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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분산개최 3종세트, 존재감 없는 평창조직위

[취재파일] 분산개최 3종세트, 존재감 없는 평창조직위
3년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가 각종 잡음으로 여전히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데 지금 평창이 바로 그 짝입니다. 화근의 단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마련한 '어젠다 2020'의 일환인 복수국가, 복수도시 분산 개최 허용이었습니다. IOC가 제안한 분산 개최의 의미는 일본을 포함한 해외 분산 개최였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강력한 반대 의사를 천명하면서 해외 분산 개최 논란은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새해들어 '남북 분산 개최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먼제 제기했고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언급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습니다.

최근에는 강원도내 분산 개최론이 다시 제기됐습니다. 지난 12일 원주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한 '아이스하키 경기장 원주 유치 범시민대책위원회'는 강원도청을 방문해 강릉에 건설되는 아이스하키1 경기장의 재배치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2년 전 원주시민 11만명분의 서명부를 도지사에게 전달하며 경기장 배치를 요구했지만, 지사는 IOC와의 약속을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며 "이제 IOC가 분산 개최를 승인한 만큼 원주 재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경기장 배치 요구 배경으로 예산 절감과 균형 올림픽, 환경 올림픽 기여 등을 꼽았습니다. 아이스하키1 경기장을 원주에 배치하면 2천억원의 직접적인 비용 절감을 비롯해 기존 숙박시설 활용으로 1천400억원 절감, 탄소가스 1천억원 어치의 절감 효과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강릉시장이 폭탄 발언을 하면서 파문이 커졌습니다. 아이스하키1 경기장이 들어서는 강릉시장이 원주시의 요구를 당연히 거절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최명희 강릉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기술적으로 2017년 테스트 이벤트까지 아이스하키1 경기장의 원주 건설이 가능하다면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 시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분산 개최를 허용해 여건이 변했다"며 "IOC가 분산 개최를 인정하고 평창조직위와 강원도가 강릉시에 의견을 묻는다면 올림픽 열기 확산과 사후 관리 문제 등을 고려해 시의회, 시민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스하키1 경기장 건설을 강릉에서 원주로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 강원도는  "원주시가 고려한 부지는 국방부 소유 또는 자연녹지지역 등으로 소유권 확보 및 도시계획 변경절차, 토질 등을 반영한 재설계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는데만 1년 이상 소요돼 2016년 11월 경기장 준공은 물론 2017년 3월 테스트 이벤트 개최가 어려워 재배치는 불가능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해외 분산 개최', '남북 분산 개최', '강원도내 분산 개최' 등 이른바 '분산 개최 3종 세트'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평창조직위원회는 한달 넘게 해명 등 뒷수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 됐습니다. IOC가 해외 분산 개최를 제안하자 조직위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남북 분산 개최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하자 "평창올림픽을 세 번 만에 어렵게 유치했고 경기장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분산 개최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정부의 의견을 전달하며 "새삼스럽게 분산 개최를 논의하는 것은 실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가중시켜 올림픽 준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최명희 강릉시장의 언급에 대해서는 "국민 혼란만 부추기는 일방적인 발언"이라 지적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나 언론의 자유를 갖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를 그 누구도 막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발언이 갖는 무게와 파장을 심사숙고해야만 합니다. 현재의 상황은 속된 말로 '중구난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저는 동하계 올림픽을 여러 차례 취재했지만 올림픽을 치르기도 전에 이렇게 '말'이 많은 대회는 처음 경험합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서는 오로지 조직위원회라는 단일 창구를 통해 발표합니다. 현재 평창의 경우와는 전혀 다릅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류길재 통일부 장관, 현 원주시장과 강릉시장 그 누구도 평창조직위와 사전 조율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혼선을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평창조직위의 존재감이 없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정부는 권력과 돈을 갖고 있고, 강원도는 개최지이고 경기장 건설의 주체입니다. 평창조직위는 자체 재원이 없는데다 여러가지 이유로 직원들의 사기마저 떨어져 있어 올림픽을 주도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직위가 이렇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사안마다 끌려다닌다면 올림픽 성공 개최는 '연목구어'에 불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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