다.

김 군이 실종되고 이틀이 지나서야 신고된 부분도 의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적색 여행경보 지역에서 미성년자가 하룻밤이 지나도록 귀가하지 않았는데 즉각 신고가 없었다는 것은 잘 이해가 안되는 대목입니다.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을 갖고 있었는지, 갖고 있었다면 왜 그것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경찰이 규명해야 할 대목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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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러 대응, 이제 남의 일 아냐

김 군이 만일 IS에 합류했다면, 그리고 끔찍한 범죄에 가담한다면 그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IS에 82개국 출신들이 합류했는데, 그 중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도 10개국이나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 명단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도 참석한 유엔안보리 정상회의에서는 2174호 결의안이 채택됐습니다. 해외 국적자들이 시리아 IS에 가담하는 것을 막는 대책을 각국이 정비하자는 내용입니다. 사실 이 때만 해도 이 결의안은 우리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김 군 실종사건의 추이에 따라 이 결의안을 실천하는 것이 보다 시급한 과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테러와 관련한 법이 없기 때문에 IS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따라서 IS 가담 자체만으로는 처벌하거나 규제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다만, 여행금지 지역인 시리아에 허가 없이 불법 입국한 사실만 여권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을 뿐입니다.

물론 IS에 가담해 살인, 폭행 등 중죄를 저지를 경우 국내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형법에 사전(private war) 규정을 두고 있는 일본 사례 등 해외 사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여행경보지역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정부 대응도 보완돼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수많은 여행경보지역 방문객들을 일일이 신경쓰긴 힘들겠지만, 국민 안전을 위해선 적어도 출입국 절차를 보다 까다롭게 적용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후 대책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김 군이 별탈 없이 가정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김 군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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