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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새누리당 계파 갈등의 풍향계, '박세일·음종환'의 진로는?

[취재파일] 새누리당 계파 갈등의 풍향계, '박세일·음종환'의 진로는?
노련한 취재원들이 성미 급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처하는 모법 답안이 있습니다. 바로 '가정(假定)을 전제로 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자들은 이미 발생했거나, 벌어진 과거의 일을 취재하기도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도 취재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아직 벌어지지 않았지만 벌어질 개연성이 있는 사안들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기자의 숙명인 것이죠.

새누리당을 담당한 저는 최근 몇몇 취재원에게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여권 인사 2명의 진로가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의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걸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 2명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 이사장과, 며칠 전 청와대에서 면직된 음종환 전 행정관입니다.
박세일_640
먼저, 박세일 이사장은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원장 임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여의도연구원 이사회 의결은 끝났지만 임명권자인 김무성 대표는 임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내 친박 의원들이 박 이사장의 전력을 문제 삼아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 이사장은 2004년 당론인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며 비례대표직을 던졌고, 2012년 국민생각을 창당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척진 전여옥 전 의원을 영입하는 등 박 대통령에 맞섰다는 게 친박들의 표면적인 반대 이유입니다. 각종 선거에 여론조사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의도 연구원장 자리에 박 이사장을 앉혔다가는 내년 선거에서 불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SBS가 새누리당 최고위원 9명을 상대로 최고위원 본인에게 직접 또는 보좌진을 통해 박 이사장 임명 찬반 여부를 확인한 결과 김 대표 본인과 김태호 최고위원은 찬성,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은 반대, 주호영, 이완구, 이인제 최고위원은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유보 의견을 냈고, 김을동 최고위원은 끝내 답변을 주지 않았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내에 소수지만 강한 반대가 있기에 이것을 강행할 생각이 없다"면서 "당분간 보류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으로 박 이사장 임명 문제는 당분간 잠복기에 접어든 걸로 보이지만, 그야말로 '휴화산'입니다. 반대 의견이 완전히 설득되지 않은 채 김 대표가 임명을 강행할 경우 잠복해 있던 당내 계파 갈등은 다시 터져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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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의 국회 복귀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음 전 행정관은 이정현 의원과 권영세 전 주중대사 등 친박계 핵심 의원들의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전략가로서 친박계 의원들의 신임을 받고 있어 일정 기간 휴지기를 거친 뒤 국회로 다시 돌아올 개연성이 충분합니다. 이 경우 음 전 행정관을 '받아줄' 의원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친박 의원들 중 누군가 음 전 행정관의 손을 잡아줄 가능성이 큰데, 누가 됐든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의원이 달가워할 리는 없어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무성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는 이번 문건 배후설 논란을, 젊은이들이 술 한 잔 먹고 저지른 해프닝 정도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문건 배후로 지목했다는 의혹을 받는 음 전 행정관이 국회로 돌아와도,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렇다 해도, 음 전 행정관의 선택은 여느 국회의원의 행보 못지 않게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정치적'인 파급 효과를 낼 공산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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